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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조국과 삼성, 오락가락 검찰개혁

이재용 산업부 차장

지난해 9~10월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일대는 주말마다 시위대의 촛불로 가득 찼다. 당시 검찰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에 반대하며 ‘검찰개혁’을 외치던 촛불집회 참가자들로 검찰청사 인근 도로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여권에서도 검찰의 조 전 장관 수사를 비난하는 발언들이 쏟아졌다. 당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검찰이 언론플레이를 통한 피의사실 유포, 먼지털기식 별건 수사, 과잉 압수수색, 특정 정치권과의 내통 등 잘못된 과거와 결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 검찰개혁을 외치는 시민들의 촛불과 여권의 공세 이후 검찰의 낡은 수사 관행은 과연 사라졌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올시다’이다.

지난해 촛불집회 이후에도 줄곧 진행된 검찰의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 수사가 대표적인 예다. 이 수사는 지난해 여당 원내대표가 지적했던 검찰의 낡은 수사 관행이 총망라된 종합선물세트라 할 수 있다.

먼저 먼지털기식 수사다. 지난 2018년 11월부터 시작된 수사는 무려 1년8개월이나 계속됐다. 삼성 임직원 110여명이 검찰에 430여회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재계에서는 검찰이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자 수사기간을 계속 늘리며 압수수색과 소환조사를 반복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래놓고도 검찰이 이 부회장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은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기각됐다.

아울러 삼성이 이 사건으로 압수수색을 당한 횟수만 50여차례이니 과잉 압수수색이라 할 만하다. 조 전 장관 수사 이후 사라진 듯한 검찰의 피의사실 유포 행태도 이번에 되살아난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나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개최 등을 앞둔 중요한 시점이면 어김없이 일부 언론을 통해 수사 내용으로 의심되는, 이 부회장 측에 불리한 사실들이 흘러나왔다.



이처럼 검찰의 잘못된 수사 관행은 여전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여당 및 시민단체의 시선은 180도 달라졌다. 조 전 장관 사태 때 입만 열면 검찰개혁을 외치던 민주당과 시민단체들이 이 부회장 사건에 대해서는 오히려 검찰 편을 들고 있다. 이들은 검찰개혁 방안으로 도입된 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를 무시하고 검찰이 이 부회장을 기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쯤 되면 답이 나온다. 여권과 시민단체가 부르짖는 검찰개혁은 검찰이 자기편을 수사할 때만 해당한다는 것이다. 검찰이 과잉·표적수사로 아무리 기업을 헤집어놓아도 집권세력에는 상관없는 일일 뿐이다.

지금 다시 정부와 정치권에서 쏟아져나오는 검찰개혁 주장의 순수성이 의심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 편과 네 편,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를 떠나 모든 국민이 검찰권 남용으로부터 보호받는 게 진정한 검찰개혁의 방향이어야 한다.
jy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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