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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병 우르르 쓰러뜨리고 내것만 '쏙'…프랑스 마라토너 비매너 [도쿄 올림픽]
국제 국제일반 2021.08.09 14:33:592020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마라톤에서 프랑스 마라토너인 모하드 암도우니(33)가 스포츠맨십에 위배되는 행동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8일 일본 삿포로 오도리 공원에서 열린 마라톤 경기에서 암도우니는 선두 그룹에서 달리고 있었다. 28㎞ 지점에서 마라톤 코스 중 물을 마실 수 있는 워터스테이션이 나타났다. 앞선 선수들이 차례로 물병을 집어 든 뒤 암도우니의 차례가 오자 그는 오른손으로 쓸듯이 테이블에 있던 물병을 모두 쓰러뜨린 뒤 자기 물병만 쏙 챙겨서 들고 갔다. 일본인 자원봉사자들이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할 정도로 물병 한 줄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호주의 장거리 육상 선수인 벤 세인트 로런스는 8초 분량의 이 동영상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해당 트윗은 100만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며 암도우니의 비신사적인 행동을 비난하는 댓글이 쏟아졌다. 영국 방송인인 피어스 모건은 암도우니의 행동이 고의적이었다며 욕설을 섞어 비난했다. BBC 방송인인 줄리아 브래드버리도 "암도우니는 경쟁자들이 물을 못 마시도록 일부러 물병을 쓰러뜨렸다"며 비판했다. 네덜란드 정치인인 피터 발스타는 암도우니 바로 뒤에서 달리던 선수가 은메달을 딴 사실에 주목하며 경쟁자를 따돌리기 위한 의도적 행동이었다고 주장했다. 다른 선수들 사이에 끼어서 달린 암도우니가 더위와 습도에 지쳐 실수로 한 행동 같다며 감싼 의견도 적지 않았다. 카메라가 담지는 못했지만 그 앞에 또 하나의 워터스테이션이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해외 누리꾼은 "빠른 속도로 달리면서 물병 하나를 집어 들기란 정말 정말 어렵다"며 "또 다른 워터스테이션이 있었기에 물병을 못 집은 선수는 없을 것"이라고 암도우니를 두둔했다. 남자 마라톤은 엘리우드 킵초게(37·케냐)의 올림픽 2연패로 끝이 났다. 킵초케는 42.195㎞를 2시간 08분 38초에 달렸다. 2위는 2시간 09분 58초에 달린 아브비 나게예(32·네덜란드)가 차지했다. 암도우니가 물병을 쓰러뜨렸을 때 그의 바로 뒤에서 달리던 선수였다. -
에펠탑 앞에서 비치발리볼, 베르사유 궁전 정원서 승마…3년 뒤 펼쳐질 황홀한 올림픽
국제 국제일반 2021.08.09 13:58:17에펠탑 앞에서 비치발리볼을, 베르사유 궁전 정원에서 승마를…. 약 1,000일 뒤면 꿈 같은 낭만이 현실로 펼쳐진다. 100년 만에 파리로 돌아온 올림픽에서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2020 도쿄 올림픽 폐막식 중계를 마치자마자 프랑스 파리 곳곳을 소개하는 여행 프로그램을 자정이 넘도록 연속 방영했다. 유럽 문화 중심지 파리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대한 기대가 벌써 부풀고 있다. 파리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것은 역대 세 번째이자 1924년 이후 100년 만이다. 스포츠 영화의 고전인 ‘불의 전차’가 바로 19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영국 육상 선수들을 그렸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올림픽 슬로건 ‘더 빠르게, 더 높게, 더 힘차게’를 공식화한 것도 이때다. 2024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파리의 유구한 건축 유산을 올림픽 경기에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직위가 공개한 경기장 이미지는 스포츠 팬들과 네티즌들을 잔뜩 설레게 한다. 노을 속에 조명을 밝힌 에펠탑 바로 앞에서 비치발리볼 경기가 열리며, 루이 14세가 건설을 지휘한 베르사유 궁전 정원에서 승마 경기가 펼쳐진다. 또 120년 역사를 자랑하는 전시장 그랑팔레는 펜싱과 태권도 경기를 개최한다. 5년 간 약 6,200억 원을 투입하는 리노베이션이 지난해부터 한창이다. 유도 경기가 열릴 마르스 광장 경기장, 양궁 경기를 치를 앵발리드도 말 그대로 ‘찍으면 그림이 되는’ 광경을 전 세계 올림픽 시청자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파리는 2017년 9월에 2024 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됐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와 경합을 벌이다 2024 파리, 2028 LA로 교통 정리가 됐다. 올림픽 인기가 예전만 못 하다지만 파리는 2012년 대회 유치에도 나서는 등 올림픽에 적극적이었다. 세 차례나 유치전에서 쓴 잔을 든 끝에 개최권을 따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2017년 취임하자마자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유치전 전면에 나서는 등 국가적인 열망을 앞세워 100년 만의 파리 올림픽을 성사 시켰다. 