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지방을 다녀올 일이 있어 고속도로 등에서 운전만 10시간 이상을 했다. 장시간 운전을 하면 몸에 무리가 가게 마련이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날 필자는 특히 어깨와 가슴 쪽이 아팠다. 안전띠가 너무 조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도로에서 이것을 풀 수도 없고, 늘 참을 수 밖에 없다. 당연하지 않는가.
그러던 중에 문득 생각난 것이 있었다. 지난 주 초에 한국관광공사가 ‘2025년 관광기업 이음주간’ 행사를 가졌는데 모 모빌리티 회사에서 발표한 내용과 관련해서다. 이 관계자는 미래의 모빌리티(이동) 환경이 획기적으로 변할 것이라며 자기 기업의 업무에 대해 소개했다. 그중에 눈길이 간 것은 미래의 모빌리티에서는 이동 중에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이었다. 강연자가 제시한 그래픽 화면에서는 이동 중인 자동차 내부에 침대를 두고 잠도 자고, 테이블을 두고 2명이 회의도 하고, 또 악기 연습도 할 수 있었다. 완전 자율주행으로 바뀌면 운전자는 물론이고 운전석 자체가 없어지니 소형 자동차라도 이러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나온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화면을 보면서 ‘뭔가 이상한 데 …’라면서도 딱히 코멘트를 할 말이 생각 나지 않았었다. 그러던 것이 이번 주말에 운전을 하면서 분명해졌다. 그 회사의 그림 속 승객들은 모두 안전띠를 매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가 이동 중인 승용차나 버스에서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은 별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다. 안전띠를 매면 동작에 제한이 가해진다. 승객들을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게 하겠다는 그 모빌리티 회사가 안전띠, 즉 최고의 가치인 안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궁금해진다.
마찬가지의 생각이 지난 9월 25일 진행된 ‘국무총리 주재 ‘제10차 국가관광전략회의’를 보고 드는 느낌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처음 맞는 ‘관광업계 출신’ 최휘영 장관이 의욕적으로 주요 이슈에 대해 정책을 내놓았다. 이재명 정부 들어서고 처음 맞는 이날 국가관광전략회의답게 충분히 긍정적이라고 생각된다. 역시 문제는 운전 중 안전띠와 같은 경우다. 어떻게(How-to·하우투) 할 것인가.
이날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 방한관광 혁신 △ 국내관광 혁신 △ 관광정책·산업기반 혁신 등 3대 주제에 대해 발표를 했다. 그중에서 핵심은 서울 외 지방에 외래 관광객 대상 ‘제2·3 인바운드 관광권’을 조성하고 또 시대에 맞춰 관광 법제를 개편하겠다는 두 가지로 보인다.
최 장관은 ‘인바운드(해외 관광객의 방한 관광) 관광권’ 추가 조성 계획과 관련해서 “여기저기 흩뿌리는 정책이 아니라 이제는 집중해야 한다”며 “올해 안에 인바운드 관광권 후보지로 2~3곳 선정하고 1년간 지자체와 협의해서 최종적으로 1~2곳을 골라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인바운드 관광 활성화를 위해 위해 서울 포함한 수도권 일극 관광권 외에 지방에 1~2곳에서 서울에 버금가는 관광권을 더 만들겠다는 취지다.
또 관광 법제 개편에 관련해서는 “현재 1999년에 도입된, 7대 업종만 ‘관광업’으로 돼 있는 법률을 현실에 맞게 전면적으로 고치겠다”고 강조했다.
우선 제2·3 인바운드 관광권 조성에 대해서 말해보자. 방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특히 서울만 방문하고 지방은 외면한다는 이야기는 수도 없이 많이 나왔다. 문제는 해결책이 난망이라는 데 있었다. 최 장관은 기존 정책을 “여기저기 흩뿌리는 정책”이라고 규정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그렇게 된 데는 지역이 그것을 원했다는 것이다. 어느 지역도 스스로가 소외되기를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계획처럼 서울 등 수도권 외에 추가로 1곳이나 2곳의 인바운드 관광권을 육성한다면 이곳을 어떻게 정할지, 다른 지역에는 어떻게 보상할지도 관심이다. 이미 부산이나 제주, 혹은 부산이나 광주가 새로운 인바운드 관광권으로 선정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대상에서 부산이 빠지지는 않을 듯하다. 아니면 아예 다른 방식일까.
