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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S] 불합리한 특허 손배액 정상화한다지만…NPE, 높은 배상액 악용해 공격 우려도
산업 기업 2019.11.28 17:47:51절전기를 제조해 판매하는 A사. 세라믹 원재료 배합비율 특허를 영업비밀로 관리하고 있다. 전무 B씨와 기술이사 C씨는 퇴사 후 회사를 차려 빼돌린 영업비밀로 제품을 만들어 팔았다. A사는 2억9,500만원의 피해를 봤다면서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손해배상 청구액의 7%인 2,000만원만 인정했다. 특허침해 사실은 인정받았지만 매출액 감소의 원인이 영업비밀 때문이라는 증거도 없고 영업비밀을 이용해 얼마나 이익을 봤는지 정확하게 구분하기 어렵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A사의 경우처럼 불합리한 특허침해 손해배상액 수준을 정상화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올해 7월부터 국내에서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시행됐기 때문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특허권과 영업비밀을 고의로 침해할 경우 최대 3배까지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 제도다. 그동안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할 때 지식재산권(IP) 침해나 기술 유출에 대한 피해보상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던 만큼 관련 업계에서는 환영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의 특허권 침해 손해배상액 평균치는 6,000만원선이다. 이는 미국의 100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경제 규모를 고려해도 9분의1에 불과하다. 특허권을 침해해도 배상액이 턱없이 적다 보니 기술 탈취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구영민 특허청 산업재산보호협력국 과장은 “그동안은 특허를 침해해도 손해배상을 제대로 받기 어려웠다”며 “특허 침해가 예상되더라도 나중에 보상하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근 입법 움직임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피해를 입은 만큼 손해를 배상하자는 법안까지 발의됐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침해한 기업에 손해배상액 입증 책임을 지우고 침해자의 이익을 반환하는 내용의 특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원주 특허청장은 지난달 15일 특허법 개정안 공청회에서 “혁신의 결과인 지식재산이 쉽게 침해당하고 제값을 받지 못한다면 기술개발에 대한 의욕과 투자가 지속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허권 강화는 특허가 제값을 받게 하자는 취지도 있지만 중소기업 보호가 중요한 명분이다. 중소기업은 보통 1~2개 특허기술로 사업을 꾸려가는데 기술 탈취 피해가 발생할 경우 경영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박정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기술 유출에 따른 중소기업의 피해는 최근 5년간 5,41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중소기업의 대부분이 대기업과 협력관계로 얽혀 있기 때문에 소송에 나서기 어렵다는 점이다. 소송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이 부담스러운데다 거래관계 기업의 보복이 두려워 감내하는 것이 현실이다. 한편에서는 특허권 강화가 역설적으로 특허권을 남용하는 사례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허괴물로 불리는 특허관리회사(NPE·Non Practicing Entity)가 높은 손해배상액을 노려 소송을 남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 한국 기업들이 NPE의 공격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했던 것은 낮은 손해배상액 때문이었다. 정차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 교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으로) NPL이 한국에서도 활개를 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다만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특허 승률이 낮은 한국을 (당장) 타깃으로 삼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NPE가 미국이나 중국이 아닌 한국시장에서 직접 소송을 제기할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
[탐사S] 홀대받던 토종특허, 특허괴물 무기되다
산업 IT 2019.11.28 17:35:02‘특허괴물’로 불리는 글로벌 특허관리회사(NPE)들이 ‘메이드 인 코리아’ 특허를 사들여 삼성·LG전자(066570) 같은 한국 기업을 공격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홀대받던 특허를 NPE가 사들여 소송 무기로 사용해온 사실이 확인된 것으로 국내 기업들이 특허괴물의 공격 등 글로벌 지식재산권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특허 관리·활용을 더 전문화하고 고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 기사 3면, 본지 11월6일자 1·3면 참조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NPE인 매그너차지(Magnacharge LLC)가 지난해 국내 발명가로부터 배터리 관련 특허를 사들여 삼성·LG전자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특허는 ‘비접촉식 배터리팩 충전장치’로 지난 2002년 국내에서 출원됐다. 이후 2008년 패밀리 특허로 미국에서도 등록됐다. 매그너차지는 지난해 8월 특허권을 손에 넣자마자 2개월 뒤인 10월 미국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LG전자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매그너차지가 문제 삼은 것은 LG전자의 무선충전 관련 제품군이다. 