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등 수도권의 집값 상승세가 확산하면서 정부의 규제지역 확대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재명 정부 들어 내놓은 6·27 대출 규제와 9·7 공급 대책이 시장에서 더 이상 효력을 발휘하지 않자 대출 여력과 세 부담을 높일 수 있는 조정대상지역 확대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마포·성동·광진구 등 ‘한강벨트’ 이외의 지역에서도 상승 폭이 확대됐다. 중구는 9월 넷째 주 0.27%에서 다섯째 주 0.4%로 올랐고 동대문구도 0.15%에서 0.25%로 상승했다. 경기에서도 성남 수정구(0.03→0.4%) 등의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 성남 분당, 용인 수지 등은 현재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25개 자치구의 최근 3개월 주택 가격 상승률은 소비자물가 상승률(0.21%)의 1.5배를 넘어섰고 직전 청약 경쟁률도 5대1을 넘어선 바 있다. 과천과 분당 등도 집값이 경기도 물가 상승률의 1.5배를 훌쩍 넘어선 만큼 규제지역 지정을 위한 정량적 요건은 충족한 상황이다. 정부는 최근 집값이 불안한 시군구 지역에 대해서는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시장이 흘러가는 데 따라 대책이 면밀하게 검토돼야 한다”며 “부동산 대책은 수요 억제, 공급, 투기에 대한 사법적 대응 등이 있는데 이를 전체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서울 성동·마포구와 과천·분당 등을 중심으로 규제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6·27 대출 규제와 9·7 공급 대책으로도 집값 안정화를 달성하지 못한 만큼 추가 대책은 규제 지역 확대 또는 세제 강화일 것”이라며 “정부가 ‘핀셋 규제’로 대응할지 또는 전방위적 규제로 나갈지를 고민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규제지역 확대가 집값 안정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시장 불안만 초래할 위험성이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주택법 등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에 지정되면 유주택자의 주택 담보인정비율(LTV)이 30%로 떨어진다. 또 조정대상지역에 지정되면 다주택자에 대한 비과세 요건이 강화되고 취득세가 기존보다 최대 5%포인트 인상된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과거 정부 사례를 살펴봐도 규제가 시장의 가격 상승을 막지 못한다”며 “규제를 강화할수록 실수요자는 더 큰 제한을 받아 주거 시장의 불안 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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