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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임금체불 청산땐 미등록 外人 신고말아야”…법무부, 권고 거부

인권위, 작년 8월 출입국관리법 개정권고

“방어권 보호”…미등록 체불 피해 ‘두 배’

고용부, 근로자라면 체불 구제한다지만…

강제출국에 감내할 듯…勞 “체불 조장꼴”

한 중소기업 외국인 근로자가 자신이 담당하는 작업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인물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양종곤 기자




법무부가 임금체불 청산을 위해 정부를 찾아간 미등록 외국인에게 ‘공무원 통보 의무제도’를 제외하자는 권고를 거부했다. 이 의무제도를 그대로 두면, 미등록 외국인이 강제출국이 두려워 임금체불 신고를 못하는 상황을 두는 게 가장 큰 우려다. 노동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임금체불 피해를 겪기 더 쉬운 미등록 외국인 보호를 위해 법무부가 결정을 재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 장관은 작년 7월 말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받은 이 같은 내용의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 규정 신설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같은 해 11월 인권위에 통보했다.

인권위 권고는 공무원 통보의무 제도 면제 사유에 임금체불 피해 등 노동관계법령 위반에 대한 지방고용노동청의 조사와 근로감독을 포함하는 게 골자다. 2012년 통보의무만 주어졌던 이 제도는 국가의 미등록 외국인에 대한 적절한 보호와 지원을 위해 예외 사유가 하나 둘씩 늘었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외국인 학생의 학교생활과 관련한 신상정보를 알게 될 때,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 담당 공무원이 보건의료 활동 관련해 환자 신상정보를 알게 될 때는 통보 예외다.

인권위가 권고를 결정한 배경에는 미등록 외국인의 임금체불 피해에 대한 방어권 보호가 있다. 미등록 외국인은 매년 점증세로 2023년 말 기준 약 42만 명으로 늘었다. 고용부는 이들이 미등록 신분이라도 임금체불 피해 때 청산을 우선해왔다. 임금은 생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과 근로기준법, 국제노동기구(ILO)는 국적에 따른 근로자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실제로 2022년 미등록 외국인에 대한 경찰의 통보 인계 건수는 157건인데, 고용부의 통보 건수는 0건이다. 이미 현장에서는 임금체불에 대한 공무원 통보의무 제도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등록 외국인이 임금체불 피해를 겪기 쉬운 점도 인권위가 고려한 부분이다. 강제 출국 당할 수 있다고 겁주면서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악덕 사업주가 여전하다는 얘기다. 인권위가 이주노동자의 임금체불 피해를 조사한 결과 2회 이상 체불 경험이 있는 비율은 미등록 외국인이 18.1%로 일반 임금체불 피해 외국인(9.8%) 보다 두 배 많았다.

고용부는 미등록 외국인은 강제출국을 당한 후에도 체불 청산이 이뤄진다고 강조한다. 김문수 고용부 장관도 임금체불 근절이 최우선이라고 내세웠다. 하지만 고용부 신고로 강제출국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임금체불 신고를 꺼리는 상황에 대한 마땅한 대응책을 세우지 못했다. 일선 감독관들 사이에서는 근로자의 피해구제와 강제출국 업무를 한 감독관이 동시에 하는 게 맞느냐는 목소리도 있다.

노동계에서는 인권위 권고 방향이 맞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임금체불 피해 구제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전체 임금체불 금액은 2023년에 이어 작년에도 역대 최대치를 갱신할 가능성이 높다. 이지현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대변인은 법무부 권고 불수용에 대해 “이주노동자의 불안정한 신분을 이용해 사용자가 임금체불과 착취를 하도록 조장하는 것과 다름 없다”며 “법무부가 우리나라가 노동인권 후진국임을 증명하는 꼴이다, 국제사회에 부끄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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