매그너차지는 소장에서 “(우리는) 해당 특허에 대한 권리·소유권·이익을 넘겨받은 양수인이자 소유자”라며 “모든 해당 특허 침해에 대한 구제권을 주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매그너차지는 올해 4월 같은 법원에 삼성전자(005930)와 하만을 상대로 스마트폰·갤럭시워치 무선충전 패드 등이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T모바일·파나소닉·소니·앤커 등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잇따라 피소됐다. NPE가 소송을 위해 다양한 국내 특허를 매입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식재산권 전문기업 윕스에 따르면 크로스텍캐피털은 2009년 국내 반도체 회사의 특허를 500여건 매입했으며 ‘컨버전트 IP’ 역시 2012년 국내 전자기업의 특허 80여건을 사들였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특허를 사들인 뒤 관련 제조업체에 소송을 걸어 수익을 올리는 것이 전형적인 NPE의 전략”이라며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제값 못받던 특허, 결국 헐값에 팔려…국내 기업에 부메랑으로 [탐사S 특허괴물, 끝나지 않은 전쟁] <하>갈 길 먼 특허 생태계 출원수수료 미국보다 10배 낮아 박리다매로 무늬만 특허 줄줄이 세계4위 출원국 불구 관리 소홀 “기술 모방해도 사후보상하면 끝” 대기업, 특허침해 인식 구태 여전 아일랜드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 라이선스 전문기업인 솔라스OLED. 올해 5월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 삼성전자 북미법인 등 3개사가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미국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문제가 된 특허는 플렉시블 터치센서로 미국 특허다. 솔라스OLED는 관련 특허를 일본의 카시오 등으로부터 사들였는데 이 중에는 국내 특허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허업계의 한 관계자는 “특허관리회사(NPE)는 특허를 매입할 때 국가별 관련 특허도 패밀리로 묶어서 사들인다”며 “특허 소송은 승소 가능성이 높은 국가 법원에 제기하고 이를 무기로 로열티 협상을 할 때 국가별 특허를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정확한 수치는 집계되지 않고 있지만 NPE들은 국내 특허의 상당수를 헐값에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기업들이 관심을 갖지 않던 국내 특허가 결국 우리 기업을 옥죄는 부메랑으로 날아올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에서는 매년 21만건의 신규 특허가 출원된다. 상표나 디자인권 등을 포함하면 연간 50만건의 지식재산권(IP)이 출원된다. 국내총생산(GDP)과 인구 100명당 기준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특허 출원 건수가 많다. 양적으로는 세계 4위(연간 출원기준) 수준의 특허 강국으로 성장했지만 특허에 대한 인식이나 관리·활용 등에 있어서는 아직도 걸음마 수준이다. 지난 9월 특허 200만호 시대가 열렸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국내 특허시장의 현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대기업들의 특허등록 현황이다. 대기업들은 국내 특허보다 해외 특허 취득에 주력하고 있다. 28일 서울경제신문이 삼성·LG전자의 최근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양사의 해외 특허등록 건수가 국내 특허등록 건수를 평균 2~3배 웃돌았다. 삼성전자의 경우 2018년 국내에서 2,055건, 미국에서 6,062건의 특허를 등록했다. 2017년에는 국내에서 2,703건, 미국에서 6,072건의 특허를 등록했다. 2013~2016년에도 해외 특허등록 건수가 국내 특허등록보다 평균 2,000건가량 많았다. LG전자는 매년 특허등록 현황을 공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누적 특허등록 추이를 보면 삼성전자와 비슷하다. LG전자의 2018년 국내 특허등록(이하 누적)은 2만6,898건, 해외 특허등록은 5만5,172건이다.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특허 취·등록이 많은 양사의 특허 현황으로 볼 때 다른 기업도 비슷한 추이를 보일 것으로 분석된다. 대기업들이 국내 특허보다 해외 특허 등록에 더 주력하는 이유는 뭘까. 글로벌 기업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국내 특허와 해외 특허의 질적 수준과 경쟁력 차이 때문이다. 변리사 출신인 국내 대형 로펌의 한 특허 전문 변호사는 “한마디로 국내에는 쓸 만한 특허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뛰어난 특허도 간혹 있지만 출원되는 대다수가 무늬만 특허라는 얘기다. 특허 소송시장 자체도 협소하고 특허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국내 기업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소송전을 벌이며 국내 법원보다 미국 법원을 주요 전장으로 삼은 것도 이런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다. 특허업계에서는 국내 특허 생태계가 설익은 가장 큰 이유로 특허출원 과정을 꼽는다. 미국은 건당 특허출원 수수료가 1,000만원이 넘는데 한국은 최고 100~150만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특허출원 수수료가 낮다 보니 특허의 질을 신경 쓰기 어렵고 결국 특허도 제값을 받기 어려운 질 낮은 특허만 양산된다. 국내 특허의 질이 낮으니 이를 번역해 출원하는 해외 특허로 진행하는 소송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오성환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변리사의 특허출원 수수료가 너무 낮다”며 “반도체나 통신기술에 대한 특허출원도 120만원, 간단한 실용신안도 120만원이라는 것은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변리사들이 특허를 충분히 검토할 시간과 비용도 안 되는 수준”이라며 “박리다매로 대량 수주해 찍어내듯이 특허를 생산하는 것이 국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과거보다는 줄었다지만 대기업이 협력업체인 중소기업의 특허를 침해하는 관행도 여전히 남아 있다. 고의적인 침해냐 아니냐의 문제를 떠나 특허를 바라보는 기업들의 인식은 여전히 후진적이다. 