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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 무소유의 삶 다시 되새기다

[19일 법정스님 입적 10주기]
"무엇인가 갖는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
추모법회 간소하게 진행
산문집 등 전자책 제작도

  • 최성욱 기자
  • 2020-02-16 13:16:27
  • 문화
이 순간, 무소유의 삶 다시 되새기다
법정스님 영정사진./사진제공=맑고 향기롭게

“흔히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은 행복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원하는 것을 막상 갖게 되면 한동안은 기쁘고 흥분될지 모르지만 머지않아 시들해집니다. 누구나 겪는 일입니다. 모두 덧없는 것들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찬란한 봄날, 우리가 이 순간을 사람답게 살 수 있다면 그 안에 행복은 깃들어 있습니다.”

2006년 4월 서울 성북구 길상사에서 열린 봄 정기법회. 법정스님은 이 자리에서 “이 순간을 사람답게 살 수 있다면 그 안에 행복은 깃들어 있다”며 ‘스스로 행복하라’고 설파했다.

오는 19일이면 법정스님이 입적한 지도 10년을 맞는다. 하지만 스님이 남긴 말과 글은 시공간을 초월해 여전히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준다. 생전 ‘무소유’를 몸소 실천한 스님은 불자가 아닌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로 불교 교리를 전파하는데 힘써왔다. 법정스님 입적 10주기를 앞두고 산문집, 법문집 등 다양한 유고집들이 잇달아 출간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법정스님이 생전 남긴 말과 글을 통해 스님의 사상과 가르침을 되새겨 봤다.

세속 명리와 번잡함을 싫어했던 스님은 홀로 땔감을 구하고, 밭을 일구며, 청빈을 실천했다. 무소유의 삶은 스님의 일기 곳곳에서 드러난다. 스님은 1976년 첫 산문집 ‘무소유’에서 ‘우리는 필요에 의해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이 쓰이게 된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책은 스님이 입적한 2010년까지 180쇄를 찍은 대표적인 베스트셀러다.

법정스님은 2008년 8월 마지막 하안거 결제법문에서는 ‘모든 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것도 소유하지 않아야 한다. 모든 것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것도 되지 않아야 한다. 모든 것을 가지려면 어떤 것도 필요함 없이 그것을 가져야 한다. 버렸더라도 버렸다는 관념에서조차 벗어나라. 선한 일을 했다고 해서 그 일에 묶여 있지 말라.’는 가르침을 남겼다. 이를 포함해 2003년 5월부터 2009년 4월까지 스님의 정기법회 법문, 하안거와 동안거의 결제 및 해제 법문, 부처님 오신날 법문을 엮은 법문집이 ‘일기일회(一期一會)’다. 일기일회란 지금 이 순간이 생애 단 한 번의 시간이며, 지금 이 만남이 생애 단 한 번의 인연이라는 의미다.

‘무소유’ 속 ‘미리 쓰는 유서’라는 글귀에서는 ‘생명의 기능이 나가 버린 육신은 보기 흉하고 이웃에게 짐이 될 것이므로 조금도 지체할 것이 없이 없애 주었으면 고맙겠다. 그것은 내가 벗어버린 헌옷이니까. 물론 옮기기 편리하고 이웃에게 방해되지 않을 곳이라면 아무 데서나 다비해도 무방하다. 사리 같은 걸 남겨 이웃을 귀찮게 하는 일을 나는 절대로 절대로 하고 싶지 않다’고 쓰기도 했다. 스님의 장례는 유지에 따라 일체의 장례의식을 제외하고 다비식을 진행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출가 수행자이면서 수필가였던 법정스님은 ‘무소유’를 시작으로 생전에 산문집 13권, 잠언집 3권, 법문집 2권, 여행서 1권, 역서·편저 12권 등 30여권의 저서를 남겼다. ‘그동안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겠다.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달라’는 유언에 따라 모든 출판물이 절판됐지만 말과 글을 찾는 요구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법정스님이 발족한 시민단체 ‘맑고 향기롭게’는 스님의 저서를 전자책으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오는 19일 열리는 ’법정스님의 10주기 추모법회‘는 스님의 육성이 담긴 영상을 보며 그 의미를 되새겨보는 자리로 마련됐다. ’맑고 향기롭게‘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온 국민의 심리적인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법정스님의 법문을 통해 대중들이 마음을 안정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고 전했다. 마지막까지 스님이 남긴 청빈의 가르침에 따라 추모법회는 평소와 다름없이 간소하게 진행될 예정이다.

법정스님은 1932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1956년 효봉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사미계를 받은 후에는 통영 미래사, 지리산 쌍계사 탑전 등에서 수행했으며, 1975년부터는 순천 송광사 뒷산에 작은 암자인 불일암을 짓고 청빈한 삶을 실천하며 수행에 정진했다. 1995년에는 서울 도심의 대원각을 시주받아 길상사로 고치고 회주로 있었다. 세수 78세, 법랍 55세로 입적했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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