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보는 불빛이 이뻐요. 먼저 사진 한 장만 찍어도 되나요.”
4일 서울 한남동 윤석열 대통령 관저 부근에서 진행 중인 윤 대통령 체포 촉구 집회 연단에 오른 한 여성의 첫 마디다. 참가자들이 손에 들고 있는 여러 색깔의 야광봉들이 만든 풍경이 먼저 그를 사로잡은 것이다. 앞서 연단에 오른 한 여성도 등을 돌려 휴대폰을 참가자들에게 향했다.
그는 22살 배우지망생이라고 했다. 그는 “제가 무대가 아니라 시위 연설을 통해 데뷔할 줄 몰랐다”며 “12월 3일부터 연극보다 더 연극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12월 3일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날이다.
그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 의견을 묵살하고, 학교에선 여대를 반대하는 아우성을 듣지 않고, 동등한 권리를 주장하는 장애인과 농민의 권리를 무시하는 나라가 어떻게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제 주위 친구와 지인들이 현역으로 군인 복무 중”이라며 “흉흉한 세상에서 안부가 걱정된다, 나라를 지키기 위한 군인 친구가 국민에게 무력행사를 하지 않도록 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는 일반적인 민주노총 참여의 시민노동단체 집회와 달랐다. 그동안 집회는 조합원들이 목청껏 ‘투쟁’을 외치며 시작하고 민중가요가 울린다.
이날 집회도 중간 중간 투쟁 외침과 민중가요로 기존 집회색을 띠었다. ‘윤석열을 체포하라’는 구호도 이어졌다. 하지만 집회 주인공은 수많은 무대에서 연설을 한 능숙한 조합원, 노동운동가가 아니다. 휴대폰에 기록한 자신의 할 말을 읽어내려간, 집회를 모르던 ‘집회 밖 시민들’이었다. 특히 22살 배우지망생처럼 자신을 평범하다고 밝힌 시민이 연단에 오르는 광경은 그동안 집회를 볼 때 생경하다. 탄핵 정국에서 거리의 대표곡이 된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에 맞춰 이날도 야광봉들이 흔들렸다.
연단을 젋은 여성들이 주도한 것도 특징이다. 10여명의 연단에 오른 연설자 대부분 여성이다. 두터운 외투를 입지 않고 목소리로 추위를 떨치거나 12.3 계엄 선포 때 국회로 가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는 자기 고백이 나왔다. 대구에서 기차를 타고 올라왔다는 한 여성은 “데모하려고 서울까지 오기 힘들었다”며 “그런데 (민주노총 조합원이 이날) 연행됐다고 한다, 민주노총이 해가 지면 2030(세대) 동지가 온다고 했다는데 안 올 수 있겠는가”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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