유치전이 한창이던 2017년은 프랑스를 강타한 테러 공포가 가시지 않은 시기였다. 논란이 있었지만 프랑스는 “테러리즘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라도 파리에서 치러야 한다”는 주장을 밀어붙였다. 토니 에스탕게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장은 “주경기장에만 머무는 기존의 개막식 개념을 깨는 것도 하나의 아이디어”라며 “각국 선수단이 각각 배를 타고 센 강에 등장해 수십 만 관중의 환호를 받으며 이동하면 에펠탑과 노트르담 대성당, 루브르 박물관이 자연스럽게 카메라에 담길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사상 첫 포스트 코로나 올림픽, 모두에게 열린 올림픽이 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강조했다. -
"삐약!"…탁구요정 신유빈, 日서 프로 데뷔한다[도쿄 올림픽]
문화 · 스포츠 스포츠 2021.08.09 10:59:50'탁구 요정' 신유빈(17·대한항공)의 '삐약' 기합 소리가 하반기 다시 한번 일본 열도에 울려 퍼진다. 9일 탁구계에 따르면 2020 도쿄올림픽에서 맹활약한 신유빈은 내달 새 시즌을 시작하는 일본 프로탁구 T리그에서 프로로 데뷔한다. 신유빈은 대한항공 선배인 김하영과 함께 후쿠오카시를 연고지로 둔 신생 여자팀 규슈 아스티다 소속으로 약 반년에 걸쳐 2021-2022시즌을 소화하게 된다. 2018년 첫 시즌을 시작한 T리그는 중국 슈퍼리그와 아시아 프로탁구의 양대 산맥으로 커가고 있다. 남자부는 4개 팀으로, 여자부는 아스티다까지 5개 팀으로 이뤄져 있다. 단체전 방식으로 리그가 치러지는 가운데, 여자부는 팀당 20경기를 소화한다. 당초 도쿄 수도권 팀에서 먼저 제의가 왔지만, 신유빈이 신생팀 아스티다를 선택했다. 신유빈의 아버지인 신수현 수원시탁구협회 전무는 "유빈이가 수도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험이 높다는 점, 아스티다가 신생팀이어서 출전 기회를 더 많이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변수는 있다. 방역 상황이 바뀌어 일본 출국, 귀국 절차가 까다로워지면 신유빈의 올 시즌 일본 프로 무대 데뷔는 무산될 수 있다. 백신 2차 접종까지 완료 했고, 접종 완료 후 2주가 지난 뒤 일본에 입국한 신유빈은 자가격리 면제 대상자여서 이번 올림픽 일정을 마치고는 귀국한 뒤 곧바로 가족과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어 출입국할 때 14일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면,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T리그 일정을 소화하기가 힘들어진다. 강문수 대한항공 감독은 "신유빈이 T리그에 나가는 게 경기력에 분명히 도움이 된다고 본다"면서 "방역 상황 때문에 일본에 보내기가 난감해지는 상황이 오지 않는다면, 국내 경기가 없을 때 T리그 일정을 소화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배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유빈은 오는 17~19일 전북 무주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대표 선발전에 출전해 언니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정영식, 장우진(이상 미래에셋증권), 전지희(포스코에너지), 서효원(한국마사회) 등 남녀 단식 세계랭킹 상위 2명이 세계선수권 대표로 자동 선발된 가운데, 남녀 3명씩을 이번 선발전에서 뽑는다. 신유빈은 함께 올림픽에 나선 최효주(삼성생명)를 비롯한 7명의 선수와 경쟁해 3위 안에 들면 오는 11월 23일 미국 휴스턴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신유빈은 또 9월 28일 개막하는 아시아선수권대회에도 출전한다. -
김경문 '껌 씹는 강백호' 논란에 "선배·지도자들이 주의를" [도쿄 올림픽]
국제 국제일반 2021.08.09 04:00:002020 도쿄올림픽 한국 야구 대표팀이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빈손으로 귀국한 가운데 김경문(63) 감독이 “죄송하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출국 당시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며 결연한 각오를 드러냈지만 초라한 성적에 굳은 표정으로 취재진을 맞았다. 야구 대표팀은 일본과의 승자 준결승, 미국과의 패자 준결승에 이어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패하며 참가한 6개국 중 4위에 그쳤다. 김 감독은 "국민들이 많이 성원 보내고 응원해주셨는데 감독으로서 너무 기대에 보답을 못 해서 마음이 매우 아프다"고 이번 대회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앞서 김 감독은 지난 5일 미국과의 패자 준결승에서 패해 대회 2연패가 좌절된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금메달을 못 딴 건 크게 아쉽지 않다"고 말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앞뒤 맥락이 잘린 채 김 감독의 해당 발언만 크게 부각되면서 대표팀 사령탑으로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니냐는 오해를 샀다. 