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 시간) 버지니아주에서 열리는 전군지휘관회의에 참석하기로 한 가운데 미 국방부가 내부 인명록에 주한미군사령관의 계급을 한 단계 낮춰(4성→3성) 표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는 오류라며 정정했지만 실제 주한미군의 위상 격하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8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전군지휘관회의에 참석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는 장군들에게 우리가 그들을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들은 소중한 리더들이며 튼튼하고 강인하며 똑똑하고 동정심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단결심(고취), 그게 전부다. 누군가가 그것을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전 세계에 있는 준장(1성)급 이상 지휘관에게 30일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병대 기지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라고 지시했다. 800명 이상의 지휘관을 한자리에 모으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이번 회의를 계기로 대규모 해고나 강등 발표가 나오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헤그세스 장관은 취임 후 이렇다 할 이유 없이 국방부 고위급 인사 20여 명을 해고했으며 올 5월에는 현역 4성 장군 수를 최소 20% 줄이라는 지시도 했다.
이런 가운데 워싱턴포스트(WP)는 앞서 소식통을 인용해 국방부 내부 인명록에 현직 대장(4성)인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과 로널드 클라크 태평양육군사령관의 계급이 중장(3성)으로 표기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외교가에서는 미 국방부가 조만간 발표할 새 국방전략(NDS)에서 군 자원을 대(對)중국 대응 태세에서 미국 본토 방어 중심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주한미군사령관의 계급도 4성급에서 3성급으로 내리고 대신 주일미군사령관은 3성급에서 4성급으로 격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WP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헤그세스 장관이 복수의 사령관 계급을 4성에서 3성으로 낮추고 아프리카·중동·인도태평양 등의 전투사령부를 대폭 통합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주한미군의 지위가 격하될 경우 미국이 한반도 방위에서 힘을 빼려는 의도로 받아들여지고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클라크 장군의 대변인 아이작 스턴 대령은 이번 중장 표기가 오류로 보이며 수정됐다고 WP에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 헤그세스 장관이 세계 각국의 최전선에서 근무하는 장성들에게 방어가 아닌 공격적인 태세를 보이라고 주문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헤그세스 장관이 ‘전사적 정신(Warrior Ethos)’을 강조할 예정”이라며 “헤그세스 장관은 이 의제가 군에서 신속하게 실행되지 않는 것에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에서 이기려면 국방부를 전쟁부로 바꿔야 한다며 부처 명칭을 변경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다만 공식 명칭 변경은 미 의회를 통과해야 한다.
한편 전 세계 미군 장성급 인사들이 한번에 전선을 비우면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30일은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시한으로, 만약 미 정치권이 임시예산안 처리에 합의하지 못한다면 이들의 현장 복귀도 지연되며 안보 공백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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