일단 돈이 되면 특허 침해 사실을 무시하고 사후에 보상하면 된다는 생각이 강하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보다 기존에 있던 기술을 모방해 쉽게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에 납품하는 협력업체 입장에서는 적극 대응하기 어렵다. 중견업체를 운영하는 A 대표는 “협력업체가 대기업에 문제 제기를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밝혔다. 드물지만 대기업과 협력업체의 특허 침해 공방도 일어난다. 미생물 이용 악취제거 전문업체인 비제이씨는 2004년부터 현대자동차와 기술탈취 공방을 벌이고 있다. 비제이씨는 특허를 낸 휘발성 유기화합물 제거 기술을 협력사 관계였던 현대차가 가로챘다고 주장한다. 중소기업기술분쟁조정위원회와 특허청은 현대차의 기술탈취로 인정했다. 반면 법원에서는 현대차의 손을 들어준 상태로 대법원 최종심이 진행 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은 국내에서 좋은 특허를 개발하는 데 소극적이다. 중소기업이나 사업을 처음 시작하는 스타트업들은 보유 특허도 턱없이 적지만 정책자금 조달이나 정부 보조금을 받는 수단으로 한정하고 있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백서(2018년)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의 41%가 특허권 없이 창업할 정도로 지식재산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김정곤·권경원기자 mckids@@sedaily.com -
[탐사S] "규제혁신으로 특허생태계 구축해야"
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2019.11.28 17:34:55“특허괴물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산업구조를 퍼스트무버 중심의 선도적 생태계로 바꿔야 합니다.” 구태언(사진) 법무법인 린테크앤로 변호사는 “퍼스트무버들이 특허를 독점하고 있다”며 “패스트팔로어 중심의 산업경제 구조로는 선도적 특허 생태계를 구축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구 변호사는 “삼성·LG 등 선도기업들이 1980~1990년대의 패스트팔로어에서 퍼스트무버로 변신에 성공했지만 2010년대 이후에는 인터넷 플랫폼 경제를 주도하는 기업이 없다”며 “특허괴물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지만 양질의 특허를 많이 생산해내는 선도적인 특허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좋은 생태계는 시대를 앞서 가는 좋은 특허를 많이 확보하는 생태계”라며 “규제혁신으로 새로운 산업이 발생하고 신상품과 새로운 서비스를 다른 나라보다 먼저 출시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특허 생태계를 활성화시키려면 기업들의 인식 전환도 중요하지만 파격적인 규제 완화를 통해 산업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구 변호사는 “글로벌 빅테크 회사인 구글·페이스북·아마존·테슬라·애플·알리바바·텐센트 등은 우리가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이라며 “불합리한 낡은 규제의 전면 혁신이 없이는 우리의 미래는 없다. 특허 생태계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 -
[탐사S] 제값 못받던 특허, 결국 헐값에 팔려…국내 기업에 부메랑으로
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2019.11.28 17:34:38아일랜드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 라이선스 전문기업인 솔라스OLED. 올해 5월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 삼성전자 북미법인 등 3개사가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미국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문제가 된 특허는 플렉시블 터치센서로 미국 특허다. 솔라스OLED는 관련 특허를 일본의 카시오 등으로부터 사들였는데 이 중에는 국내 특허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허업계의 한 관계자는 “특허관리회사(NPE)는 특허를 매입할 때 국가별 관련 특허도 패밀리로 묶어서 사들인다”며 “특허 소송은 승소 가능성이 높은 국가 법원에 제기하고 이를 무기로 로열티 협상을 할 때 국가별 특허를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정확한 수치는 집계되지 않고 있지만 NPE들은 국내 특허의 상당수를 헐값에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기업들이 관심을 갖지 않던 국내 특허가 결국 우리 기업을 옥죄는 부메랑으로 날아올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에서는 매년 21만건의 신규 특허가 출원된다. 상표나 디자인권 등을 포함하면 연간 50만건의 지식재산권(IP)이 출원된다. 국내총생산(GDP)과 인구 100명당 기준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특허 출원 건수가 많다. 양적으로는 세계 4위(연간 출원기준) 수준의 특허 강국으로 성장했지만 특허에 대한 인식이나 관리·활용 등에 있어서는 아직도 걸음마 수준이다. 지난 9월 특허 200만호 시대가 열렸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국내 특허시장의 현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대기업들의 특허등록 현황이다. 대기업들은 국내 특허보다 해외 특허 취득에 주력하고 있다. 28일 서울경제신문이 삼성·LG전자의 최근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양사의 해외 특허등록 건수가 국내 특허등록 건수를 평균 2~3배 웃돌았다. 삼성전자의 경우 2018년 국내에서 2,055건, 미국에서 6,062건의 특허를 등록했다. 2017년에는 국내에서 2,703건, 미국에서 6,072건의 특허를 등록했다. 2013~2016년에도 해외 특허등록 건수가 국내 특허등록보다 평균 2,000건가량 많았다. LG전자는 매년 특허등록 현황을 공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누적 특허등록 추이를 보면 삼성전자와 비슷하다. LG전자의 2018년 국내 특허등록(이하 누적)은 2만6,898건, 해외 특허등록은 5만5,172건이다.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특허 취·등록이 많은 양사의 특허 현황으로 볼 때 다른 기업도 비슷한 추이를 보일 것으로 분석된다. 대기업들이 국내 특허보다 해외 특허 등록에 더 주력하는 이유는 뭘까. 