그는 "올림픽에 가는데 금메달을 따고 싶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며 "13년 전에도 그랬듯 선수들과 한 경기 한 경기 하다가 목표를 이루는 것이지 내가 선수들에게 금메달 딴다고 얘기하면 선수들의 부담이 얼마나 크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전혀 그런 뜻이 아니었다"며 "우리가 경기를 열심히 하고 경기 때문에 져서도 마음이 아픈데 그런 내용을 접하고 좀 더 마음이 아팠다"고 덧붙였다. 대표팀은 최악의 경기력에 더해 강백호(22·kt wiz)가 경기를 포기한 듯 심드렁하게 껌 씹는 모습이 TV 중계 카메라에 포착돼 국가대표로서의 태도 논란까지 불거졌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야구계가 여러 가지로 안 좋은 것만 부각되고 있다"며 "강백호에게 물어보니까, 경기에서 이기고 있다가 역전되는 순간에 자기도 어떤 행동을 했는지 모르고 있더라. 선배들, 지도자들이 가르치고 주의를 주면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야구를 너무 안 좋은 쪽으로 공격당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몹시 아프네요"라고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강백호의 이 같은 행동에 경기를 중계하던 박찬호 KBS 야구 해설위원은 “비록 질지언정 우리가 보여줘서는 안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안된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비록 올림픽 2연패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이의리, 김진욱 등 차세대 에이스들을 발굴한 것은 이번 대회의 귀중한 소득으로 꼽힌다. 김 감독은 "국제대회라는 건 13년 전에도 그랬지만 선발이 힘을 내야지 뒤에 야수들도 벤치도 힘을 낼 수 있다"며 "선발에서 조금 부족했지만 이의리나 김진욱 좌완 두 선수가 앞으로 가능성을 보였기 때문에 전혀 실패라고만 생각 안 한다"고 밝혔다. 그는 "타격이라는 것은 투수들이 좋으면 타자가 치기는 어렵다. 13년 전보다도 미국, 일본의 투수가 좋았다. 우리가 인정해야 한다"며 "13년이 지났는데 좀 더 좋은 투수를 못 발굴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김 감독은 마지막싸지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거듭하며 공항을 빠져나갔다. -
폐막식 네덜란드 기수로…난민 출신 하산의 인생역전 [도쿄 올림픽]
국제 국제일반 2021.08.08 21:51:208일 도쿄 올림픽 주경기장에 시판 하산(28·네덜란드)이 네덜란드 기를 들고 입장했다. 지난 1993년 1월 에티오피아 아다마에서 태어났지만 “살기 위해서” 2008년 고향을 떠난 난민 신분으로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정착한 하산이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선수’로 도쿄 올림픽 폐회식 기수로 나섰다. 2021년 하산은 네덜란드와 유럽을 넘어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육상 선수가 됐다. 코로나19 여파로 도쿄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이 대부분 폐막식에 참석하지 못하고 일본을 떠났다. 폐막 하루 전까지 경기를 치른 육상 종목에서 대거 폐막식 기수를 배출한 이유다. 하지만 하산은 기수 중에서도 더 특별했다. 하산은 도쿄 올림픽 주경기장을 가장 자주, 오래 뛴 선수다. 그는 7일 주경기장에서 열린 육상 여자 1만 m 결선에서 29분 55초 32로 우승했다. 2일 5,000m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6일 1,500m에서는 동메달을 따냈다. 중거리 1,500m와 장거리인 5,000m, 1만 m에서 동시에 메달을 획득한 것은 올림픽 육상 역사 초유의 ‘대사건’이다. 하산은 “난민 신분으로 네덜란드에 도착했을 때 정말 끔찍했다. 내게는 모든 문이 닫혀 있는 기분이었고,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밖에 나가서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수영을 하고 싶었지만 돈이 든다는 말을 들었고, 배구를 하고 싶다고 얘기할 때도 돈이 드는 종목이라는 답을 들었다”고 떠올린 그는 “육상은 ‘무료’였다. 그리고 나는 ‘육상이 좋다’고 말했다”고 ‘전설의 시작’을 회상했다. -
미국, 중국 누르고 3회 연속 종합 1위…한국은 16위 [도쿄 올림픽]
국제 국제일반 2021.08.08 20:40:44미국이 2020 도쿄올림픽 마지막 날 중국을 추월해 3회 연속 종합순위 1위를 차지했다. 미국은 도쿄올림픽 폐막일인 8일 여자 농구, 사이클 트랙 여자 옴니엄, 여자 배구에서 금메달 세 개를 추가했다. 이로써 전날까지 중국에 이어 2위였던 미국은 금메달 39개, 은메달 41개, 동메달 33개로 종합순위 1위에 올랐다. 전날 미국보다 금메달 2개가 많아 1위를 지켰던 중국은 이날 여자 복싱에서 은메달만 하나 보태는 데 그쳐 금메달 38개, 은메달 32개, 동메달 18개로 2위로 내려앉았다. 미국은 2012년 런던 대회부터 올림픽 3회 연속 종합순위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 대회 이후 13년 만에 1위를 노렸으나 뒷심에서 밀렸다.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둔 개최국 일본이 금메달 27개, 은메달 14개, 동메달 17개로 3위에 올랐다. 우리나라는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0개를 수확하며 종합 16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
