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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느낄 것"...이란의 경고에도 미국이 구성하려는 '호르무즈 호위 연합체'는

호르무즈 해협서 이란의 반복된 공격에

美 선박 보호 위해 연합체 구성 계획

美, 이란이 원유 핵심 요충지 호르무즈 해협서

"원유 수송 방해한다" 주장

"군사 목적 아니다" 美 주장에도 이란 강경대응 예고

이란 혁명수비대 문장 /위키피디아




“미국은 페르시아만에 들어올 때마다 강한 심리적 압박을 받은 나머지 지옥처럼 느끼게 될 것이다.”

미국에 이처럼 무시무시한 경고를 날린 이는 이란 혁명수비대 알리 파다비 부사령관이다. 파다비 부사령관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미국의 배가 페르시아만에 진입할 때는 언제나 자기들끼리 ‘지옥에 들어왔다’고 말할 것이고, 떠날 때는 ‘지옥에서 벗어났다’고 말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18일(현지시간)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던 미 해군 강습상륙함 복서함에서 제11해병원정대 소속 UH-1Y 헬리콥터가 이륙하고 있다. /호르무즈해협=로이터연합뉴스


이란 혁명수비대가 이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바로 미국이 구상하고 있는 ‘호르무즈 호위 연합체’ 때문이다. 전략적 요충지이자 세계 최대의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은 이 지역을 지나는 민간 선박을 보호하겠다며 연합체를 구성하기 위해 여러 국가에 ‘함께 일하자’고 요청하고 있다. 미국 측은 18일(현지시간) 호위 연합체 구상과 관련해 “몇몇 나라로부터 동참에 대한 긍정적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밝힌 상태다.

미국이 호위 연합체를 구성하면서 선박 보호에 나서려는 이유는 지난 5월 이란의 원유 수출을 금지하는 제재를 가한 이후 호르무즈해협 인근에서 크고 작은 충돌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3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란을 방문하던 시기 호르무즈 해협 부근에서 유조선 2척을 피격한 배후로 이란이 지목된 가운데 지난 10일에는 이란 혁명수비대 소속으로 추정되는 무장 선박들이 호르무즈 해협에 진입하는 영국 유조선 ‘브리티시 헤리티지호’를 나포하려다 실패하기도 했다.

지난달 20일에는 이란이 이란 남동부 부근 해상에서 미군 무인정찰기 RQ-4 글로벌호크 1대가 영공을 침범했다며 지대공미사일로 이를 격추했다. 미국은 당시 보복공격을 계획했다가 이로 인해 15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보고에 따라 계획을 중단했다. 실제로 보복조치가 이루어지진 않았지만 양국 갈등이 정면 군사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중동 일대를 뒤덮고 있다.

지난달 13일(현지시간) 오만해 인근에서 유조선 2대가 피격당한 가운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워싱턴DC에 위치한 국무부에서 브리핑을 열고 있다. /워싱턴DC=블룸버그


여기에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란산 석유연료를 해상환적 수법으로 밀수하던 외국 유조선 1척과 선원 12명을 지난 14일 법원 명령으로 억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해당 유조선은 이란이 조난신호를 받고 구조했다고 밝혔던 파나마 선적의 ‘리아호’로 밝혀졌다. 이에 미 국무부는 “이란은 억류한 선박과 선원을 즉각 석방해야 한다”며 “이란 혁명수비대가 계속해서 선박들을 괴롭히고 호르무즈 해협 안팎에서 안전한 항행을 방해하는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도 미국은 이 같은 이란의 공격 행위가 원유 가격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3분의 1이 지나는 요충지로, 이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면 원유시장도 함께 출렁인다. 미국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원유 수송을 의도적으로 방해해 원유 가격을 끌어올린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원유를 거래하는 관련국의 미국 주재 대사를 모아 해양안보 계획을 설명하는 등 이 지역에서 배가 안전하게 운항하는 것을 특히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스티븐 므누신(왼쪽) 재무장관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를 단행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워싱턴DC=블룸버그


일각에선 미국이 호위 연합체를 구성하지 못할 경우 오랫동안 이어진 이란과의 갈등 관계에서 불리한 위치에 처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우방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수니파 이슬람 동맹국인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와 함께 중동지역에서 이란을 포함한 수니파 군 세력을 고립시키려는 시도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연합체를 구성하지 못할 경우 미국이 떠안게 되는 비용적 부담도 크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다만 미국은 호위 연합체가 어디까지나 군사적 연합의 성격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상업용 선박에 대한 공격을 저지하기 위한 감시 활동이지 이란에 대한 ‘압박’을 위한 조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 해군 강습상륙함 복서(Boxer)가 지난 5월 1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만을 지나고 있다./샌디에이고만=AP연합뉴스


미국은 이미 “몇몇 나라가 동참에 긍정적 의사를 보였다”고 말했지만 이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국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UAE에 해군기지를 두고 있는 프랑스는 선박을 호위할 계획이 없으며 호위 연합체가 ‘반(反) 이란’ 성격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이 지역의 갈등을 완화하는 데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한 고위 관계자는 전했다. 영국은 모든 상업용 선박을 호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사실상 동참 거부 의사를 드러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전쟁에 참여하지 않는 일본의 경우 호위 연합체에 동참하는 것이 해외 파병을 둘러싼 일본 여론 내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한국은 아직 미국의 공식적인 제안을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군사적 연합체가 아니라는 미국의 주장에도 이란은 긴장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이란은 “우리의 군사전략은 방어가 원칙으로 전쟁을 먼저 일으키지 않는다”면서도 “적이 오판한다면 이 방어전략은 공격으로 전환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격전략으로 전환은 이란의 모든 국방력이 동원된다는 뜻”이라며 “오만해 북쪽(호르무즈 해협) 바다는 혁명수비대가 철저히 통제권을 가진다”고 강조했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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