글로벌 기업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국내 특허와 해외 특허의 질적 수준과 경쟁력 차이 때문이다. 변리사 출신인 국내 대형 로펌의 한 특허 전문 변호사는 “한마디로 국내에는 쓸 만한 특허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뛰어난 특허도 간혹 있지만 출원되는 대다수가 무늬만 특허라는 얘기다. 특허 소송시장 자체도 협소하고 특허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국내 기업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소송전을 벌이며 국내 법원보다 미국 법원을 주요 전장으로 삼은 것도 이런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다. 특허업계에서는 국내 특허 생태계가 설익은 가장 큰 이유로 특허출원 과정을 꼽는다. 미국은 건당 특허출원 수수료가 1,000만원이 넘는데 한국은 최고 100~150만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특허출원 수수료가 낮다 보니 특허의 질을 신경 쓰기 어렵고 결국 특허도 제값을 받기 어려운 질 낮은 특허만 양산된다. 국내 특허의 질이 낮으니 이를 번역해 출원하는 해외 특허로 진행하는 소송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오성환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변리사의 특허출원 수수료가 너무 낮다”며 “반도체나 통신기술에 대한 특허출원도 120만원, 간단한 실용신안도 120만원이라는 것은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변리사들이 특허를 충분히 검토할 시간과 비용도 안 되는 수준”이라며 “박리다매로 대량 수주해 찍어내듯이 특허를 생산하는 것이 국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과거보다는 줄었다지만 대기업이 협력업체인 중소기업의 특허를 침해하는 관행도 여전히 남아 있다. 고의적인 침해냐 아니냐의 문제를 떠나 특허를 바라보는 기업들의 인식은 여전히 후진적이다. 일단 돈이 되면 특허 침해 사실을 무시하고 사후에 보상하면 된다는 생각이 강하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보다 기존에 있던 기술을 모방해 쉽게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에 납품하는 협력업체 입장에서는 적극 대응하기 어렵다. 중견업체를 운영하는 A 대표는 “협력업체가 대기업에 문제 제기를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밝혔다. 드물지만 대기업과 협력업체의 특허 침해 공방도 일어난다. 미생물 이용 악취제거 전문업체인 비제이씨는 2004년부터 현대자동차와 기술탈취 공방을 벌이고 있다. 비제이씨는 특허를 낸 휘발성 유기화합물 제거 기술을 협력사 관계였던 현대차가 가로챘다고 주장한다. 중소기업기술분쟁조정위원회와 특허청은 현대차의 기술탈취로 인정했다. 반면 법원에서는 현대차의 손을 들어준 상태로 대법원 최종심이 진행 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은 국내에서 좋은 특허를 개발하는 데 소극적이다. 중소기업이나 사업을 처음 시작하는 스타트업들은 보유 특허도 턱없이 적지만 정책자금 조달이나 정부 보조금을 받는 수단으로 한정하고 있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백서(2018년)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의 41%가 특허권 없이 창업할 정도로 지식재산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김정곤·권경원기자 mckids@@sedaily.com -
"더이상 못참아"...삼성, 특허괴물에 역소송
산업 IT 2019.11.13 17:31:49특허관리회사(NPE)로부터 지속적인 공격을 받아온 삼성전자(005930)가 반대로 ‘특허괴물’이 다시는 소송을 걸지 못하도록 역소송을 제기했다. NPE의 소송이 지난 8년간 580건에 이를 정도로 늘어나자 국내 기업들도 점차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는 상황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지방법원에 이스라엘 기반의 NPE ‘IXI모바일’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전자의 이번 소송은 IXI모바일의 반복되는 특허소송을 차단하는 것이 목적이다. 삼성전자는 소송장에서 “IXI모바일은 삼성전자가 ‘핫스팟’ 특허를 침해하고 있다고 계속 주장한다”며 “해당 특허가 유효하지 않다고 선언하는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IXI모바일의 악연은 2014년부터 이어졌다. 2014년 6월 IXI모바일은 삼성전자와 애플·블랙베리가 무선 핫스팟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무선 핫스팟은 와이파이를 이용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구역을 의미한다. 당시 삼성전자와 애플은 미국특허심판원(PTAB)에 해당 특허의 유효성에 대한 재심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 2015년 12월 PTAB가 삼성전자·애플의 손을 들어준 데 이어 지난해 9월 연방순회항소법원도 IXI모바일이 제기한 쟁점을 무효화했다. 하지만 그 사이 IXI모바일이 여러 차례에 걸쳐 핫스팟 특허에 대한 수정 요청과 라이선스 계약 체결 요구를 했으며, 결국 지난달 법원으로부터 다시 한번 특허권 수정이 불가능하다는 판결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새로운 소송을 통해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IXI모바일이 핫스팟 특허권을 다시 주장할 수 없도록 아예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애플 역시 삼성전자와 같은 날 IXI모바일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핫스팟 특허를 무효화해달라고 요청했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특허괴물에 반격나선 삼성 ‘적과도 협력’ 특허관리회사에 역소송 구글·화웨이 등과 상호계약 특허소송 대응 공동전선 구축 자체 지식재산권도 적극 확보 NPE 끊임없이 새 소송 제기에 ‘이디스커버리’ 막대한 비용 여전 지난 10여년 간 ‘특허괴물’로 불리는 특허관리회사(NPE)의 집중 표적이었던 국내 기업들이 방어책을 마련하며 NPE에 대응해나가고 있다. 삼성전자가 NPE인 IXI 모바일의 특허소송 남발을 막기 위해 역(逆)소송을 시작한 것 역시 적극적인 대응책 중 하나다. 