17조 들이고 코로나 3배 확산…도쿄올림픽이 남긴 것
국제 국제일반 2021.08.08 20:27:02애초에 준비했던 ‘부흥·재건’ 구호 대신 ‘안전·안심’을 외쳤지만 2020 도쿄 올림픽이 남긴 것은 ‘완주’뿐이다. 코로나19로 1년 미뤄져 지난달 23일 개막한 도쿄 올림픽은 8일 일본 도쿄 올림픽 스타디움(신국립경기장)에서 진행된 폐막식을 끝으로 17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기대 이상의 대회였다. 코로나19 확산 방지책이 잘 가동됐고 선수들의 경기력은 감동을 줬다”고 평했다. 도쿄 올림픽을 성공 올림픽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IOC 내부 외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AP통신은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 자료를 인용해 이번 대회가 역대 가장 비싼 올림픽이라고 보도했다. 자료에 따르면 도쿄 올림픽은 개최 비용으로만 총 154억 달러(약 17조 6,000억 원)를 썼다. 이 돈이면 300개 병상을 갖춘 병원을 300개 가까이 지을 수 있고 초등학교 1,200개를 세울 수 있다. 보잉747 여객기 38대를 살 수 있는 돈이기도 하다. 대회 1년 연기로 28억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고 사실상의 무관중 진행으로 8억 달러의 수입이 날아갔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개최 비용을 최대 280억 달러까지 잡았다. 지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의 2배 수준이다. 지카 바이러스 공포 속에 시작한 리우 대회는 개막 이후 바이러스 확산이 둔화됐고 일시적인 정국 안정으로 흥행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도쿄 대회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 대유행의 중심에 있었다. 올림픽 개막 이후 도쿄도에서만 연일 4,000명 이상의 신규 확진자가 쏟아졌다. 개막일보다 3배나 늘었다. 선수촌 감염 등 올림픽 직접 관련 누적 확진자도 400명 이상 나왔다. 타액 검사와 위치 추적 등으로 방역의 ‘버블’을 구축했지만 보여주기식 대책일 뿐 확산 억제에 이렇다 할 도움이 되지 않았다. 각국 취재진은 여느 올림픽처럼 좁은 텐트에 다닥다닥 붙어 일했고 빅 매치가 열리는 날에는 자원봉사자들도 우르르 모여 관중처럼 경기를 봤다. 선수단·관계자·취재진 등이 각국으로 돌아간 뒤 올림픽을 매개로 한 또 다른 대유행이 번질지도 모를 일이다. 선수들은 5년간의 준비가 아까워 감염의 위험을 안고도 혼신을 다했고 IOC는 선수들이 주는 감동에 숨어 ‘올림픽 정신’을 홍보하는 데 바빴다. 체감온도가 섭씨 40도를 훌쩍 넘는 불볕 더위에 선수들을 내몬 것을 두고도 논란이 크다. 골프장에서는 일부 캐디가 경기 도중 나가떨어졌고 양궁 선수는 열사병으로 쓰러졌다. 여자 마라톤에서는 15명이나 중도 기권했다. 테니스 선수들은 50도까지 올라간 코트에서 경기 하다 “죽을 수도 있겠다”고 토로했고 카누 선수들은 “뜨거운 수프 위에 떠 있는 것 같다” “목욕물에서 노 젓는 기분”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번 대회 들어 유독 이변이 속출한 것도 코로나19 사태에 더한 ‘살인 더위’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역사상 가장 더운 올림픽에 선수들과 자원봉사자들은 고문당하다시피 했다”고 보도했다. -
스가, 올림픽 완주했지만…코로나 폭증에 ‘가을 심판론’
국제 정치·사회 2021.08.08 20:00:00도쿄 올림픽이 8일 폐막한 가운데 일본에서 코로나19 폭증세가 진정되지 않으면서 스가 요시히데 정권에 대한 심판론이 거세지고 있다. 스가 총리는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개최한 올림픽을 힘겹게 완주했지만 올가을 치러질 중의원 선거에서 역풍을 맞을 신세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일본 지지통신은 “스가 총리가 긴급사태 선언하에 안전한 올림픽 대회 실현을 목표로 했지만 폭발적인 감염 급증이 멈추지 않고 있다”면서 “국민에게 위기감을 전하지 못한 채 의료 붕괴 등의 사태를 초래할 경우 정권에 미칠 타격은 불가피하다”고 보도했다. NHK방송에 따르면 일본의 코로나19 하루 확진자는 지난 7월 1일 1,753명에서 이달 7일 1만 5,753명으로 급증했다. 특히 도쿄도에서는 7일 사상 두 번째로 많은 4,566명이 신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일본 정부의 한 관계자는 “도쿄는 위험한 상황”이라고 지지통신에 전했다. 