앞선 관광권 사례가 없지는 않다. 서울 위주의 관광지 개발에서 탈피하겠다며 문체부는 지난 2023년 12월에 ‘남부권 광역 관광개발 업무협약’을 통해 부산광역시, 광주광역시, 울산광역시, 경상남도, 전라남도 등 5개 시도에 ‘K관광 휴양벨트’를 만들기로 공동 협약을 맺었다. 당시 경남 통영에서 열린 협약식에 문체부 장관과 시도 시장·도지사들이 모두 참석했으니 큰 행사였다. 이 사업에는 향후 10년간 3조 원의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다. 일부에서는 남해안 시도에 나눠먹기라는 지적도 없지 않았지만 누구도 소외시킬 수 없고, 지역균형 발전이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새로 조성되는 ‘제2·3 인바운드 관광권’이 이런 남해안 벨트와 어떻게 연결될지도 관심사항이다.
인바운드 관광권 조성이 지자체와 관련된 내용이라면 관광 법제 개편은 정부 내 부처들과 관계 있다. 현행 관광진흥법이 내용이 여행업, 관광편의시설업, 관광객이용시설업, 테마파크업, 숙박업, 국제회의업, 카지노업 등 7대 업종과 관련된 데 불과하고 다른 업종은 배제하고 있다는 지적도 그동안 수없이 지적됐다. 항공사 등 교통과 면세점 등 유통업, 제조업, 플랫폼 등은 이 법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날 회의에서 최 장관이 “관광테크가 관광업종이 아니라는 모순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관관광진흥법 외의 업종에 대해서는 문체부가 이들 업체들에게 뭐라고 직접적 행동을 할 수 없다는 어려움이 있다. 물론 관광 법제 개편은 역대 정부에서 시도한 사안이었다. 지난해 10월 주도로 출범한 ‘국회관광산업포럼’도 관광 법제 개편을 첫 과제로 내세운 바 있다. 그동안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각 부처의 이해관계 때문이었다. 법률 규정은 관할권 여부까지 정하는데 유통이나 교통 업무를 담당하는 부처가 이를 문체부에 넘기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껏 최대한의 노력이 ‘잘 협조하겠다’ 정도였다.
어쨌든 문체부는 이번 국가관광전력회의 관련 배포한 자료에서 향후 관광기본법을 전부개정하고, 관광진흥법은 분법해서 ‘관광산업법’과 ‘지역관광발전법’으로 나누겠다고 설명했다. 자세한 분법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를 통해 문체부가 실제 관광정책을 통활할 수 있을 지 단순히 현재 관광진흥법의 물리적인 분할에 그칠지 두고 봐야겠다.
다소 모호한 발표에 이날 회의에 참석한 유용종 한국호텔업협회장의 쓴소리까지 나왔을 정도다. 유 회장은 “총론적인 것은 잘하신 것 같은데 각론으로 들어가서 ‘하우투’, 저게 될까 생각이 든다. 장관님이 일본과 비교했는데 일본은 ‘관광청’이 강력한 컨트롤타워로서 강력히 지원하고 있다. 진짜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서 우리도 강력한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서 해주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휘영 장관은 발표에서 이외에 주요 안건으로 전자여행허가제(K-ETA) 개선, 내국인 공유숙박 제도화, 해외 교통앱 및 결제 방식 개선, 국내여행 활성화. 관광인력 육성, 관광데이터 체계화 등의 주요 사업 추진 방향을 밝혔다. 역시 그동안 줄곧 제기됐던 사항으로, 모두가 알고 있고, 중요한 것은 액션이다.
관광과 밀접한 관련 있는 부처에서도 이날 나왔지만 각자 입장을 설명하는데 그쳤다. 법무부는 K-ETA가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고 변호했고 보건복지부는 의료관광을 늘리겠다고 기대했고 해양수산부는 해양레저관광 활동을 소개했다. 외교부는 재외 공간을 K컬처를 소개하는 플랫폼화 하겠다고 재확인했다.
관광 기업 관계자들도 참석해 발언했지만 역시 기존에 논란이 돼왔던 내용에서 별로 나가지 못해 아쉽다. 하나투어는 “우리나라 아웃바운드 여행사들도 관심을 가지고, 국내외에서 해외 여행사와 차별을 시정하도록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대형 여행사들의 주 수입원은 인바운드가 아니라 아웃바운드(우리 국민의 해외여행) 관광이다. 또 한국여행업협회는 여행사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했고 한국관광협회중앙회는 숙박시설 확충을 위해 호텔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최휘영 장관은 “이번에는 문체부 장관이 관광 쪽에서 일하다 온 사람이라서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여러분이 말씀해 주신 것을 꼼꼼하게 챙기고 또 제가 앞서 말한 것에 대해 빠른 속도로, 가시성 있는 성과물이 나오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챙겨야 할 것에는 관광 관련 한국관광공사 사장 자리가 자금 1년 9개월이나 공석인 안건도 있는데 이것이 이날 회의에서 빠진 것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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