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목 시세보기

서울경제

HOME  >  오피니언  >  사내칼럼

[동십자각] 8년전처럼...부품소재 위기의 기시감

황정원 경제부 차장

  • 황정원 기자
  • 2019-07-14 17:09:16
  • 사내칼럼
[동십자각] 8년전처럼...부품소재 위기의 기시감

“반도체는 실리콘웨이퍼, 자동차는 기어박스와 엔진, 휴대폰은 백업배터리, 디스플레이는 기판유리 등 일본이 아니면 공급받기 힘든 핵심부품이 많다.”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했던 지난 2011년 3월 한국 산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일본에서 전력공급 부족과 물류마비 사태가 발생하자 국내 기업들의 생산차질 문제로 불거졌다. 정부 관계자는 국책연구원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우리 기업들이 1개월에서 3개월치 재고를 확보하고 있지만 7~8월까지 버틸 수 없어 고심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핵심 부품소재의 50% 이상을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어 글로벌 금융위기 이상으로 실물경제 위기를 맞게 될 거라는 경고음이 울렸다. 다행히 피해지역이 국한돼 부품소재 공급부족 문제로 번지지는 않았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정부는 ‘국내 산업구조 대응전략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주요 부품 국산화와 수입선 다변화 정책을 서둘러 내놨다. ‘10대 핵심소재 개발사업(WPM)’에 조 단위 예산을 투입하고 부품소재 기업과 수요기업 간 공동 연구개발(R&D)을 통해 자립화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여기까지뿐이었다.

8년이 지났다. 우리는 다가오는 ‘회색 코뿔소(Grey rhino)’를 간과했고 일본의 수입규제 여파로 부품소재 위기가 재연됐다.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은 20% 수준에 불과한데 문제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반도체 3대 소재에 이어 일본이 다음달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하면 그 피해는 자동차·화학·철강 등 전체 산업으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정부는 수입선 다변화와 국내 생산확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 민관 비상대응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고 정부는 반도체 소재를 비롯한 핵심 부품장비 개발에 매년 1조원씩 오는 2025년까지 5조원을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사석에서 만난 한 정부관계자는 발표내용을 보고 “숨이 턱 막힌다”고 했다. 문제가 터졌을 때 기계적으로, 반사적으로 나오는 모습이라는 탄식이다. 이번 대응과정에서도 전형적인 관료의 보신주의와 전시행정이 드러난다. 관계부처 태스크포스뿐 아니라 개별 부처별로 TF가 돌아가면서 대응방안을 찾고 있으나 닥친 문제에 대한 비판을 피하겠다는 생각만 팽배하다. 단순히 R&D를 강화한다고 국산화가 빨라지는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글로벌 밸류체인 구조 속에 모든 부품소재 원천기술을 다 국산화하겠다는 것인지 방향성도 모르겠다. 기업들은 지금까지 시간과 비용의 효율성을 따져 투자해왔고 미봉책과 전시행정만으로는 시간이 지나도 같은 문제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규제 개선 같이 당장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게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 아닐까. 8년 전 시그널이 있었던 부품소재 위기의 기시감은 이번으로 족하다.
garden@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XC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이메일 보내기

보내는 사람

수신 메일 주소

※ 여러명에게 보낼 경우 ‘,’로 구분하세요

메일 제목

전송 취소

메일이 정상적으로 발송되었습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