도쿄도의 하루 확진자가 1만 명까지 폭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현지 전문가들은 5일 도쿄도의 코로나19 관련 회의에서 “현재 추세라면 18일 하루 신규 확진자가 1만 909명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는 내용의 보고를 했다. 도쿄에서는 긴급사태가 네 번째로 선포되면서 시민들의 피로도가 커진 데다 올림픽을 계기로 바이러스에 대한 경계심 또한 약해졌기 때문이다. 도쿄도가 술집과 음식점에 술 판매 금지, 영업시간 단축을 요청해도 이를 수용하지 않고 영업을 하는 곳이 많은 상황이다. 올림픽 분위기를 띄워 정권 지지를 확보하려 한 스가 내각은 되레 역풍을 맞을 처지에 놓였다. 자국 선수단이 이번 올림픽에서 역대 최다인 금메달 27개를 따내며 3위에 올랐지만 정치를 바라보는 민심이 반전될 가능성은 낮다는 얘기다. 지지통신은 “스가 총리는 올림픽을 정권 부양에 연결해 중의원 선거나 자민당 총재 선거를 이기겠다는 계산을 했지만 감염 확대로 결국 빗나갔다”면서 “스가 내각의 지지율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달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이 30% 아래로 떨어진 적도 있다. 일본 정가에서는 스가 총리가 패럴림픽이 끝나는 오는 9월 5일 직후 중의원 해산을 단행하고 총선을 치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9월 30일까지인 자신의 임기 내 중의원을 해산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스가 총리는 총선거에서 실적을 낸 뒤 투표 없이 집권 자민당 총재에 재선되겠다는 구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집권 자민당 일각에서는 스가 내각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당내 소장파 의원을 중심으로 “스가 총리를 간판으로 중의원 선거를 치르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유력 시사 주간지 슈칸분슌은 1일 전체 지역구 정세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올가을 총선에서 스가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는 참패를 겪을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
'암벽 여제' 김자인 분노케 한 '욱일기 형상 암벽'…"책임자 사과해야" [도쿄 올림픽]
국제 국제일반 2021.08.08 19:06:00도쿄 올림픽에서 첫선을 보인 스포츠클라이밍에서 ‘욱일기 형상’ 암벽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5일 열린 남자 콤바인 결선의 볼더링 3번 과제 암벽이 일본 욱일기를 연상케 한다는 것이다. ‘문제 풀이’와 비슷한 볼더링 종목의 코스는 경기 시작전까지 철저히 비공개에 부친다. 3번 과제는 노란 존(zone·가운데에 있는 홀드)을 중심으로 전체적으로 방사형의 원 모양을 띠었다. 스포츠클라이밍을 다루는 외신은 이 과제를 ‘떠오르는 해(욱일)’라는 뜻의 ‘라이징 선(Rising Sun)’으로 불렀다.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도 공식 홈페이지에서 3번 과제를 “35도 경사면에 있는 회색 돌출부와 작은 노란색 홀드로 구성된 일본의 욱일기 모양”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 방송 해설을 맡은 ‘암벽 여제’ 김자인(33)은 8일 SNS를 통해 “왜 굳이 그런 디자인을 볼더링 과제에 사용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올림픽 공식 방송 해설자가 해당 과제 디자인을 두고 ‘일본의 욱일기(Japanese rising sun)’ ‘욱일기를 형상화(the image depicts rising sun)’라고 설명하는 동영상도 올리고 “책임자는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골프 선수 최나연이 ‘찐친’ 김연경에게[도쿄 올림픽]
서경골프 골프일반 2021.08.08 17:56:34런던이랑 리우 때는 현장에서 ‘직관’했는데 이번에는 TV로 보려니 좀 아쉽더라. 그런데 네 표정 하나하나가 더 잘 보이니까 그전과는 느낌이 좀 다르더라고. 마지막 올림픽이라는 얘기가 계속 나와서 그런가. 끝까지 후회 없이 하려는 네 모습이 생생하게 카메라에 담기더라고. 부상과 수술 후유증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첫 경기부터 마지막 세르비아전까지 한 점이라도 더 내려는 네 모습이 감동이었다고밖에는 할 말이 없네. 전 경기를 놓치지 않고 응원했는데, 동료 선수 분들의 절실함도 유독 많이 느껴져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우리 스무 살 때 재활치료센터에서 처음 만났으니까 벌써 15년째인가. 모여서 환호하고 동료들끼리 넘어지면 손잡아주고 또 하이파이브하는 우리 여자 배구 대표팀의 모습이 개인적으로는 부럽기도 했어. 골프 다음으로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가 배구가 된 것도 너 때문이고, 그 덕분에 경기 보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든든한 리더 역할을 해내는 네 모습 보면서 골프 선수로서 동기부여도 참 많이 됐지. 이번 올림픽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친구로서 걱정도 많아지더라고. 