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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놓친 별…李, 유엔서 ‘E·N·D’로 다시 잡나[송종호의 국정쏙쏙]

<73>李대통령 UN총회 기조연설

'교류·관계 정상화·비핵화' 제시

END전략으로 한반도 적대 종결

APCE까지 40일 외교 골든타임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 시민의 등불이 될 새로운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 완전히 복귀했음을 당당하게 선언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 시간) 유엔에서 ‘민주 대한민국의 복귀’를 선언하며 한반도 평화와 세계 안보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불과 9개월 전 뜻밖에 비상계엄사태를 맞았던 대한민국이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국제사회에 복귀한 신고였습니다. 유엔 본부 총회장에서 이 대통령의 연설에 참석자들은 박수를 쳤습니다. 그는 190여 개국 정상 가운데 일곱 번째 연설자로 연단에 올랐습니다.

‘민주’한국이 국제사회에 복귀했다…세차례 박수


20여분 동안 이어진 기조연설에서 이 대통령이 “대한민국 정부는 상대의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일체의 적대 행위를 할 뜻이 없음을 다시 한번 분명하게 밝힌다”고 하자 다시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다음으로 “민주주의의 위기 앞에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들었던 오색빛 응원봉처럼, 국제사회와 유엔이 인류의 미래를 밝힐 희망의 등불을 함께 들어달라”며 “함께하는 더 나은 미래의 세계를 향해, 우리 대한민국이 맨 앞에서 담대하게 나아가겠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도 박수가 터졌습니다.

이재명 정부 대북 정책 ‘E·N·D 이니셔티브’선언


민주 대한민국의 책임있는 자세로서 이 대통령은 대북 원칙 역시 제시했습니다. "남북 간 교류(Exchange)·관계 정상화(Normalization)·비핵화(Denuclearization)를 중심으로 한 '포괄적 대화'를 통해 한반도에서의 적대와 대결의 시대를 종식(END)하고, '평화 공존과 공동 성장'의 새 시대를 열겠다"라는 것입니다.

이 대통령은 이를 'E·N·D 이니셔티브'라고 정의했습니다. 과거 '드레스덴 선언'(박근혜 정부), '베를린 구상'(문재인 정부), '담대한 구상'(윤석열 정부)과 같은 이재명 정부의 첫 '대북 원칙'이 천명된 것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는 인식의 기초 위에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 ‘중단’부터 시작해 ‘축소’의 과정을 거쳐 ‘폐기’에 도달하는 실용적·단계적 해법에 국제사회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앞서 이 대통령이 방미 직전 BBC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북핵 동결’ 입장을 재차 확인한 셈입니다.

위성락 안보실장은 이 대통령의 E·N·D이니셔티브에 대해 이날 미국 뉴욕 대한민국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통해 "비핵화 3단계는 비핵화에 초점을 맞춘 접근이고, E·N·D는 비핵화를 포함하는 남북관계 전반을 말하는 접근방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위 실장은 "(비핵화 3단계-E·N·D 이니셔티브)두 개가 배치되지 않고 두 개가 보완할 수 있는 것인데, E·N·D가 좀 더 포괄적인 남북관계 접근법"이라고 부연하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포괄적 대화를 추진한다는 'E·N·D 이니셔티브'의 3개 큰 목표는 긴밀한 조율 속에 '상호 추동 구조'라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교류·정상화·비핵화(E·N·D)…상호 추동구조


이재명 대통령이 8월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는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 대통령이 제시한 ‘중단→축소→폐기’의 3단계 비핵화론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개념으로 비핵화에 이르기 전에 먼저 핵 활동을 중단(동결)시키는 것이 출발점이라는 것입니다.

이를 두고 해석은 엇갈립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동결에서 중단으로 말이 바뀐 데 의미가 있다”며 “동결은 핵감축의 현황을 검수하는 등의 절차가 있지만 중단은 현재상황에서 말 그대로 스톱시킨 수준에 낮은 단계”라고 지적했습니다. 급한 경제 제재를 풀려는 북한의 이해관계와 맞아 떨어진다는 얘기로 박 교수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제재’라는 단어만 5번을 강조하고 있다”며 “현재 핵시설을 스톱시킨 상태로 경제제재가 일부라도 풀린다면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해석했습니다. 그만큼 북한 입장에서 경제제재를 푸는 게 급하다는 얘기입니다.

