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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도시-우란문화재단] 옛공장의 질감 그대로...성수동 풍경에 녹아든 문화·예술 플랫폼

  • 진동영 기자
  • 2019-07-31 16:03:59
  • 기획·연재
[건축과도시-우란문화재단] 옛공장의 질감 그대로...성수동 풍경에 녹아든 문화·예술 플랫폼
우란문화재단 전경. 공연·전시 공간 등으로 활용되는 앞부분 저층 건물은 공장 형태를 본떠 만들었다. 뒷쪽 12층짜리 오피스 건물은 블록을 겹쳐 쌓은 듯 분절해놓아 주변 골목의 작은 건물들과 어울리도록 했다. /사진제공=우란문화재단

기자가 서울 성동구 성수동 ‘우란문화재단’ 건물을 찾았을 때는 장맛비가 내리고 있었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건물 사이로 난 작은 골목길과 그 안에 자리 잡은 카페에는 인근의 젊은 직장인들이 계속 오고 가며 공간을 채웠다.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본 다른 건물인가 싶지만 한걸음 떨어져서 보면 분명 같은 건물이다. 우란문화재단을 설계한 김찬중 ‘더시스템랩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예전 작은 건물들이 밀집하면서 생겨난 ‘골목길’의 속성을 유지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요새 서울에서 가장 ‘힙’하다고 소문난 성수동에서 처음 문화·예술 공간으로 자리 잡은 우란문화재단은 위트 있고 독특한 외관으로 눈길을 끈다. 전시·공연 등이 가능한 문화·예술 공간인 1~3층은 마치 어린아이가 스케치북에 그린 공장처럼 생겼다. 그 뒤로 우뚝 솟은 12층짜리 오피스 건물은 블록을 엇갈려 쌓은 것처럼 보인다. 지난해 10월 모습을 드러낸 우란문화재단은 주변의 낮은 건물 사이에서 높다랗게 서 있지만 튀거나 어색하지 않고 주변과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건축과도시-우란문화재단] 옛공장의 질감 그대로...성수동 풍경에 녹아든 문화·예술 플랫폼


[건축과도시-우란문화재단] 옛공장의 질감 그대로...성수동 풍경에 녹아든 문화·예술 플랫폼
외벽은 바로 옆 창고 건물의 질감을 따라 콘크리트에 홈을 팠다. /사진제공=우란문화재단

■공업지역 향수 살린 설계

스티로폼 볼드 이용…레고 쌓듯 차곡차곡

과거·현재 공존하는 주변과 이질감 최소화

“원래 있던 건물처럼”=우란문화재단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모친인 우란(友蘭) 박계희(1935~1997) 워커힐미술관 관장의 이름을 따 지난 2014년 설립됐다. 문화·예술 분야 인재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설립 후 4년 동안은 서울 용산구 동빙고동에 있다가 지난해 10월 성수동에 신사옥을 짓고 이전했다. 지상 12층~지하 6층, 연면적 1만5,248㎡ 규모의 철근콘크리트 건물은 1970년대 산업화의 흔적과 수공예 공방의 자취를 남기고 있는 투박한 주변 건물들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재단은 성수동으로 이전하면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동네 특성에 녹아들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다. 한때 공업지역이었던 성수동은 최근 청년 예술가와 디자이너 등이 몰리면서 젊은 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지역 중 하나로 떠올랐다. 기존 공장·창고를 리모델링해 지역 특색을 살리면서 새로운 시도를 이뤄내는 중이다. 재단도 비슷한 방향의 조화를 원했다. 주변과의 ‘관계성’을 중점적으로 고민한 프로젝트다. 건물 사이에 골목길을 둬 사람들이 오갈 수 있도록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독특하게 생긴 건물 외관은 공간을 ‘수직적 연장’하는 콘셉트다. 주변 건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기 때문에 자칫하면 주변과 단절되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해 큰 건물을 주변 건물과 비슷한 크기의 작은 덩어리 수십 개로 쪼갰다. 작은 블록 여러 개를 입체적으로 쌓은 것처럼 보이도록 하고 모든 공간에는 발코니를 둬 건물을 잘게 분절시켜 보이도록 했다. 일반적인 노출 콘크리트 처리와 다르게 고밀도 스티로폼 몰드를 이용해 수직으로 홈을 파 가까이서 봤을 때 웅장한 스케일에 따른 이질감을 최소화했다.