언제나 밝고 씩씩하고 대단한 선수지만 짊어지고 있는 무게가 얼마나 무거울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야. 사석에서 만날 때조차 힘든 모습은 보이지 않으려 하니까 더 안쓰러운 생각이 들더라. 돌아보면 올림픽 도전이 딱 10년이구나. 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응원한 거 잘 알지? 그동안 같이 울고 웃게 해줘서 정말 고맙고 수고 많았다. 이번 도쿄에서도 충분히 멋졌으니 후회 같은 것 하지 말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돌아오기를 바라. 돌아오면 해달라는 것 다 해주고 먹고 싶은 것 다 사주고 싶다. 고생 많았다, 연경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9승·US 여자오픈 우승 -
코로나 뚫고…도쿄 녹인 전설들[도쿄 올림픽]
국제 국제일반 2021.08.08 17:54:45코로나19의 대유행과 찌는 듯한 폭염 속에 치러진 도쿄 올림픽에서도 어김없이 새 기록은 작성됐고, 슈퍼스타는 탄생했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드라마에 전 세계 스포츠 팬들은 환호했다. 시판 하산(28·네덜란드)의 도쿄 질주는 ‘위대한 여정’으로 기록됐다. 하산은 올림픽 육상에서 전례가 없는 1,500m(동), 5,000m(금), 1만 m(금) 동시 메달 획득에 빛났다. ‘완전히 다른 종목’인 중거리와 장거리에서 메달을 획득해 ‘신인류’로 불린다. 지난 1993년 에티오피아 아다마에서 태어난 하산은 “살기 위해서” 2008년 고향을 떠나 난민 신분으로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정착했다. 늦은 나이인 15세에 육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지만 이번 대회 기간 여섯 차례 레이스 동안 2만 4,500m를 달리며 육상계를 뒤흔들었다. ‘마미 로켓’ 셸리 앤 프레이저-프라이스(35·자메이카)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엄마’의 자리를 지켰다. 사상 최초의 육상 여자 100m 3회 연속 우승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 무대인 400m 계주에서 우승해 개인 통산 세 번째 금메달(금3·은4·동1)을 목에 걸었다. 2017년 8월 아들 출산 이후 복귀해 최고의 스프린터 자리를 지켜냈다. 역시 엄마 스프린터인 앨리슨 펠릭스(36·미국)는 400m 동메달과 1,600m 계주 금메달을 보태 개인 통산 11개(금7·은3·동1)로 역대 육상 여자 선수 중 최다 메달리스트가 됐다. 케일럽 드레슬(미국)은 새로운 ‘수영 황제’의 대관식을 마쳤다. 은퇴한 마이클 펠프스(미국)의 후계자로 꼽혀온 드레슬은 남자 자유형 100m와 50m, 접영 100m, 단체 종목인 계영 400m, 혼계영 400m에서 5관왕을 차지하며 그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렸다. 접영 100m(49초 45)와 혼계영 400m(미국 3분 26초 78)에서는 세계신기록도 작성했다. 여자 수영에서는 에마 매키언(호주)이 금메달 4개와 동메달 3개로 이번 대회에서만 무려 7개의 메달을 쓸어 담았다. -
수영·육상·근대5종…종목 다변화 희망 봤다[도쿄 올림픽]
국제 국제일반 2021.08.08 17:53:12도쿄 올림픽은 메달 종목 다변화라는 측면에서 희망과 과제를 동시에 발견한 무대였다. 우리나라는 이번 대회에서 29개(전체 33개) 출전 종목 중 8개 종목에서 20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양궁(금4), 펜싱(금1·은1·동3), 체조(금1·동1), 태권도(은1·동2), 유도(은1·동2), 사격(은1), 배드민턴(동1), 근대5종(동1) 등이다. 지난 2016년 리우 대회의 9개 종목, 21개 메달에 비해 모두 줄었다. 하지만 수영·육상·근대5종 등에서 새 희망을 발견하는 수확을 거뒀다. 황선우(서울체고)는 박태환 이후 고민하던 수영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남자 자유형 200m 예선에서 1분 44초 62의 한국 신기록이자 세계 주니어 신기록을 세우고 준결선에 진출한 황선우는 박태환 이후 9년 만에 올림픽 경영 결선까지 올라 7위를 차지했다. 구미 선수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자유형 100m에서도 새 역사를 썼다. 한국 선수 최초, 아시아 선수로도 1956년 멜버른 대회 때 일본의 다니 아쓰시 이후 무려 65년 만에 결선에 진출한 것이다. 준결선에서 47초 56의 아시아 신기록이자 세계 주니어 신기록을 작성한 황선우는 결선에서 5위라는 호성적을 냈다. 다이빙에서도 우하람(국민체육진흥공단)이 3m 스프링보드에서 역대 최고 성적인 4위에 오르며 사상 첫 메달 가능성까지 부풀렸다. 육상에서는 우상혁(국군체육부대)이 남자 높이뛰기에서 2m 35를 넘어 빛나는 4위를 차지했다. 아쉽게 메달 획득에는 못 미쳤지만 1997년 이진택이 세운 종전 한국 기록(2m34)을 24년 만에 갈아치웠고, 한국 육상 트랙&필드 사상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종전 8위)을 냈다. 폐막을 하루 앞둔 7일 전웅태(광주광역시청)는 펜싱·수영·승마·육상·사격을 한 명의 선수가 모두 치르는 근대5종에서 올림픽 사상 최초의 메달(동메달)을 목에 걸어 종전 최고 성적 11위를 훌쩍 넘었다. 정진화(LH)도 4위에 올라 한국의 이 종목 메달 도전 전망을 밝혔다. 