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에 멍이 든 채 숨진 10대 딸을 병원으로 데려온 여성이 유기치사 혐의로 구속됐다.
1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오후 4시 30분께 경남 남해군의 한 병원 응급실에 40대 여성 A씨가 자신의 딸을 차에 싣고 도착했다.
당시 여학생의 상태는 이미 심각했다. A씨는 의료진에게 “일하다가 차에 와보니 딸의 의식이 없어 급히 병원으로 데려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학생의 몸 곳곳에는 둔기에 맞은 듯한 멍 자국이 가득했고, 의료진은 즉시 범죄 연관성을 의심해 경찰에 신고했다.
병원 관계자는 “퇴근 시간쯤 아이를 태워 왔는데 이미 숨진 상태였다. 몸이 축 늘어져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도착 당시 B양은 호흡과 맥박이 없는 사망 상태였다. 경찰은 외부 충격이나 급격한 손상으로 인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A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수사에 나섰다.
A씨는 병원에서 “우리 딸 살아 있어요”라며 사망 선고를 거부했다. 병원 관계자는 “모친이 정신적으로 불안정했는지 ‘살아 있는데 왜 죽었다고 하냐’며 의료진에게 항의했다”고 증언했다. 경찰관이 “사망한 지 이미 몇 시간이 지났다”고 설명했지만, A씨는 영안실을 다녀온 뒤 혼절해 다시 응급실로 옮겨졌다가 다시 영안실로 향하는 모습을 반복했다고 한다.
A씨는 “딸이 이 정도로 아픈 줄 몰랐다. 일하다 와보니 의식을 잃고 있어 병원으로 데려온 것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박상희 심리학 교수는 “사망했다는 얘기를 듣고도 인정하지 않고 난동을 부리고 항의하고 있다. 두 가지 가능성을 봐야 한다”며 "첫 번째는 심리적인 부정이다. 딸을 학대하고 때리긴 했지만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는 거다. 감정적인 화풀이를 해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할 수 있다. 충격적이고 죄책감, 불안 상태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는 사실 다 알고 있는데 본인의 죄를 은폐하기 위해 과잉 행동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라고 전했다.
더욱 충격적인 건 A씨의 이력이다. 그는 경남 진주에서 가수와 아나운서로 활동하며 지역에서 인지도를 쌓은 인물로, 사건 당일에도 남해소방서 주최 소방훈련 행사 진행을 돕기 위해 남해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은 A씨를 친딸 B양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유기치사)로 긴급 체포한 뒤 구속해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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