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이메일보내기

부동산주택
"전세 올려놓고 뭐하는 겁니까"···이랬다 저랬다 정책에 부작용 속출

대출 막히자 전세 시세 오른 만큼

월세 얹어주고 계약 취소도 속출

세입자 대출 상황 몰라 속 태우고

임대인도 계약 어렵자 비상수단

세입자 '자발적 반전세' 기현상도

이사철 불구 임대차 거래건수 급감

정치권 신규계약 보증금상한 주장에

홍남기 "시장가격 규제는 신중해야"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A 씨(60대)는 14일 양천구의 930가구 규모 단지에서 30평대 전세를 구하다 같은 매물이 전세와 반전세 모두로 올라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공인중개사에게 문의해보니 “세입자의 전세대출이 얼마나 나올지 몰라 일단 두 가지 형태로 올렸다”는 답이 돌아왔다. 본인의 아파트를 세주고 이사 가려 했던 A 씨도 이에 전세와 반전세 ‘이중 매물’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A 씨는 “나부터 전세로 들어갈 수 있을지, 월세를 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행여 월세가 필요할 경우에 대비하는 차원”이라며 “전세를 주고 전세를 가는 방법이 가장 깔끔한데, 이사 한 번에 무슨 경우의 수가 이렇게 많은 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했다.

가을 이사철이 본격화한 뒤 오락가락하는 정부 대출 규제에 수요자들의 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14일 실수요자들의 반발에 놀란 정부가 전세대출 중단 기조에서 한 발짝 물러섰지만 세입자들은 여전히 대출이 가능할지, 얼마나 가능할지 몰라 속을 태우고 있다. 임대인 입장에서도 세입자의 대출 상황을 가늠할 수 없어 매물을 전세와 반전세로 모두 올려야 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세입자들은 원하든, 원치 않든 반전세로 넘어가고 있다. 30대 직장인 B 씨는 지난 8월부터 대출 규제 기조를 이어온 탓에 전세 계약을 하려다 보증금만큼 대출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아서 자발적으로 반전세 계약을 했다. 직장인 L 씨(30대)는 5억 원에 전세를 살고 있다가 전세 시세가 6억 원으로 올랐다는 말에 전세금이 보증금만큼 나오지 못할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월 30만 원의 월세를 추가로 내기로 했다. 그나마 이들은 계약 취소까지 이어지는 사태를 피했지만 40대 주부인 K 씨는 이달 초 서울 양천구 대단지 아파트를 계약했다 전세대출 승인이 나오지 않는다는 소식에 계약을 취소했다. 별도의 특약이 없어 계약금은 돌려받지 못했다.

실제로 지난달 서울 주요 자치구의 임대차 거래 가운데 월세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1년 전보다 크게 올랐다. 마포구(35.5%→41.1%)·강동구(28.2%→37.2%)·용산구(29.5%→35.2%)로 월세 거래 비중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집주인들도 남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전세로 내놓은 매물이 계약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전세를 선호하는 일부 집주인들의 경우 반전세로 돌릴 때는 전세 시세보다 더 높여 물건을 내놓는 경우도 나온다. 실제 A 씨가 알아본 양천구 매물의 경우 전세는 7억 3,000만 원이지만 반전세는 보증금 4억 3,000만 원에 월세가 100만 원이다. 법정 전월세전환율을 적용하면 월세는 62만 5,000원이어야 하지만 월세로 전환하면서 시세보다 높여 내놓은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을 이사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전·월세 거래 자체가 움츠러들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의 임대차 거래 건수는 금융 대출 규제가 본격화한 8월 이후 급격히 감소했다. 아파트의 경우 지난 8월 1만 5,232건이었다가 지난달 9,329건으로 38.8% 급감했다. 10월의 경우 14일까지 신고된 건수가 3,226건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7월 임대차 3법 통과 이후 시장에 ‘이중가격’ 현상이 발생한 데 이어 이번 대출 규제 번복으로 ‘이중 매물’ 현상까지 가세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7월 말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전세 시장에는 계약갱신청구권(5% 상한선)을 사용한 매물과 신규 계약 건 사이에 가격 차가 발생한 바 있다.

정부는 연말 전세 대책을 통해 이 같은 시장 혼란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진행한 기자 간담회에서 “이중가격이 나타난 것 자체가 시장의 반응이니 받아들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민간 전문가도 있지만, 정책 당국자로서는 그렇게만 받아들일 순 없다”며 “시장에서 혼돈이 있다면 그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해 충분한 시간을 두고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 부총리는 다만 신규 계약에도 보증금 상승 상한을 두자는 정치권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시장 가격을 규제하는 것에 대해선 신중할 필요가 있겠다는 큰 전제를 깔고 검토하고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신규 계약에 대해서 인상률을 제한하기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고, 표준 (임대료) 계약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일관성 없고 일시적인 정책이 시장에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윤주선 홍익대 도시건축대학원 교수는 “대출 규제를 강하게 한다고 했다가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의식해 다시 완화해주면서 결국 임대차 시장에 또다시 혼란만 가져왔는데 오랜 시간 고심한 정책이 아닌 정책은 더 큰 부작용을 낳는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이종환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발행 ·편집인 : 이종환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