전통적인 효자 종목은 희비가 엇갈렸다. 양궁은 2회 연속 금메달 4개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특히 여자 단체전이 9회 연속 금메달로 33년간 정상을 지켰고, 안산(광주여대)은 혼성 단체전, 여자 단체·개인전 우승으로 한국 하계 올림픽 사상 첫 3관왕에 올랐다. 펜싱도 4개의 메달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금3·은4·동1), 프랑스(금2·은2·동1)에 이어 종합 3위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체조에서도 신재환(제천시청)이 남자 도마에서 정상에 올라 2012년 런던 대회 도마 양학선 이후 9년 만에 한국 체조 역대 두 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수확했고, 여서정(수원시청)이 도마 동메달로 한국 여자 체조 첫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그러나 국기 태권도와 사격·구기 등은 주춤했다. 태권도는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2000년 시드니 대회 이후 처음으로 금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했다. 2연패를 노린 여자골프가 메달 획득에 실패한 것도 예상 밖이었다. 13년 만에 타이틀 방어에 나선 야구와 2012년 런던 대회 동메달을 뛰어넘은 역대 최고 성적에 도전했던 남자 축구도 빈손으로 마감했다. -
겁 없는 Z세대, 파리도 부탁해[도쿄 올림픽]
국제 국제일반 2021.08.08 17:52:32“옆에 아무도 없어서 ‘이게 뭐지’ 하면서 수영했죠.”(황선우) “진 게 아쉽기는 하지만 재밌었어요.”(신유빈) 2020 도쿄 올림픽은 ‘Z세대 올림픽’으로 기억될 것이다.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태어난 Z세대 선수들은 어렵고, 무겁고, 비장하기까지 했던 올림픽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발랄하게 즐겼다. 남자 수영 황선우(18)는 너무 거침없어서 웃음을 유발했다. 자유형 200m에서 150m 구간까지 선두를 달려 보는 이들의 가슴을 마구 뛰게 했던 그는 최종 7위로 마친 뒤 “오버페이스였다”며 선선히 웃어 넘겼다. 그리고는 “별 생각 가지지 않고 연습한 대로 100m도 결선 진출을 위해 열심히 뛰겠다”는 말을 남겼는데 100m에서 아시아 선수로 65년 만에 결선에 올라 69년 만의 최고 성적(5위)을 냈다. 여자 탁구의 ‘삐약이’ 신유빈(17)은 훈련 때부터 올림픽을 흠뻑 즐겼다. 경기장 안팎을 휴대폰 카메라로 야무지게 찍으며 추억을 담았다. 경기에서는 마흔 한 살 차이가 나는 ‘탁구 도사’ 니샤렌(룩셈부르크), 한쪽 손이 없는 나탈리아 파르티카(폴란드) 등 다양한 강자들을 상대하며 성장의 발판을 챙겨갔다. 신유빈은 여자 단체전 8강과 단식 3회전에서 돌아섰지만 천진난만한 표정과 야무진 기합으로 국내 팬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양궁 2관왕 김제덕(17)의 ‘코리아 빠이팅!’은 ‘대~한민국 짝짝 짝 짝짝!’을 이을 국민 응원으로 자리 잡을 분위기다. 목 상태가 걱정될 만큼 사대에서, 또 관중석에서 혼신의 함성을 이어간 그는 이번이 성인 국제 대회 데뷔전이었다. 한국 여자 기계체조 선수 최초로 올림픽 메달을 딴 도마 동메달리스트 여서정(19)은 “이제는 아빠(1996 올림픽 도마 은메달 여홍철)를 이겨보고 싶다”고 당당히 말했다. ‘여홍철 딸’이라는 수식어가 어릴 때부터 큰 부담이었을 텐데 여서정은 “무엇으로 불리든 상관없다. 아빠 뒤를 잘 따라갈 뿐”이라고 했다. 기술 성공만 목표로 잡고 뛰었다는데 한국 기계체조의 새 역사가 따라왔다. 남자 도마 금메달의 신재환(23), 남자 마루운동 4위의 류성현(19), 여자 스포츠 클라이밍 콤바인 8위에 오른 서채현(18) 등도 3년 뒤 파리 올림픽이 벌써 기대되는 ‘젊은 피’들이다. 스포츠 클라이밍은 파리 대회에서 서채현의 주 종목인 리드 배점이 더 높아지기 때문에 메달 전망이 밝다. 홀드(손잡이) 3개만 더 잡고 올라갔으면 동메달이었을 서채현은 “결선을 뛰었다는 것만으로도 소득이다. 선수촌에서 만난 여러 선수와 기념 배지를 바꿔 가지며 재밌게 보냈다”고 했다. -
사상 가장 더운 올림픽…일정 꼬이고 이변 속출[도쿄 올림픽]
국제 국제일반 2021.08.08 17:50:30여자 골프 최종 라운드를 마친 지난 7일. 김세영의 캐디인 딘 허든(호주)은 불에 그을린 듯 까맣게 변한 정강이를 보여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여자 골프가 열린 가와고에시는 일본 내에서도 더운 지역이다. 1~3라운드 내내 섭씨 36도까지 오르는 불볕더위가 계속돼 일부 캐디가 경기 도중 나가떨어지고 선수들도 경기가 끝나면 샷 연습보다 열 식히기 바빴다. 도쿄 올림픽 참가자들이 피부로 느끼기에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것은 폭염이었다. 남자 테니스 세계 랭킹 1위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는 “너무 덥다. 경기 시간을 저녁으로 옮겨 달라”고 호소했다. 테니스 코트의 한낮 온도는 50도까지 올라갔다. 금메달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던 조코비치는 동메달도 못 따고 짐을 쌌다. 러시아 양궁 선수가 열사병으로 쓰러지는가 하면 여자 마라톤에서는 15명이나 중도 기권했다. 