특히 삼성·LG전자 등 대기업들은 다른 기업들과 상호특허(크로스 라이선스)계약을 체결하거나 자체 지적재산권을 확보해 특허 풀(pool)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일단 특허소송 제기를 사전에 막기 위해 여러 기업들과 상호특허 계약 체결을 늘리고 있다. 상호특허 계약을 맺으면 일정 기간 동안 양사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돼 특허괴물 소송에 공동 대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래 기술 개발에도 협력할 수 있게 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퀄컴과 구글 등 반도체·스마트폰 생산에 필수적인 업체들과 상호특허계약을 맺었다. 또한 화웨이, 에릭슨, 노키아와 같은 스마트폰·통신장비 경쟁 업체들과도 특허를 공유하기로 했다. 지난 2014년에는 LG전자와 구글이 기존 특허는 물론이고 이후 10년간 출원할 특허를 서로 공유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또 다른 대응책으로 국내 기업들은 자체 지식재산권(IP)을 적극 확보하는 방안을 택하고 있다. 올해 2·4분기 현재 삼성전자의 특허 보유 건수는 지난해 말(12만 8,700건)보다 2.9% 가량 늘어난 13만 2,478건이었다. 이는 대부분 스마트폰과 스마트TV, 메모리 등 삼성전자의 전략사업과 관련된 특허로 알려졌다. 특히 전체 특허 중 39.6%(5만 2,537건)는 특허괴물들이 주요 거점으로 삼는 미국에 집중돼있다. LG전자도 주요 사업인 휴대폰과 디지털TV 등과 관련해 올해 상반기까지 8만 4,986건의 특허를 확보했다. 다만 업체간 특허 협력을 강화하는 등 방어막을 세우더라도 특허괴물에 의한 새로운 소송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올해 6월까지 8년간 특허괴물이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제기한 소송을 서울경제신문이 분석해보니 총 580건에 이르렀다. LG전자가 227건으로 가장 많은 소송을 당했으며 삼성전자 212건, 현대·기아차 66건 등의 순서다. 특히 미국은 정식 변론에 돌입하기 전 상대방이 가진 증거를 상호 공개·제출하는 디스커버리(Discovery)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막대한 비용이 추가되기도 한다. 만약 이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패소를 하는 등 특허소송에서 불리한 결과를 받을 수 있다. 이디스커버리(e-Discovery·전자증거개시) 전문 업체 프론테오코리아 관계자는 “NPE가 마구잡이식 소송을 진행하면서 이에 대응해야 하는 기업들은 많은 비용을 지출할 수밖에 없다”라며 “이디스커버리 비용은 각 당사자 부담 원칙이어서 특허괴물이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가능한 많은 증거 제출을 요구해 기업에 막대한 소송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
특허괴물 방어전선 만드는 삼성...화웨이 등 적과의 협력까지
산업 IT 2019.11.13 17:21:58지난 10여년 간 ‘특허괴물’로 불리는 특허관리회사(NPE)의 집중 표적이었던 국내 기업들이 방어책을 마련하며 NPE에 대응해나가고 있다. 삼성전자(005930)가 NPE인 IXI 모바일의 특허소송 남발을 막기 위해 역(逆)소송을 시작한 것 역시 적극적인 대응책 중 하나다. 특히 삼성·LG전자(066570) 등 대기업들은 다른 기업들과 상호특허(크로스 라이선스)계약을 체결하거나 자체 지적재산권을 확보해 특허 풀(pool)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일단 특허소송 제기를 사전에 막기 위해 여러 기업들과 상호특허 계약 체결을 늘리고 있다. 상호특허 계약을 맺으면 일정 기간 동안 양사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돼 특허괴물 소송에 공동 대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래 기술 개발에도 협력할 수 있게 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퀄컴과 구글 등 반도체·스마트폰 생산에 필수적인 업체들과 상호특허계약을 맺었다. 또한 화웨이, 에릭슨, 노키아와 같은 스마트폰·통신장비 경쟁 업체들과도 특허를 공유하기로 했다. 지난 2014년에는 LG전자와 구글이 기존 특허는 물론이고 이후 10년간 출원할 특허를 서로 공유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또 다른 대응책으로 국내 기업들은 자체 지식재산권(IP)을 적극 확보하는 방안을 택하고 있다. 올해 2·4분기 현재 삼성전자의 특허 보유 건수는 지난해 말(12만 8,700건)보다 2.9% 가량 늘어난 13만 2,478건이었다. 이는 대부분 스마트폰과 스마트TV, 메모리 등 삼성전자의 전략사업과 관련된 특허로 알려졌다. 특히 전체 특허 중 39.6%(5만 2,537건)는 특허괴물들이 주요 거점으로 삼는 미국에 집중돼있다. LG전자도 주요 사업인 휴대폰과 디지털TV 등과 관련해 올해 상반기까지 8만 4,986건의 특허를 확보했다. 다만 업체간 특허 협력을 강화하는 등 방어막을 세우더라도 특허괴물에 의한 새로운 소송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올해 6월까지 8년간 특허괴물이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제기한 소송을 서울경제신문이 분석해보니 총 580건에 이르렀다. LG전자가 227건으로 가장 많은 소송을 당했으며 삼성전자 212건, 현대·기아차 66건 등의 순서다. 특히 미국은 정식 변론에 돌입하기 전 상대방이 가진 증거를 상호 공개·제출하는 디스커버리(Discovery)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막대한 비용이 추가되기도 한다. 만약 이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패소를 하는 등 특허소송에서 불리한 결과를 받을 수 있다. 이디스커버리(e-Discovery·전자증거개시) 전문 업체 프론테오코리아 관계자는 “NPE가 마구잡이식 소송을 진행하면서 이에 대응해야 하는 기업들은 많은 비용을 지출할 수밖에 없다”라며 “이디스커버리 비용은 각 당사자 부담 원칙이어서 특허괴물이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가능한 많은 증거 제출을 요구해 기업에 막대한 소송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
"中 하이센스, TV 특허 침해말라" 현지업체에 경고장 보낸 LG전자
