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목 시세보기

서울경제

HOME  >  사회  >  사회일반

"신동빈, 박근혜 요구 불응땐 불이익 두려움"… 뇌물혐의 '수동성' 인정

[신동빈 회장 집행유예 확정]☞판결 내용과 의미는
경영비리 일부 배임혐의만 유죄로 본 원심 확정
신격호 징역 3년…신동주·서미경·임원들은 무죄

'신동빈, 박근혜 요구 불응땐 불이익 두려움'… 뇌물혐의 '수동성' 인정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국정농단 뇌물’ 공여 혐의 등으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상고심 선고 공판이 열린 17일 재판이 끝난 후 이병희 롯데그룹 상무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17일 대법원 판결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실형 여부를 가른 핵심 쟁점은 롯데가 지난 2016년 5월 K스포츠재단에 건넨 70억원 뇌물의 성격이었다. 1심은 롯데가 잠실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재취득이라는 명확한 현안을 두고 70억원을 K스포츠재단에 상납해 묵시적 청탁을 했다고 봤다. 그 결과 신 회장은 2018년 2월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반면 2심은 신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수동적으로 70억원을 줬다고 보고 같은 해 10월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신 회장을 석방했다. 하급심 판단이 갈린 상황에서 대법원은 결국 항소심 재판부의 손을 들어줬다.

'신동빈, 박근혜 요구 불응땐 불이익 두려움'… 뇌물혐의 '수동성' 인정

당초 법조계 일각에서는 올 8월 박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신 회장이 불리한 입장에 선 것이 아니냐는 진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삼성·롯데 뇌물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면서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강요죄는 무죄로 판정했기 때문이다. 당시 전원합의체는 최씨 판결문에서 강요죄를 무죄 취지로 판단하며 “박 전 대통령의 요구는 뇌물 요구에 해당하고 이 부회장과 신 회장은 그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명시했다. 이어 “이 부회장과 신 회장은 뇌물 요구에 편승해 직무행위를 매수하려는 의사로 적극 뇌물을 제공한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 신 회장에게 공포심 등을 일으킬 만한 해악을 고지했다고 볼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이 부회장은 물론 신 회장 역시 강요죄의 피해자가 아니라 적극적인 제3자 뇌물공여 범죄자라는 해석이었다.

하지만 이날 대법원은 신 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그가 박 전 대통령에게 먼저 청탁하지 않은 점을 감형 판단에 반영한 2심 결정을 그대로 수용했다. 신 회장의 항소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지원 요구가 가벼운 제안 정도가 아니라 불응할 경우 기업활동 전반에 걸쳐 직간접적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두려움을 느끼게 할 정도였다”며 “수뢰자의 강요행위로 인해 의사 결정의 자유가 다소 제한된 상황에서 지원금을 낸 신 회장에게 뇌물공여의 책임을 엄히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원심에 부정한 청탁, 대가관계에 대한 인식, 강요죄의 피해자와 뇌물공여자 지위의 양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설명했다.

법조계는 신 회장의 뇌물 제공을 수동적인 반응으로 본 이번 대법원 판단이 이 부회장 뇌물 사건과는 다소 구분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8월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부회장의 뇌물이 그의 승계 현안을 위해 삼성그룹이 조직적·적극적으로 대응한 결과로 해석한 듯한 판결을 내놓았다. 당시 김명수 대법원장은 “삼성전자·삼성생명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권 강화라는 뚜렷한 목적을 갖고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승계 작업을 진행했다”며 “이러한 승계 작업에 관해 박 전 대통령의 직무권한이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된 부정한 청탁 내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승계 작업 자체로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각각의 현안과 대가관계를 증명할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5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는 제3자 뇌물공여죄만 적용됐지만 이 부회장의 경우 횡령액이 50억원을 넘으면 무기징역이나 유기징역 5년 이상의 형을 받아야 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죄로 기소됐다는 점도 양형 판단에 있어 두 사람의 결정적 차이로 지적됐다. 신 회장이 이 부회장보다 집행유예 판결을 끌어내기 훨씬 유리한 혐의였던 것이다. 형법상 집행유예 대상은 3년 이하의 징역형만 해당한다.

대법원은 신 회장의 ‘경영비리’ 사건에 대해서도 롯데시네마 매점에 영업이익을 몰아줬다는 일부 배임 혐의만 유죄로 본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을 비롯해 신격호 명예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 및 그 딸 신유미씨에게 급여를 지급했다는 횡령 혐의, 롯데피에스넷 현금 자동입출금기(ATM) 구입에 롯데기공을 끼워 넣었다는 배임 혐의, 롯데피에스넷 지분인수·유상증자 관련 배임 혐의 등은 모조리 무죄로 확정됐다.

함께 기소된 신 전 부회장, 서미경씨와 채정병 전 롯데카드 대표, 황각규 롯데지주(004990) 부회장, 소진세 교촌에프앤비 대표,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대표 등도 모두 무죄를 확정받았다. 신 명예회장과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만 각각 징역 3년에 벌금 30억원,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최종 선고받았다.

롯데 경영비리 사건은 법조계에서도 두고두고 회자되는 검찰의 대표적 별건 수사 사례다. 검찰은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이 형제간 경영권 다툼을 벌이는 과정에서 2016년 비자금 의혹을 파헤치겠다며 그룹 전체를 대대적으로 수사했다. 그러다 비자금 정황이 제대로 나오지 않자 ‘경영비리’로 간판을 바꿔 총수 일가 전체를 재판에 넘겼다. 이 과정에서 그룹 2인자였던 이인원 전 롯데쇼핑(023530) 부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3년 이상 끌어온 롯데 일가에 대한 사법 절차가 별 소득 없이 끝난 셈이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XC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이메일 보내기

보내는 사람

수신 메일 주소

※ 여러명에게 보낼 경우 ‘,’로 구분하세요

메일 제목

전송 취소

메일이 정상적으로 발송되었습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