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부모님에게 무슨 짓을 했나요?"
"저는 부모님께 제 의무를 다했습니다."
사이코패스일까, 간병에 지친 아들의 실수일까. 미국의 한 남성이 TV에서 8년 전 부모 살해 사실을 공개했다가 방송국 입구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28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국인 로렌츠 크라우스(53)는 이달 25일 지역 뉴스매체 CBS6와 인터뷰를 갖고 "8년 전에 부모를 살해하고 뉴욕 북부에 있는 자신의 집 뒷마당에 묻었다"고 고백했다. 이 인터뷰는 크라우스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크라우스는 인터뷰에서 부모 살해 동기에 대해 "어머니가 도로를 건너다가 부상을 입었고, 아버지는 백내장 수술 후 더 이상 운전할 수 없는 상태였다"면서 "점점 더 허약해지는 노부모에 대한 안락사"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들이 더 쇠락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살해 이유를 합리화했다.
그는 이어 "저는 부모님께 제 의무를 다했다"며 "부모님의 비참함에 대한 걱정이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러면서 부모를 어떻게 사망케 했는지 설명하기도 했다. 다만 부모가 자신을 죽여달라고 직접 요청한 것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해당 방송국 뉴스 디렉터인 스톤 그리섬은 크라우스가 자신의 전화번호가 포함된 두 쪽 분량의 성명서를 언론사에 이메일로 보내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알고보니 경찰도 그의 부모가 수년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음에도 사회보장 수당을 받고 있다는 점을 수상하게 여겨 조사하고 있었다. 경찰은 그의 집에서 두 구의 시체를 발견한 상태였다. 이날 인터뷰는 자신의 범행이 경찰에 의해 들통나자 제발로 방송국을 찾아와 범행을 자백한 것이었다. 결국 크라우스는 인터뷰를 마치고 방송 스튜디오를 나서자마자 체포돼 현재 두 건의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현지 언론들은 부모 간병에 지쳐 존속 살인을 저질렀을 것으로 보는 가운데, NBC 방송은 이웃을 인용해 "'믿기 힘든 범행을 저지르고도 태연하게 말하는 모습이 사이코패스를 연상케 했다'고 전했다.
국선 변호를 맡은 변호사는 그의 살인죄에 대해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변호인은 “이 문제에 있어서 언론이 본질적으로 경찰의 대리인이었다면, (크라우스가)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 재판에서 법적으로 허용될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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