러시아의 탄도미사일 두 발이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시를 강타해 다수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 부분 휴전 종료를 이틀께 앞두고 대규모 민간인 공격이 또다시 일어나면서 미국과 유럽 등 국제사회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13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은 러시아의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북부 도시 수미시의 민간인 34명이 사망하고 117명이 부상당했다고 보도했다. 올해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공격 가운데 피해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파악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교전 직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적의 미사일은 평범한 도시 거리, 평범한 삶을 공격했다”며 “대화는 탄도미사일과 폭탄을 멈추지 못했다. 침략자에 대한 압박 없이 평화는 불가능하다”며 러시아에 대한 전 세계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이어 이날 방송된 CBS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참상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러 와달라고 요청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어떤 결정이나 협상을 하기 전, 국민과 민간인·군인·병원·교회·아이들이 파괴되거나 사망한 것을 봐달라”고 재차 호소했다.
이날 러시아의 공격은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특사의 러시아 방문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위트코프 특사는 11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4시간 30분 가량 회담하며 휴전 이행 문제를 논의했다. 회담 내용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으나 러시아 측의 입장이 진전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러시아의 공격에 대해 “도를 넘었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날 키스 켈로그 우크라이나·러시아특사는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공격한 것은 도를 넘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트럼프 대통령이 왜 이 전쟁을 종식시키고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를 이루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비극적으로 일깨워주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 실수했다고 들었다, 이 전쟁이 끔찍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들’이 누구이고 무엇이 ‘실수’였다는 뜻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독일은 이번 공격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휴전 제안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차기 총리인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연합 대표는 “명백한 전쟁 범죄”라고 규정하고 “목표를 정하고 계획한 것으로, 이보다 더 큰 배신은 없다”고 지적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러시아의 민간인에 대한 끔찍한 공격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푸틴 대통령이 조건 없는 완전하고 즉각적인 휴전에 동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규모 폭격이 거행되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향후 휴전 협상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25일 미국의 중재로 에너지 시설에 대한 상호 공격을 30일간 중단하기로 합의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16일 부분 휴전 종료를 앞두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타스통신 인터뷰에서 에너지 시설 공격 중단 합의 연장에 대해 "푸틴 대통령의 결정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며 "공격 중단은 본질적으로 우크라이나 측이 준수하지 않았고, 지난 30일에 대해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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