산업 기업 2019.11.05 17:26:28LG전자(066570)가 저가 액정표시장치(LCD) TV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맹추격 중인 중국 TV 업체들에 경고장을 날렸다. LG전자는 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지방법원에 중국 메이저 TV 업체인 하이센스를 상대로 TV 관련 특허침해금지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LG전자가 중국 TV 기업과 특허전쟁을 공식화한 것은 12년 만이다. LG전자는 하이센스 미국법인뿐 아니라 중국법인도 대상에 포함 시켰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올 초부터 하이센스에 해당 특허 침해 중지와 협상을 수차례 요청했으나 하이센스가 LG전자의 요구에 불응하면서 소송까지 이르게 됐다”며 “미국에서 판매 중인 대부분의 하이센스 TV 제품이 LG전자가 보유한 특허를 침해했다”며 “사용자 환경(User Interface) 개선을 위한 기술, 와이파이(Wi-Fi) 기반으로 데이터 전송속도를 높여주는 기술 등 4건의 사용자 편의 기술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LG전자가 중국 TV 업체를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한 것은 지난 2007년 중국 TCL을 상대로 미국 법원에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한 후 12년 만이다. 삼성전자(005930)는 아직 중국 업체와 특허 소송을 벌인 적이 없다. 통상적으로 기술 특허 소송은 물밑 합의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중국 업체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LG전자가 특허 소송전에 나선 데는 중국 TV 업체들의 추격을 지금 견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해 연간 북미 TV 출하량 점유율이 13.3%로 삼성전자(23.8%)와 비지오(13.9%)에 이어 3위였다. 하지만 중국 TV 업체 TCL이 2017년 9.9%, 지난해 12.7%였다가 올해 상반기 21.2%(2위)로 약진한데다 하이센스도 2017년 5.6%에서 지난해 8.3%까지 점유율이 크게 올랐다. 전생규 LG전자 특허센터장 부사장은 “LG전자는 지적재산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자사 특허를 부당하게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
[탐사S] '특허괴물 공격' 8년간 580건 당했다
산업 기업 2019.11.05 17:26:25우리 기업에 대한 특허괴물의 공격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허관리회사(NPE·Non Practicing Entity)가 국내 기업을 상대로 지난 8년간 580건의 소송을 남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NPE는 특허를 사들여 로열티를 받아낼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다. 5일 서울경제신문이 국내 기업을 상대로 특허소송이 잦은 NPE 43개의 소송 현황(이하 피고 수 기준)을 전수조사해 분석한 결과 2012년부터 2019년 6월까지 삼성이 212건, LG가 227건의 소송을 당했다. 전체 소송 건수 580건의 36%가 삼성에, 39%가 LG에 집중됐다. 양사를 합칠 경우 전체 소송의 76%다. 삼성, LG, 현대·기아차,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의 피소율은 무려 90%에 이른다. 특허괴물의 국내 주요 그룹사에 대한 소송 현황이 전체적으로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련기사 3·12면 43개 NPE 가운데 아카시아리서치그룹은 같은 기간 무려 181건, 유니록은 91건, 아이피에지는 40건의 특허소송을 걸었다. NPE의 공격 대상은 주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집중됐다. 전체 소송 건수의 72%가 ICT 분야였다. 특허소송의 대부분이 ICT에 집중되는 것은 최첨단 분야이기도 하지만 추상적 알고리즘으로 구성된 소프트웨어(SW) 특허의 범위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특허괴물이 일단 걸고 보자는 무차별 소송을 진행하는 것도 이 같은 특성에 기인한다. 실제 특허괴물이 제기한 소송의 396건(68.2%)이 로열티 합의 등으로 취하됐다. 반면 우리 기업이 끝까지 재판을 진행해 승소한 경우는 20건(3.4%)에 불과하다. 오성환 법무법인 바른 특허전문 변호사는 “특허괴물들은 일단 관련 기업 전체를 대상으로 소송을 걸어놓고 이를 지렛대 삼아 개별 협상으로 각개격파하는 방식을 사용한다”며 “관련 기업들이 공동 대응하는 것이 소송비용 절감과 승소 확률을 높일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탐사기획팀=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 -
[탐사S] 현금사냥꾼 vs 지식중개상…특허괴물 향한 두 개의 시선
산업 기업 2019.11.05 17:14:20특허관리회사를 선과 악을 가르는 흑백논리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물론 NPE에 피소된 기업은 괴롭다. 하지만 NPE가 수많은 개인연구자·대학·연구기관에는 특허권을 인정해주는 구세주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자금력 부족으로 사장될 뻔한 수많은 특허가 NPE를 통해 시장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당장 상용화되지 못하는 특허를 NPE가 수면 위로 끌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오성환 법무법인 바른 특허전문 변호사는 “특허기술을 개발하고도 자금이 없어 사업화하지 못하는 벤처기업에 자금 조달처가 될 수 있다”며 “대학 및 연구기관이 특허기술 거래를 통해 연구개발의 노력과 비용을 보상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술 발전을 촉진하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NPE 덕분에 기업들도 지식재산권(IP) 비즈니스의 중요성에 눈을 뜨는 계기가 됐다. NPE의 소송에 대응하면서 특허의 재산권 이상의 가치를 인식하게 된 것이다. 단순히 현금 사냥꾼이 아닌 지식산업 중개상으로서 NPE의 존재가치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다. 반면 여전히 국내에서는 NPE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 NPE가 특허를 상용화해 제품을 만들지 않고 특허권을 행사해 수익을 올리는 특성에 기인한다. 국내의 한 대기업 관계자는 “보유특허를 무기로 소송을 남발해 기업의 발목을 잡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기술 개발에 사용할 비용까지 소송을 방어하는 데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탐사기획팀=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 -
