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강력한 기술 제재에도 중국이 첨단 반도체 장비 국산화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방의 반도체 규제를 기술 자립의 기회로 삼아 반도체를 넘어 제조 장비까지 확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원자력연구원(CIAE)은 중국 최초의 국산 탠덤형 고에너지 수소이온 주입기 ‘파워-750H’의 핵심 성능 지표가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다고 전날 공식 위챗을 통해 밝혔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이 고에너지 수소이온 주입기 기술의 연구개발(R&D) 체인을 완전히 장악했음을 의미한다”며 “반도체 제조 공정의 핵심 병목을 극복했다”고 평가했다.
이온 주입기는 리소그래피 장비와 에칭 장비, 박막 증착 도구와 더불어 칩 제조에 필수로 꼽히는 ‘4대 핵심 장비’ 중 하나다. 탠덤형 고에너지 수소이온 주입기는 반도체 칩을 만들 때 실리콘 웨이퍼에 수소이온을 고주파로 쏘는 방식으로 주입해 전기가 통하는 길을 만든다. 전기차나 태양광 충전기 등 전력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장비로, 중국은 그간 미국과 일본에 절대적으로 의존했다. 해당 분야 1위 업체는 엑셀리스, 2위는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로 모두 미국 회사다. 이어 일본의 스미모토중공업의 장비가 핵심 업체로 분류된다.
글로벌타임스는 “(이온 주입기는) 기술 복잡성과 진입 장벽으로 인해 중국 전략산업의 업그레이드를 제약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수십 년간 축적된 핵물리 가속기 연구의 전문성을 활용해 외국의 기술 봉쇄와 오랜 독점을 깨뜨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최근 중국은 반도체 장비 부문에서 속속 성과를 내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말 중국 선전의 한 연구소에서 첨단 리소그래피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시제품 생산이 이뤄졌으며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중국의 기술 굴기에도 “아직까지는 극복해야 할 산이 많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단적으로 이번에 개발한 이온 주입기는 높은 수준의 기술이기는 하지만 인공지능(AI) 반도체에 사용되는 초미세공정보다 많이 뒤떨어진다는 평가다. ASML 관계자 역시 중국 연구소가 개발한 노광장비에 대해 “EUV 기술은 수십 년의 R&D와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영역”이라며 “단기간 내 추격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의 기술 진척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반도체 제조 장비 자립률은 2024년 25%에서 지난해 35%로 급등했다. 이는 당초 중국 당국이 설정한 목표치인 30%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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