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산하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가 17일 가동되며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세부 사업별 증·감액 규모 심사에 들어갔다. 이재명 정부의 첫 예산안인 728조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을 놓고 원안을 지키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표 사업을 삭감하려는 국민의힘은 내내 충돌했다. 상임위원회 예비 심사를 거쳐 올라온 예산안이지만 여야가 접점을 찾지 못해 심사가 보류되는 항목이 속출했다. 결국 올해도 예결특위 소소위 차원의 ‘쪽지 예산’ 논란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예결특위 예산소위는 이날부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보건복지위원회·법제사법위원회 등의 상임위별 예비 심사 결과를 토대로 심사에 착수했다. 예산의 감액과 증액을 결정하는 예결위 예산소위는 국회 예산 심사의 최종 관문으로 불린다. 예결소위 의결안이 나오면 종합 심사와 본회의를 거쳐 내년 예산이 확정된다. 예결위는 앞서 민주당 9명, 국민의힘 6명 등 15명으로 예결소위를 구성했다. 소위 위원장은 예결위원장인 한병도 민주당 의원이 맡았다.
여야는 소위 시작부터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인 15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에 대한 이견으로 맞붙었다.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은 “국가채무 증가를 전제로 한 관제 펀드인 국민성장펀드는 핵심 정보가 부재한 상태로 2026년도 예산 전액을 반드시 삭감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노종면 민주당 의원은 “야당의 우려가 공감되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내년도 정부 예산은 최소 5000억 원 늘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결국 한 위원장은 “(여야가) 첨예하게 갈려서 보류하겠다”고 했다. 국민성장펀드는 향후 5년간 150조 원의 민관 합동 자금을 조성해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등 미래 먹거리 산업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로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 1조 원을 편성한 상태다.
이 외에도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국가농업AX 플랫폼’ 예산 등에도 국민의힘이 제동을 걸며 심사들이 모두 보류됐다. 한미 관세 협상 후속 조치를 위해 편성된 1조 9000억 원 규모의 ‘대미 투자 지원 정책금융 패키지’에 대해서는 여야가 기획재정위원회와 논의하자는 데 뜻을 모으며 보류됐다. 이와 관련해 이날 기재위 전체회의에서는 대미 투자 지원 정책금융 패키지에 포함된 예산 중 한국수출입은행의 통상 대응 프로그램 예산 7000억 원을 목적예비비로 편성하기로 여야가 합의했다. 국민의힘은 정부·여당의 지원 대상 등에 대해 지적했지만 국익적 관점에서 원안 통과에 협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정부가 확장재정 기조인 만큼 예결특위 소위를 거치며 내년도 예산안 증액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 간 주요 사업에 대한 입장 차로 상임위 단위에서의 예비 심사가 대다수 끝나지 않은 상태다. 이날까지 심사를 마쳐 예결특위로 예산을 넘긴 상임위는 법사위·국방위원회·정무위원회·복지위·교육위원회·농해수위·성평등가족위원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 등 총 8곳인데 이미 이들이 증액한 예산만 9조 2613억 원에 달한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국토교통위원회·행정안전위원회 등 대규모 예산을 다루는 상임위는 여전히 심사 중이어서 이들 예산이 예결특위에서 다뤄지는 과정에서 10조 원 이상의 증액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농해수위의 경우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하며 정부안보다 2조 322억 원을 증액시켰는데 이재명 정부의 대표적 현금성 지원 사업인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의 영향이 있었다. 당초 정부가 해당 사업에 1707억 원을 편성했는데 상임위 심사 단계에서 2배 늘어난 3410억 원으로 통과됐다. 복지위는 국민연금 가입자 중 저소득층 지역가입자에게 보험료를 지원해주는 예산을 정부안보다 729억 원 증액해 예결위로 넘겼다. 교육위는 3~5세 공통 교육·보육 과정인 누리과정 예산을 1789억 원 증액했고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서울대 10개 만들기 관련 예산도 800억 원 늘렸다.
예산 심사를 둘러싸고 여야가 공방을 이어가며 국회는 올해도 예산안 법정 시한인 다음 달 2일을 넘기고 막판 ‘밀실 심사’ 관행을 반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는 법정 시한이 임박해 예산안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비공식 협의체인 ‘소소위’를 통해 담판을 지어왔다. 예산소위 소위원회라는 뜻의 소소위는 예결위원장과 여야 간사,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이 참여하는 협상 테이블로 법적 근거가 없고 회의록이 남지 않아 ‘깜깜이 심사’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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