[탐사S] 돈 냄새 맡은 사모펀드까지 가세, 싸움 부추기는 브로커들도 활개
산업 기업 2019.11.05 17:14:07‘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 서방이 챙긴다’. 한 국제특허 전문 변호사는 특허괴물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작은 돈으로 특허를 사들여 기업들을 상대로 무차별 소송을 남발하며 돈을 벌어들이는 행태를 비꼰 것이다. 특허괴물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허소송이 큰돈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모펀드들까지 전주로 등장했다. 특허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모펀드들이 뭉칫돈을 싸들고 특허관리회사(NPE)로 몰려들었다”며 “NPE 시장이 본격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관련 시장이 커지면서 특허를 이들 회사에 연결해주는 특허 브로커까지 암암리에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기 특허소송은 기업끼리의 소송이었다. 기술을 가진 기업이 후발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해 특허를 무기로 소송을 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폴라로이드가 코닥을 상대로 15년 동안 벌인 특허소송이 대표적이다. 특허괴물로 불리는 NPE가 등장한 것은 지난 1990년대 후반이다. 제품을 직접 제조하거나 판매하지 않으면서도 보유한 특허를 무기로 다른 기업을 공격했다. 특허 자체가 돈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1세대 특허괴물로 불리는 인터디지털이 등장한 것도 이때다. 인터디지털은 휴대폰 통신 분야 특허를 무기로 삼성전자·LG전자·노키아 등으로부터 막대한 특허료를 받아냈다. 세계 최대 특허괴물로 불리는 인텔렉추얼벤처스(IV)는 2세대 특허괴물의 시대를 열었다. IV는 각 분야의 보유 특허만 3만5,000개, 페이퍼컴퍼니 형태로 거느리는 자회사는 하도 많아 집계가 불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적과 동지를 가리지 않는 무차별 전방위 소송으로 악명을 떨쳤다. 최근 나타난 흐름은 기업들이 특허 AST·RPX 같은 특허 방어펀드를 조성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일명 디펜시브 특허풀이다. RPX는 참여기업들이 사업 분야별로 필요한 특허를 미리 사들여 회원사가 공유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소니·시스코·엡슨·삼성전자·LG전자 등이 가입돼 있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기업들의 특허 리스크를 관리해준다. RPX는 2008년 설립돼 창업 3년 만에 나스닥에 상장하기도 했다. 최근 10년 동안 급성장하며 특허 관련 여러 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기도 하다. /탐사기획팀=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 -
[탐사S] ICT 다음 타깃은 바이오…中 NPE 韓기업 경계대상 1호
산업 기업 2019.11.05 17:13:49특허관리회사(NPE·Non Practicing Entity)의 특허소송은 생각보다 집요했다. 본지가 지난 8년간(2012년~2019년 6월) 주요 NPE 43개의 특허소송을 전수조사해 분석한 결과다. 특허괴물들이 국내 기업들을 공격하는 방식은 일정 패턴을 갖추고 있었다. 자회사를 페이퍼컴퍼니로 만들어 일단 소송을 제기한 다음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에 적당한 선에서 로열티를 받고 합의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포기하는 방법이 가장 일반적이다. 보유한 특허를 다 소진하면 신규 특허를 사들여 소송을 제기하는 방식도 발견됐다. 특허괴물들의 주요 타깃은 대기업들이었다. 뜯어먹을 게 많기 때문이다. 최근 중소·중견 기업을 상대로 한 특허소송도 빈번하지만 특허소송의 대부분은 대기업 계열 제조업체에 몰려 있다. 그동안 국내 기업의 특허소송의 당사자가 대부분 삼성·LG전자였던 이유다. 올해 들어 발생한 NPE 소송을 살펴보면 기존에 보지 못한 새로운 특허괴물의 이름도 다수 등장한다. 특허괴물의 세대교체인 셈이다. 43개 NPE 가운데 국내 기업을 상대로 가장 많은 소송을 제기한 아카시아리서치그룹의 경우 지난 2015년까지 왕성한 활동을 보이다가 2017년 이후 활동이 뜸해졌다. 반면 유니록은 2017년 이후 본격적으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고 아이피에지의 경우는 오랜 기간 꾸준히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국내 기업의 경계 대상 1호는 단연 유니록이다. 유니록은 조세회피처인 룩셈부르크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놓고 수익을 올리는 특허괴물이다. LG전자는 2017년 한 해에만 8건을 제소당했다. 4월에는 삼성전자의 신제품인 ‘갤럭시 폴드’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유니록은 갤럭시 폴드와 갤럭시 시리즈가 자사가 보유한 ‘안드로이드 빔 수신’에 대한 특허권과 무선 네트워크통신에 대한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카카오·네이버도 유니록의 발톱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특허괴물의 특징은 걸릴 때까지 계속 건다는 것이다. 일단 소송을 제기해놓고 기업들의 반응을 떠본다. 기업들이 맞서면 또 다른 소송으로 공격하면서 진을 뺀다. 기업 입장에서는 무척 피곤한 일이다. 특허소송은 소송이라는 특성상 외부에 알리기도 어렵다. 기업의 이미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이 특허소송 피소 사실을 쉬쉬하며 냉가슴을 앓을 수밖에 없다. 피소 사실이 알려져도 적극 대응하기 어렵다. 설사 소송에서 이긴다고 해도 막대한 소송비용이 들어간다. 특허괴물과 싸워서 이겨봐야 본전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특허괴물을 상대하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특허소송에서 특허권을 무력화시키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제조사와 소송을 하는 경우 보유한 특허권을 활용해 반소를 제기하거나 유리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지만 특허괴물을 상대로는 이런 전략을 사용할 수 없다. 