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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내칼럼
[여명] 코로나시대의 노동, '87년 체제'를 극복하라

<김정곤 사회부장>

임금 인상에만 매몰된 투쟁

노동계 내부서도 외면 받아

지속가능성 상실한 노동운동

경직된 관성 극복해야 미래 있어

김정곤 사회부장




지난주는 전태일 50주기였다. 전태일 50주기 앞뒤로 노동계는 물론 시민단체 등 각계에서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다. 지난 1970년대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자신의 몸에 스스로 불을 붙인 청년 전태일의 정신을 50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 되돌아보고 노동의 미래를 고민하자는 의미다.

50년 전과 비교하면 노동을 둘러싼 환경은 많이 개선됐다. 하지만 아직도 적지 않은 과제가 남아 있다. 더구나 지금은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른 디지털 전환이 노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기존 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확산하면서 일자리에 영향을 미치고 노사관계와 법·제도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연초부터 불어닥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면서 노동계에도 적잖은 충격과 고민을 남겼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노동계는 별로 변하지 않은 것 같다. 민주노총의 불참에 결국 반쪽짜리로 전락한 노사정 대화가 상징적이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노사정이 22년 만에 한 테이블에 앉았지만 민주노총은 결국 사회적 대화를 거부했다. 현재 진행 중인 민주노총의 내년도 집행부를 뽑는 선거전에서 보이는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다. 4개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지만 투쟁 중심의 주장에 무게가 실리면서 사회적 대화를 강조하는 공약은 묻혀버렸다. 이대로라면 내년 초 출범할 새로운 집행부 역시 투쟁 일변도의 행보를 보일 것이 뻔하다. 특히 내년은 대선을 코앞에 둔 정치의 시간이다. 포퓰리즘에 기초한 각종 요구와 주장이 쏟아질 것이다. 민주노총도 역시 더욱 정치화될 가능성이 높다. 노동개혁은 이미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민주노총은 1987년 6월 민주항쟁과 7·8·9월 노동자 대투쟁의 결과로 1995년 깃발을 올렸다. 지난해는 조합원 100만명 시대를 열며 한국노총을 제치고 제1노총으로 부상했다. 올해는 설립 25주년이다. 하지만 민주노총에 대한 평가는 그리 후하지 않다. 높아진 위상에 걸맞지 않게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민주노총으로 대변되는 노동운동은 이미 임금 인상과 단체협약, 고용만을 위한 활동으로 전락했다. 노동조합 내부의 정파성과 투쟁 중심의 관성에 빠져 노동계 내부의 20대80을 초래했다. 세상은 급속히 바뀌고 있는데 노동계는 여전히 낡은 사고에 빠져 경직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을 향한 비판은 노동계 내부에서도 적지 않다. “제1노총으로서 사회적·정치적 권리만 누리고 책임과 의무를 저버려 사회적 적폐가 돼가고 있다.”(이충재 공공노총 위원장) “한국 노동운동이 심각한 위기 상황을 맞았다. 분파 활동의 피해가 심각한 상황을 보이고 있다. 양대 노총이 자초한 결과다.”(김금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명예이사장) “노동운동이 임금인상에 매몰돼 있다. 1980년대 노동운동할 때 관성이 아직 남아 있다. 상위 10%에 속한 노동자들과 하위 50%의 노동자들은 20~30년간의 건널 수 없는 강이 있다. 노동 내부의 분단이다.”(한석호 전태일50주기행사위원회 실행위원장)

노동계 내부의 문제의식은 현재의 노동운동이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는다는데서 출발한다. 1987년은 노동운동이 사회적 시민권을 얻은 해로 평가된다. 노동운동은 1987년 체제를 통해 성장했지만 이후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 전환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 결과가 지금의 낮은 노조조직률(11.8%), 임금에 매몰된 투쟁, 노동계 내부의 양극화다. 코로나19 시대의 노동운동은 어떠해야 하는가. 세상이 바뀌고 있다. 87년 체제의 경직된 관성을 극복하지 못하면 노동운동의 미래는 결코 없다. 지금 민주노총은 어디로 가는가. mckid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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