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북권 ‘최대’ 정비사업 중 하나로 꼽히는 전농·답십리 뉴타운 개발이 20여 년 만에 시공사 선정 등을 거치며 막바지를 향해 달리고 있다. 전농8구역은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최근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해 이르면 3~4년 내 이주가 본격 시작될 전망이다. 청량리역 역세권인 전농9구역은 2028년 일반 분양을 시작할 예정이다. 또 전농12구역과 전농도시환경정비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 구역이 첫 삽을 뜨게 되면 비로소 2003년 지구 지정된 전농·답십리 뉴타운이 1만 3900가구 규모의 도심 내 신도시로 탈바꿈하게 된다.
19일 기자가 찾은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204번지 일원의 전농8구역은 다가구 주택이 빼곡하게 들어선 데다 주택 사이로 좁은 골목길이 펼쳐져 있다. 2003년 전농 답십리 뉴타운 발표 이후 20여 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첫 삽을 뜨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8구역은 이르면 올해 말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거쳐 이르면 2032년에 입주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8구역은 9만 3697㎡에 지하 3층~지상 32층 아파트 19개 동, 총 1950가구와 부대 복리 시설이 조성된다. 이 단지는 단지 안에 약 1만 3223㎡ 규모의 중앙 광장이 만들어지게 되는 데다 전체 단지의 조경 면적 비율은 약 3만 3057㎡에 달할 예정이다.
단지 인근에는 지하철1호선과 경의중앙선·수인분당선을 이용할 수 있는 청량리역이 구불구불한 골목길 사이 도보 약 15분 내외 거리에 자리 잡고 있었다. 향후 정비가 시작되면 더 쾌적하고 빠르게 역세권 신축 대단지의 장점을 누릴 수 있을 전망이다. 또 GTX-B·C노선, 면목선 등 교통 호재가 예정돼 있어 미래 가치 상승도 기대된다.
학군은 전곡초와 전농중, 전일중, 해성여고 등이 인근에 있어 우수한 편이다. 왕복 5차로의 대로변을 건너야 하는 점은 단점이지만 육교를 이용해 비교적 안전하게 도보 이용이 가능하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전용 59㎡ 정도의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 매물이 약 10억 원”이라며 “전세가가 2억 원 내외로 낮기 때문에 현금이 최소 8억 원은 필요하다”고 전했다.
청량리역 바로 옆에 있는 전농9구역은 개발 진행 속도는 느리지만 최고의 역세권 입지로 평가받는다. 고가도로만 건너면 청량리역이어서 지하철 1호선과 경의중앙선, 경춘선, 수인분당선을 이용할 수 있다. GTX-B·C 노선 개통이 예정돼있어 강남·강북·수도권 주요 거점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청량리 롯데타워와 청량리 복합개발, 롯데백화점·마트, 동대문구청·서울시립대 등 편의시설과 인프라가 풍부한 점도 장점이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대지면적 115㎡ 단독주택이 10억 5000만 원에 매물로 올라와 있다”며 “대지면적 29㎡의 구축 빌라는 6억 5000만 원, 대지면적 19.8㎡의 단독주택은 4억 3000만 원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중개업소 대표는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월세 수요가 탄탄한 데다 이주와 건설 기간 동안 수입이 끊길 수 있어 이해관계자 간 조율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전농9구역은 2021년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된 후 2023년 LH를 사업 시행자로 지정고시했다. 2028년 착공 및 2031년 입주를 목표로 사업이 진행 중이다.
청량리역과 신답역 사이에 위치한 전농12구역은 이달 15일 화성씨앤디와 정비사업전문관리용역 계약을 맺었다. 동대문 롯데캐슬노블레스 아파트 좌측 블록에 위치한 전농 도시환경정비사업은 2007년에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지만, 내부 갈등으로 표류하다가 올 초 조합장을 새로 선출하고 최근 개략적인 추정분담금 산정·검증과 분양 신청을 위한 용역을 계약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전농 답십리 뉴타운은 2003년 11월 지구 지정을 시작으로 2005년 1월 계획 결정이 내려졌다. 전농1동과 답십리1동 약 81만 2867.2㎡에 1만 3900가구 규모의 미니 신도시급 개발이 22년째 진행 중이다. 뉴타운에는 △전농7구역 래미안 크래시티(준공 2014년 10월) △답십리16구역 래미안위브(2014년 10월) △답십리18구역 래미안 미드카운티(2019년 4월)가 이미 준공을 마치고 입주까지 완료했다.
전농·답십리 뉴타운이 주목받는 것은 개발 이후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농 대장아파트로 꼽히는 래미안크레시티(2011년 분양)의 전용 84㎡ 분양가는 4억 7900만 원 수준이었지만 지난달에는 17억 8000만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을 정도다. 10억 내외로 거래되던 지난해 초와 비교해서도 불과 1년 만에 5억 원 이상이 오른 셈이다. 전농8구역은 사업 규모가 크고 조합원 이해관계가 복잡해 다른 구역 대비 진행이 늦어졌지만 최근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며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공사비 인상으로 전반적인 개발 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은 점이 가장 큰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롯데건설은 인근 청량리7구역 청량리롯데캐슬하이루체 조합 측에 최근 공사비 인상을 요구했다. 서울시는 이달 16일 코디네이터를 파견했고, 조만간 협의체를 구성, 조정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롯데건설은 공사비로 3.3㎡당 580만 원에서 630만 원으로 약 50만 원 인상을 요구했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청량리뿐 아니라 전농·답십리 뉴타운 공사비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공사비 인상 요인이 많은 만큼 시간이 흐를수록 관리처분계획상에 나온 추가분담금 이외에 별도의 공사비 증액이 불가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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