마라톤 코스는 도쿄의 무더위를 피해 삿포로로 옮겼지만 삿포로도 더웠다. 7일 경기 막판 30도까지 올라갔고 습도는 65%였다. 여자부 금메달을 딴 페레스 제프치르치르(케냐)의 기록은 2시간 27분 20초. 개인 최고 기록보다 10분이나 늦었다. 선수들은 “너무 더웠다. 그저 완주가 목표였다”며 혀를 내둘렀다. 조금이라도 덜 더운 시간에 경기 하려 출발 시각을 오전 6시로 1시간 앞당겼는데, 출발 시각 변경이 공지된 것은 경기 하루 전이었다. 카누 선수들은 “뜨거운 수프 위에 떠있는 것 같다” “목욕물에서 노 젓는 기분”이라고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도쿄 올림픽은 5~6월 ‘벚꽃 올림픽’으로 여는 방안도 한때 거론됐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진정 시기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뒤로 미뤄졌는데, 올림픽 기간 일본은 최악의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맞았다. 더위에 뾰족한 대책도 없어 경기에서는 이변이 속출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역사상 가장 더운 올림픽에 선수들과 자원봉사자들은 고문당하다시피 했다”고 보도했다. -
[동십자각] 도쿄올림픽이 우리에게 남긴 것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1.08.08 17:48:45전대미문의 감염병 사태로 1년이나 지각 개최된 ‘2020 도쿄 올림픽’이 17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매일같이 코로나19 공포와 싸워야 하는 악조건 속에서도 전 세계 205개국의 선수들은 매 경기 혼신의 힘을 다하며 감동의 드라마를 만들었다. 코로나19와 무더위에 지친 국민들은 선수들의 활약상에 울고 웃으며 모처럼 ‘힐링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지난 17일간 활활 타오르던 성화는 폐막식과 함께 사그라졌지만 올림픽이 남긴 여운은 한동안 진하게 남아 있을 듯하다. 코로나19 탓에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올림픽이었지만 대회가 열리는 동안 적지 않은 명장면을 남겼다. 육상 여자 7종 경기 도중 곡선 구간을 달리다가 쓰러져 종아리를 다친 영국 선수는 응급 요원들이 들고 온 휠체어를 마다한 채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공식 기록에서 실격 처리 됐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스포츠 정신은 많은 이들의 박수를 받았다. 육상 남자 800m 준결승에서는 발이 뒤엉켜 넘어진 미국과 보츠와나 선수가 서로 일으켜 세우고 나란히 완주하는 모습을 연출하며 감동을 선사했다. 경기장 밖에서도 ‘우정과 화합·연대’의 올림픽 정신은 이어졌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여자 배구 대표팀 주장인 김연경 선수의 팬들을 중심으로 우리의 8강전 상대이자 최근 대형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터키에 묘목을 기부하는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메달이나 순위에 집착하기보다는 경기 자체를 즐기는 선수와 국민들의 관전 문화도 달라진 풍경이다. 태권도의 이다빈 선수는 결승전 패배에도 승자에게 엄지를 치켜세웠고, 유도의 조구함 선수도 아쉽게 은메달에 그쳤지만 상대 선수의 손을 들어 올리며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수영의 황선우와 높이뛰기의 우상혁 선수는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시종일관 환한 표정으로 올림픽을 즐겼다. 그들을 바라보는 국민들도 비난과 질책의 손가락질보다는 아낌없는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양궁 3관왕 안산 선수를 둘러싼 때아닌 페미니즘 논란이나 일부 귀화 선수를 겨냥한 차별과 혐오는 이번 올림픽의 ‘옥에 티’였다. BBC와 로이터 등 외신들은 안산 선수를 향한 일부 네티즌들의 도를 넘은 공격을 ‘온라인 학대’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귀화 선수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할 때마다 따라붙는 ‘반품’이나 ‘먹튀’와 같은 혐오 가득한 표현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올림픽헌장은 상호 존중과 차별 금지 등을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다. 무엇보다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면서 국적이나 성별·인종·신분 등 그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거나 배척당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여전히 나와 다른 이에 대한 차별과 혐오의 정서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우리 사회에 이번 도쿄 올림픽은 또 하나의 숙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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