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단체가 25일 삼성화재(000810)의 무차별적 소송에 항의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한방병원들의 치료가 ‘자동차보험진료수가 기준’에 부합한 데도 ‘과잉진료’라며 근거 없는 소송을 남발해 환자 진료권을 해치고 있다는 취지다.
대한한방병원협회와 한의의료기관 관계자 400여 명은 이날 오전 서울 강남역 인근 삼성화재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고 “삼성화재의 무분별한 소송제기는 명백한 소권 남용 행위"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삼성화재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이미 보험료를 지급하라고 인정한 건들에 대해 진료기록부, 환자 증상 검토 등의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고 소송이라는 쉬운 길을 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기업의 자본력을 앞세워 의료인을 범죄자로 몰아세우고 환자의 치료를 가로막는 만행을 이제 그만 멈춰 달라”고 촉구했다.
한의계가 자동차보험을 운영하는 20여개 보험사 중 삼성화재만 콕 집어 규탄하는 이유는 최근 관련 소송제기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협회에 따르면 한 한방병원은 2024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삼성화재로부터 ‘부당이득 반환 소송’ 등 106건을 피소당했다. 불과 1년 전까지 연간 손해배상청구소송 제기가 8건에 그쳤던 것과 비교해도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그 8건마저도 대전지방법원, 부산서부지방법원 등에서 삼성화재 청구를 기각하는 패소판결이 내온 바 있다. 협회 관계자는 "무차별 소송으로 ‘우선 괴롭히기’ 또는 소송 건수 자체의 실적을 노린 ‘특정 부서의 돌출 행위’가 아닌지 의문이 든다"며 "전국 한방병원들은 소송에 대응하느라 진료가 어려울 정도"라고 토로했다. 삼성화재가 소송을 제기한 입원치료의 경우 2022년 강화된 심평원의 심사지침 기준으로도 적정성을 인정받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삼성화재가 제기하는 부당이득의 증거는 차량 손상 사진과 블랙박스 뿐이라며, 차량 손상 정도가 환자의 증상 경중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비꼬았다. 보험자로서 가입자인 환자의 안녕을 살피고 법에 허용된 진료기록 열람 등을 통해 치료의 필요성 등을 검토했어야 하는데, 그러한 진료기록 열람이 단 한 건도 진행되지 않은 채 소송으로 직행했다는 것이다. 협회는 이 같은 소송제기가 지속될 경우 국민 건강권이 침해되고 사회적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극적인 진료를 부추기고 최선의 치료를 막음으로써 의료비 지출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협회 관계자는 “삼성화재를 포함한 20여 개 보험사에서 지난 1년간 교통사고 환자의 한의 치료비로 지급하는 돈은 1조 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며 "손해보험업계 1위 기업으로서 지난해 매출 22조 6570억 원, 영업이익 2조 6496억 원을 기록한 삼성화재의 소송 남발이 정당성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급보증 통지 단계에서는 교통사고 환자의 눈치를 보느라 아무 말도 못 하다가, 환자와 합의를 마치고 의료기관만 남게 됐을 때 부리나케 소장을 접수하는 행태를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며 “삼성화재의 부당한 소송과 의료현장을 파괴하는 행태를 앞으로 국민 앞에 낱낱이 밝히고 끝까지 맞서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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