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의회의 임시예산안(CR) 처리 실패로 다음 달 1일(현지 시간)부터 미국 행정부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에 처할 위기에 빠진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9일 의회 지도부와 이 문제를 담판 짓기로 했다. 주요 외신들은 여야가 합의에 실패할 경우 백악관 주도의 연방공무원 대량 해고 등 초유의 상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27일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29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공화당의 마이크 존슨(루이지애나) 하원의장과 존 슌(사우스다코타) 상원 원내대표, 민주당의 하킴 제프리스(뉴욕) 하원 원내대표와 척 슈머(뉴욕) 상원 원내대표 등 4명을 접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백악관 관계자 등 2명을 인용해 이들이 트럼프 대통령 집무실에서 셧다운을 피하기 위해 예산안에 관한 협상에 나선다고 전했다.
앞서 19일 미국 연방의회는 내년 회계연도(2025년 10월 1일∼2026년 9월 30일) 연방정부 예산안 처리 시한을 11월 21일까지 더 연장할 수 있게 하는 임시예산안을 처리하려 했지만 하원만 통과한 채 상원의 벽은 넘지 못했다. 민주당이 ‘오바마케어(ACA)’ 보조금 지급 연장 등을 주장하며 예산안 반대 입장을 고수하면서 여야 간 평행선을 달렸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상원에서 53석을 갖춘 다수당이지만 예산안 통과에 필요한 60표를 얻기 위해서는 민주당 47석 가운데 7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임시예산안은 30일까지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당장 다음 달 1일부터 셧다운 사태가 발생하므로 연방정부 기관들이 7주 동안 예산을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단기 지출 법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23일 트루스소셜에 “소수당 급진 좌파 민주당이 표를 대가로 내세운 터무니없고 우스꽝스러운 요구 사항을 검토했다”며 “그 결과 민주당 지도부와 어떤 회동도 생산적일 수 없다고 결정했다”고 적었다. 슈머 원내대표와 제프리스 원내대표가 20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회동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낸 일을 언급하며 공개적으로 거부한 것이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셧다운 사태가 일어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 부처·기관을 재편하고 대규모 직원 감축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셧다운 때도 회계연도 종료 이후 연방정부 자금이 집행되지 않으면 법 집행, 국경 수비, 핵심 복지 등 일부를 제외한 상당수의 정부 기관 활동이 추가 예산 승인 때까지 중단됐다. 연방공무원들에 대한 급여 지급도 중지돼 공공 안전 등 필수 분야 직원은 무급으로 근무하고 비필수 분야 직원은 휴직 상태가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때인 2018년 12월 22일~2019년 1월 25일에도 멕시코 국경 장벽 예산이 불충분하다며 거부권을 행사해 역대 최장 기간 셧다운이 벌어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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