‘텍스처(질감)’도 중요한 요소다. 공장지대였던 성수동 일대는 공장·창고·주택 등 각 건물에서 나타나는 다양하고 풍성한 질감이 조화를 이룬 곳이다. 김 대표는 “우란문화재단 프로젝트를 맡은 후 성수동의 질감을 포용하는 식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냈고 재단도 동의했다”며 “새 건물이지만 원래 이곳에 있던 건물처럼 보이고 싶었다. 외벽의 홈은 건물 근처 창고의 질감을 옮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층부의 공장 모양 건물 또한 공장지대였던 성수동의 특색을 반영한 디자인이다. 바뀌어 가는 성수동의 향수이면서 가벼운 위트를 담은 수사적 표현인 셈이다. 문화·예술이라는 새로운 ‘상품’이 생산되는 곳이라는 의미도 담겼다.


[건축과도시-우란문화재단] 옛공장의 질감 그대로...성수동 풍경에 녹아든 문화·예술 플랫폼
1층 로비. 공장이 많았던 지역 특성을 살려 천장을 노출로 설계하고 벽도 공사 현장 느낌이 나도록 했다. /사진제공=우란문화재단

[건축과도시-우란문화재단] 옛공장의 질감 그대로...성수동 풍경에 녹아든 문화·예술 플랫폼
우란1경 내부. 시각예술을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선보이는 공간이다. /사진제공=우란문화재단

■ 문화·예술·오피스가 하나로

공연장·전시장 대신 ‘景’으로 명칭 통일

어떤 장르도 소화 가능하도록 공간 조성

우란문화재단은 문화·예술 공간과 오피스 공간이 합쳐진 독특한 구조로 이뤄져 있다. 역할적인 측면에서는 재단의 기본활동인 문화·예술인 창작활동 지원을 위한 ‘우란경’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공연장·전시장·녹음실 등 공간 특성을 이름에 담지 않고 ‘경(景)’이라는 명칭으로 통일해 선입견 없이 각 공간에서 자유롭게 펼쳐질 예술적 풍경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했다. 우란경은 총 5개 공간으로 우란 1~5경으로 불린다. 1경은 시각예술 중심, 2경은 공연 중심, 4경은 녹음실 공간이다. 3경과 5경은 여러 예술적 시도와 심도 있는 주제를 연구할 수 있는 레지던시 공간으로 구성됐다.
[건축과도시-우란문화재단] 옛공장의 질감 그대로...성수동 풍경에 녹아든 문화·예술 플랫폼
우란5경 내부. 문화·예술 분야의 인재들이 입주해 레지던스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제공=우란문화재단

기본적 역할은 나뉘어 있지만 특정 공연이나 전시에 국한하지 않는 멀티 플랫폼 형태다. 공연장으로 쓰이는 2경은 무대와 객석이 고정돼 있지 않아 어떤 형태의 새로운 공연도 소화할 수 있도록 했다.

오피스 공간은 외부와 마찬가지로 성수동의 지역적 특색이 묻어나도록 디자인했다. 1층 로비 외벽은 철판을 접어 공업지역의 느낌이 나도록 표현했다. 천장은 기본적으로 노출형으로 둬 각종 파이프와 배선이 그대로 보이도록 했다. 공업지대의 레트로한 감성을 살리는 데 중점을 뒀다.

오피스 공간에는 우란문화재단 사무실뿐 아니라 설계를 맡은 더시스템랩도 입주했다. 입주사들은 지하 1층의 입주사 전용 식당을 비롯해 12층의 펍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12층의 펍은 오후 영업시간 전까지 회의 공간 등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각기 다른 업체들이 입주한 공간이지만 건물 전체를 다 사용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설계했다. 공간마다 발코니를 둔 것은 건물 외부와의 상호작용이 일어나기를 기대해서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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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란2경 내부. 무대와 객석을 고정하지 않아 자유로운 구획이 가능하다. /사진제공=우란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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