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학년도 이후 의대 정원 논의의 기준이 될 미래 의사 추계 결과가 고무줄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의협)가 "2035년 의사 인력이 최대 1만 3967명, 2040년 1만 7967명 과잉 공급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2035년과 2040년 각각 최대 4923명, 1만 1136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이란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의 전망과 정반대 결과를 내놓은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의협 산하 의료정책연구원은 13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정부 의사인력 수급 추계의 문제점과 대안’ 세미나에서 이같은 자체 추계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원은 추계위가 택한 방법과 달리 의사 노동시간(주간 40시간·연간 2302.6시간)을 반영해 실제 노동량(FTE)을 기준으로 삼았다. 박정훈 의료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025년 의협 의뢰로 조사한 의사 1000여명의 근무시간을 기반으로 추계했다"며 "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의사 생산성 6% 향상, 의료전달체계 개선 등 정책적 변화 등을 시나리오에 반영한 결과 2035년 약 1만 1757명~1만 3967명, 2040년에는 약 1만 4684명~1만 7967명의 인력 과잉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의료계 인사들은 "추계위가 '의대 증원'이란 답을 정해놓고, 합리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장부승 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는 "일본은 2018년 '지역완결형 의료'를 구축하겠다는 방향을 먼저 설정하고 6년간 40차례의 회의를 거치며 의사의 실제 노동 시간, 병상 기능, 교육 실태 등 방대한 현장 조사를 통해 기초 데이터를 구축했다"며 "한국은 의사 근무 시간 등 관측 가능한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노력조차 없이 과거 추세를 단순히 연장하거나 막연한 가정을 대입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문가들이 다수결 뒤에 숨어 엉터리 결론을 내고 장관이 이를 과학적이라 포장해 정무적 판단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책임 회피"라고 직격했다. 김석일 가톨릭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소아과 오픈런 등의 문제는 특정 분과 전문의의 부재 때문인데, 정부가 '전체 의대생 증원'이라는 엉뚱한 대안을 내놨다"며 "분과별·지역별 필요 인력에 대한 과학적 추계에 대한 복지부의 의지가 없다"고 꼬집었다. 설 연휴 전까지 의대 정원을 확정하겠다는 정부의 방향을 비판하는 발언도 나왔다. 한성존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이날 패널토의에서 "우리 사회에 적정한 의사 수에 대해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충분히 열어놓고 검토할 수 있지만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속도와 시점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과거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했다.
한편 정부·의료 공급자 및 수요자 단체·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는 이날 3차 회의를 열고 2027학년도 이후 의사인력 양성 규모를 논의했다. 정부는 보정심의 결과를 바탕으로 설 연휴 이전에 2027학년도 의대정원을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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