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 위험을 이유로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파월 의장은 23일(현지 시간) 미국 로드아일랜드주에서 열린 상공회의소 오찬 행사에서 “예상보다 인플레이션 위험이 지속되는 힘든 상태”라며 “노동 수요와 공급도 이례적이고 도전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파월 의장은 다음 금리 인하 시기를 언급하지 않는 대신 “공격적으로 통화정책을 완화하면 인플레이션 억제 작업을 미완으로 남기게 되고, 2% 목표치를 회복하기 위해 (금리 인상으로) 완전히 방향을 바꿔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통화를 제한하는 정책을 너무 오래 유지하면 노동시장이 불필요하게 약화될 수 있다”며 “(물가와 고용의) 양면적 위험이 존재할 때 이를 피할 길은 없다”고 우려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위험을 촉발한 주요 원인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을 지목하기도 했다. 그는 “올 들어 8월까지 개인소비지출(PCE)은 전년 대비 2.7% 상승했고 이는 상품 가격이 주도했다”며 “광범위한 물가 압력이 아니라 관세를 반영한 데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물가 상승이 몇 분기 동안 이어지면서 다소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그 영향이 사라지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고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인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여러 지표로 볼 때 주가도 상당히 고평가돼 있다”는 파월 의장의 언급까지 나오며 뉴욕 3대 증시는 일제히 급락했다.
최근 연준 인사들 사이에서는 금리 인하 신중론이 커지고 있다. 오스턴 굴즈비 시카고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정책금리의 중립 수준은 지금보다 1.0~1.5%포인트 낮다”면서도 “공격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서는 데는 신중해야 하고 인플레이션을 반드시 2%로 되돌려야 한다”고 밝혔다. 알베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연은 총재와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연은 총재 역시 연내 금리를 내릴 여지는 제한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반면 연준 내에서 대표적 ‘친(親)트럼프’ 인사로 꼽히는 스티븐 마이런 이사는 “금리를 공격적으로 2%포인트 더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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