경제 제재 해제 절실…北 ‘대화’ 유인책
北 ‘2차타격 능력’구축 시간 벌기우려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경제보다 안보가 우선이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김동중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는 “이르면 2년 내에 북한은 미국의 선제공격을 받고도 다시 2차 타격 능력을 구축할 단계에 이른 상태”라며 “미국과 대화를 하더라도 궁극적인 비핵화에 나설 유인이 굉장히 낮아졌다”고 평가했습니다. 자신들의 안보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미국의 카드를 이른바 ‘간보기’형태로 대화에 나서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강해진 통미봉남…남한 역할론 고심


전문가들은 이처럼 엇갈린 시각에도 북한의 ‘통미봉남(미국과 직접 접촉하고 남한은 봉쇄·배제 전략)’이 강화됐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특히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지칭한 바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돌발외교에 들어갈 경우 한국은 외교 패싱을 피할 수 가 없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김정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돌발적으로 군축차원으로 북핵 문제를 접근할 경우 비핵화를 주장한 한국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 있다”며 “북한이 유엔총회에 7년 만에 고위급 인사를 파견한 것도 뉴욕채널을 가동시켜 물밑교섭에 이미 들어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지난달 27~2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APEC 에너지 장관회의에 참석자들이 에너지 분야 협력 공동선언문을 채택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돌파하기 위해 유엔총회부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까지 이어지는 40일 간의 다자외교 무대에서 한국의 입장과 역할을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됩니다. 이신화 고려대 정외과 교수는 “북한 문제를 포함한 보편적 인권과 자유민주주의를 함께 하는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조하며 북한 문제는 북미간의 일방통행으로 흐르지 않게 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는 이번 유엔총회에서 별도의 회담을 하지 않는 대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이날 회동한 뒤 프랑스·이탈리아·우즈베키스탄·체코·폴란드 등 정상과의 회담을 이어갑니다. 한반도 문제 뿐만 아니라 한미간 관세협상이 공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이들 국가들과 외교채널을 확대해 실용적인 접근을 모색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무르익는 북미대화…40일간 외교 골든타임


북미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는 상황에서 외교패싱을 당하지 않으려는 정부의 긴장감도 느껴집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기조연설에서 북한을 언급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는 한편 북미간 정상회담 등 조율을 위한 급박한 움직임도 포착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호텔의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유엔 총회 기조연설,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위 실장은 같은 브리핑에서 "아는 범위 내에서 말씀드리면 북미간 이렇다 할 논의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며 "미국이 대화하려는 의지를 가지긴 하지만 서로 간 구체적 움직임이 있는 걸로 파악한 건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우리는 미국이 먼저 움직이는 것을 지지하고, 권하는 역할을 한다는 입장이다. 북한의 반응을 봐도 상대적이지만 남측보다는 미국에 대해 덜 적대적인 인상을 주고 있는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아직 구체성은 없다"고 전했습니다.

이재명 정부 들어 적대행위를 중단 한 뒤 북한의 반응이 달라진 것은 사실입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을 시사하거나 남쪽과는 거리를 두면서도 이 대통령의 실명을 언급하는 등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기회를 살릴 수 있을지 또 다시 퇴행의 길을 반복할지는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APCE까지 돌아온 민주한국의 역할에 달렸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실패한 문재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2019년 2월 27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기조로 한 대북 정책을 추진한 바 있습니다. 이후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북한 선수단 참가, 2018년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 2018부터 2019년까지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 등이 성사되며 결실을 맺는 듯 했지만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고 핵과 미사일 위협을 가중하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정책은 힘을 잃었습니다.

사정은 당시보다 더욱 악화한 상황입니다. 이 대통령도 지난 한미정상회담 중 기내간담회에서 2018년과 현재의 한반도 상황을 비교하면 더욱 심각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다만 남은 변수가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입니다. 종전, 휴전 등의 성과를 올리지 못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눈길은 한반도로 빠르게 움직일 것입니다. 이재명 정부는 2019년 놓쳤던 하노이 별을 그 순간 잡아야 합니다. 통일부 고위관계자는 “다시 가슴이 뛴다”고 귀뜸하기도 했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놓쳐버린 별을 잡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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