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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한 무인성인용품점 건물에 적힌 문구다. 이곳에서 약 80m, 도보로 1분도 채 걸리지 않는 지점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서울형 키즈카페’가 운영되고 있었다. 아이와 손을 잡고 성인용품점 앞을 지나가던 한 여성은 아이가 건물에 가까이 가지 않도록 재빨리 자리를 바꿔 자리를 벗어났다.
키즈카페나 학원가 인근 건물에 ‘24시간 무인성인용품점’이 들어서는 경우가 잇따르며 성인용품점 운영 허가에 대한 규제가 부실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계에 따르면 성인용품점은 교육환경보호에관한법에 따라 학교로부터 직선거리 200m 내에서 영업이 금지된다. 지난해에는 수원의 한 초등학교 50m 거리에서 ‘성인페스티벌’ 개최가 예고되자 시민단체가 반발해 수원시 측에서 대책 회의 끝에 임대차계약을 취소할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문제는 학교 외 영유아 및 청소년 시설 인근 운영과 관련해선 별다른 규제가 없다는 점이다. 경찰과 지자체는 주민과 보호자의 민원이 들어오더라도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다. 경찰 관계자는 “주변에 학교도 없고 성인인증을 해야 들어갈 수 있도록 해 놨기 때문에 불법은 아니다. 우리가 조치할 수 있는 부분이 전혀 없다”고 전했다. 동대문구청 관계자 역시 “성인용품점 운영을 막을 만한 법령이 없는 걸로 안다. 별도로 관리단속을 하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또 청소년보호법상 성인용품점은 청소년의 출입을 제한해야 한다. 해당 성인용품점은 통신사의 인증 앱을 통해 모바일 신분증을 등록한 뒤 QR코드를 스캔해야 입장할 수 있도록 안내문을 부착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럼에도 무인인 탓에 청소년이 신분증을 신분증을 빌려 인증할 경우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 건물 벽면에 적힌 선정적 문구가 무방비로 노출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회기동에 직장을 둔 이 모 씨는 “점심시간마다 지나가며 성인용품점을 보는데 영유아시설 종사자로서 왜 하필 여기에 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애들이 보기 안 좋은 말도 있으니 학교가 아니더라도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곳엔 이런 데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용판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은 지난 2021년 교육시설 주변에서 성기구·성인용 인형 등을 이용한 영업행위를 금지하는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으나, 법안은 계류하다 지난해 폐기됐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은 올 1월 청소년이 무인 전자담배 판매점에서 전자담배를 구입하는 걸 방지하고자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액상형 전자담배 자동판매기의 설치·운영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무인성인용품점은 그 대상에서 배제됐다.
전문가들은 영유아 양육 환경의 중요성을 고려해 성인용품점에 대해서도 규제 강화의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운경 이화여대 아동학과 교수는 “그 어떤 발달적 시기에 비해서도 주변환경을 활발히 탐색하면서 성장하는 영유아는 발달단계에 적합한 환경에서 양육될 필요가 있다”면서 “우리 사회가 아동을 잘 양육하고 보호할 수 있다는 효능감을 가질 수 있도록 법적 기준을 정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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