지난해 기준 미국에서 한국 기업을 상대로 한 특허소송 중 절반(46%·132건)이 특허괴물에 의해 진행됐다. 그러나 기업들은 특허괴물을 상대로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특허소송은 대부분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집중돼 있다. 최첨단 기술을 다루는 분야이다 보니 관련 특허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스마트폰만 하더라도 통신 분야는 물론 디자인 의장등록권 등 수백개의 특허가 포함돼 있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 관련 특허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최근 몇 년 동안 특허괴물의 소송 건수는 줄어들며 다소 주춤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특허소송은 늘고 있다. 특히 중국 특허괴물들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과거에는 주로 미국 특허괴물들이 소송을 걸었다면 앞으로는 중국 특허괴물들이 경계 대상 1호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특허청의 한 관계자는 “NPE의 소송은 특허 라이선싱 체결을 통한 수익화가 목적이기 때문에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정보통신 분야의 대기업에 집중됐던 것이 사실”이라며 “비록 소송은 대기업에 집중돼 있지만 이들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다수의 중소·중견 기업도 소송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특허괴물의 공격 분야도 조만간 ICT 분야에서 바이오 분야로 바뀔 공산이 커졌다. 미국 특허분석 및 특허거래 전문기업 AST에 따르면 올해 2·4분기 지식재산 거래 시장에서는 287건의 신규 특허 매매가 이뤄졌다. 지난 1·4분기와 비교할 때 소폭 증가한 것으로 지난해부터 분기당 300건 안팎의 신규 특허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가장 많은 특허 거래가 이뤄졌던 소프트웨어 분야를 제치고 건강 및 의약 부문에서 가장 많은 특허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소프트웨어 분야는 3위로 떨어졌다. IBM이 1,175건의 자산을 퓨어스토리지에 매각한 것이 눈에 띈다. NPE의 소송도 1·4분기 15건에서 76건으로 다시 껑충 뛰었다. /탐사기획팀=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 -
사면초가 애플...국내 NPE, 日서 아이폰 수입금지 신청
산업 IT 2018.12.26 17:06:03애플이 중국·독일에서 잇따라 아이폰 판매 금지 판결을 받은데 이어 일본에서도 국내 특허벤처 업체에 의해 수입금지를 당할 위기에 처했다. 전세계적인 아이폰 판매 부진에 특허 소송까지 겹치며 사면초가 상황에 놓인 셈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특허벤처업체 퍼스트페이스는 최근 일본 세관에 아이폰XS·아이폰XS맥스·아이폰XR을 포함해 아이폰 7종류와 아이패드 4종류에 대한 수입금지를 요청했다. 퍼스트페이스는 컴퓨터·스마트폰 사용자 인터페이스 기술 개발 업체로 한국을 포함해 미국·중국·일본·유럽 등에서 잠금화면 인증 기술과 같은 특허 50건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퍼스트페이스는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 시리즈에 적용된 ‘페이스 아이디(Face ID)’와 ‘터치 아이디(Touch ID)’, ‘시리(Siri)’ 기술이 자사 보유 일본 특허 2개를 침해했다는 입장이다. 터치 아이디 기술은 아이폰 홈 버튼에 손가락을 올리면 화면이 켜지면서 동시에 잠금이 해제되는 기술이다. 지난해 아이폰X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생체인증 방식 페이스 아이디는 지문을 대신해 사용자의 얼굴을 인식해 잠금을 해제하는 방식이다. 애플은 트루뎁스 카메라 시스템을 통해 3차원 이미지로 신원을 확인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퍼스트페이스의 공동대표인 심영택 한국뉴욕주립대 교수는 “애플의 터치 아이디와 페이스 아이디 기술 등이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해 다양한 경로로 협상을 요청했지만 모두 거부당해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일본에서 법적 조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미국 등과 함께 아이폰의 이용 비중이 높은 시장으로 양사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Statcounter)에 따르면 일본 시장에서 애플 아이폰의 점유율은 77.2%로, 애플의 글로벌 점유율(24.44%)보다 3배 이상 높다. 특히 신형 아이폰이 출시된 이후 일본 내 애플 점유율은 10월 70.14%에서 11월 77.2%로 대폭 늘어났다. 일본 세관에서 퍼스트페이스의 요청을 받아들이게 되면 애플은 아이폰XS 시리즈 등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일본 수출을 전면 금지 당한다. 이와 관련 애플은 내년 1월 8일까지 일본 세관에 답변서를 제출해야 한다. 퍼스트페이스는 앞서 지난 4월에도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방법원에 애플을 상대로 터치 아이디 기술 관련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내년에는 중국과 유럽에서도 잇따라 특허 소송을 계획하고 있어 아이폰을 둘러싼 국제적인 소송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이미 퀄컴과의 특허 분쟁으로 인해 중국과 독일에서 판매 금지 위기에 놓여 있는 상태다. 지난 10일 중국 푸젠(福建)성 푸저우(福州) 중급법원에선 퀄컴에 패소에 판매금지 예비명령을 받았다. 뒤이어 지난 20일엔 독일 뮌헨 지방법원도 배터리 관련 칩셋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는 퀄컴의 주장을 받아들여 독일 내 판매 금지 결정을 내렸다. 애플은 “퀄컴은 기업의 혁신과 소비자의 이익을 해치고 있다”며 곧바로 반박 성명을 발표했지만 항소심이 진행되는 동안 아이폰7·아이폰8 등을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퀄컴은 구형 모델에 더해 아이폰XS·XS맥스·XR에 대해서도 판매 금지를 받아내겠다고 밝혔다./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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