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78년 만에 폐지된다. 내년 8월부터 검찰의 수사·기소권을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각각 분리하는 사상 초유의 형사 사법 실험이 시작된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보완수사권 등 1차 수사기관 견제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 26일 본회의에서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신설 등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1948년 창설된 검찰은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완전 해체된다. 수사 기능은 중수청으로, 기소 기능은 공소청으로 각각 이관된다. 중수청·공소청이 본격 가동되는 내년 9월 전까지 청사 확보와 인력 배치는 물론 형사소송법 개정 작업 역시 마무리해야 한다.
오랜 기간 유지돼 온 형사 사법 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하는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앞으로 공소청이 중수청·경찰에서 송치한 사건 기록만 검토해 기소 여부를 판단하게 되면 과연 사건의 실체를 충분히 밝혀낼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이와 맞물려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부여할지 여부를 두고 논쟁에 불이 붙고 있다. 검찰과 대한변호사협회 등 법조계는 보완수사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중수청 등 1차 수사기관이 수사한 문서만 보고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현실적·실무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라며 “현재도 사법경찰관의 송치 사건에 대해 보완수사를 하면서 수사 내용이 바뀐 경우는 셀 수 없이 많다”고 했다. 변협이 이달 12~19일 회원 238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도 응답자 10명 중 9명은 보완수사권이나 보완수사요구권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여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은 보완수사요구권을 부여하거나 직접 수사권을 100%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개편 준비 기간이 1년으로 짧다는 점도 혼선을 예고한다. 1년 안에 공소청 청사를 새로 짓거나 구하는 일 역시 숙제다.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도 다시 뜯어고쳐야 한다. 과거 차세대 킥스 구축을 하는 데만 3년, 1500억 원이 들었다. 일각에서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들여 구축한 시스템인 만큼 다시 만드는 데도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은 전날 대검찰청 청사 퇴근길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와 관련해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국회의 의결을 존중한다”며 “형사 사법 시스템이 공백 없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보완수사권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말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모든 수사에 대해 검사 지휘를 받도록 돼있는 ‘특별사법경찰(특사경)’ 문제도 있다. 특사경 제도는 특정 행정 분야에 전문성을 지닌 공무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해 효율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지만, 수사 경험과 지식이 부족해 검사의 보완적 지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만약 검사의 수사권이 폐지되면 특사경에 대한 지휘권도 함께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수사 과정에서 적법성을 따지는 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특사경이 독자적으로 사건을 처리할 경우 위법수집증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법무부는 검찰청 해체에 따라 전날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시행령도 입법예고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지금의 검찰은 더 이상 신뢰할 수 없으니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으라는 국민의 준엄한 요구”라며 “법무부는 정부가 주도하는 후속 조치에 적극 임하면서 ‘국민을 위한 검찰 개혁’이라는 시대의 명령을 완수해가겠다”고 썼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