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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군인? 트랜스젠더 여대생? 방아쇠 당긴 성소수자 논의

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 강제 전역 판정을 받은 변희수 부사관이 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군 최초로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은 부사관이 복무를 계속 희망하면서 수면 아래 있던 한국 사회 성 소수자 문제가 급부상했다. 그동안 ‘보이지 않던 사람’으로 있던 성 소수자들이 유튜브 등을 통해 얼굴을 드러내고 적극 목소리를 내는 반면 이들을 포용하는 사회적 논의는 전무했던 게 드러났다. 이번 기회에 성 소수자까지 반영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애국심·실력 있어도 트랜스젠더면 안돼=경기 북부의 한 부대에서 전차조종수로 근무해온 변희수 하사는 지난해 겨울 휴가를 내고 태국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어린 시절부터 군인이 되기를 희망했던 변 하사는 성적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가운데서도 부사관 특성화고등학교를 입학해 부사관에 임관했다. 그는 “성 정체성에 대한 혼란한 마음을 줄곧 억누르고 또 억누르며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자 하는 마음 하나로 가혹했던 부사관학교 양성과정, 남성들과의 기숙사 생활도 이겨냈다”면서도 “그에 비례해 제 마음 또한 무너져 내렸고 정신적으로 한계에 다다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4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부사관으로 임관해 임관 후에도 전차조종수로서 기량 평가에서 A등급을 받을 만큼 군 복무에 열심이었다는 게 군인권센터 측 설명이다.

그러나 육군은 변 하사에 대해 지난 22일 전역심사위원회를 열고 강제 전역을 결정했다. 육군은 “심사위에서 군인사법 등 관계 법령상의 기준에 따라 ‘계속 복무할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생식기를 절제해 심신장애 3급을 받아 군 복무가 어렵다는 것이다. 변 하사는 “최전방에 남아 나라를 지키는 군인으로 계속 남고 싶다”며 “저와 같은 성 소수자들이 국가를 지키고 싶은 마음 하나만 있으면 복무할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한국군 최초의 성전환 수술을 한 트랜스젠더 부사관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속 부대는 “미안하다” 軍, 트랜스젠더 규정 전무=트랜스젠더 군 이슈가 나올 때까지 군 내에서 트랜스젠더 군인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나 규정은 전무한 편이었다. 통상 성전환 수술을 받은 사람은 아예 군 면제 대상이다. 성 정체성 혼란을 겪는 남성 또한 성 주체성 장애로 분류해 입영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변 하사에 대한 긴급구제를 내리면서 국방부에 트랜스젠더 군인의 복무에 관한 법령, 규정,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군은 최근 의무복무기간을 마치지 못한 사람도 심신장애 치유 가능성, 복무 가능성, 군에서의 활용성 등을 고려해 의무복무기간 동안 현역으로 복무할 수 있도록 시행규칙을 신설했다. 그러나 변 하사는 이미 전역 결정을 받아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아울러 의무복무기간을 마친 후 장기복무를 신청할 때 다시 신체조건을 검증받아야 할 뿐만 아니라 수술 후 계속 호르몬 치료를 받아야 하는 점이 군 복무에 여전히 제약으로 해석될 수 있다.



육군이 생물학적 성을 기반으로 트랜스젠더 관련 지침 마련에 손을 놓은 반면 정작 군인들 사이에선 트랜스젠더에 대해 변화된 목소리들이 나오는 분위기다. 변 하사는 지난해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하기에 앞서 해당 부대에 알렸고 이 과정에서 부대로부터 지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변 하사는 “사적 국외여행 허가서에 여행 목적으로 ‘의료 목적 해외여행’이라고 적시했다”며 “(복무했던) 여단에서 전역심사위에 제가 복무에 적합하다는 답변까지 올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육군의 전역 결정에 소속 부대에서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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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여대생은 가능할까=트랜스젠더를 둘러싼 이같은 문제는 비단 군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입학 시 여학생만 뽑는 여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화여대·숙명여대·덕성여대·성신여대 등 국내 주요 여대에서는 현재까지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뒤 입학을 신청하거나 재학 중 남성으로 전환하는 것과 관련해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국내 여대는 학부 과정에서 여성만 입학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입학서류에서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2’ 또는 ‘4’로 시작하는지 확인하는 방식으로 제한을 두고 있다. 성전환 수술을 거쳐 법적으로 주민등록번호까지 여성으로 변경한 트랜스젠더의 경우 서류상으로 여대 지원이 가능하나 실제 입학이 가능할지는 명확한 규정이 없는 게 현실이다. 여대에 재학하다 남성으로 성전환한 경우 역시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국내 한 사립대학 관계자는 “학칙에 여성만 대학에 다니도록 규정돼 있어 재학 중 남성이 된 학생은 이 학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성 소수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한국 사회가 이들이 겪는 차별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의 박한희 변호사는 “예전에는 성 소수자가 자신을 드러내기 어려운 분위기였지만 최근에는 자유롭게 자신을 드러내고 권리 의식도 높아졌다”며 “우리 사회 어디에서든지 트랜스젠더를 찾을 수 있는 만큼 트랜스젠더 이슈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미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도 “그동안 차별당하고 배제됐던 트랜스젠더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포용할지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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