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당시 김건희 여사와 권선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금품을 건네고 정치권에 교단 이권을 청탁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특검의 수사를 받고 있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구속심사가 5시간 만에 종료됐다. 한 총재와 공범으로 지목된 ‘통일교 2인자’ 정원주 전 비서실장의 구석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도 끝났다.
22일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은 이날 오후 1시 30분께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한 총재의 영장실질심사가 오후 6시 30분께 종료됐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의 영장실질심사는 이보다 약 2시간 늦은 오후 8시 25분께 마쳤다.
심문을 마치고 건물에서 나온 한 총재는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구속 여부는 이날 늦은 오후, 늦으면 이튿날 새벽에 결정될 전망이다.
특검팀은 이날 통일교 청탁 의혹 수사를 진두지휘한 수사팀장을 비롯한 8명의 검사를 법원으로 보내 한 총재 구속에 전력을 다했다. 특검팀은 한 총재가 앞서 세 차례 특검의 소환통보에 불응했다는 점, 공범으로 지목된 권 의원이 구속되고 나서야 임의로 조사에 나온 점 등을 언급하며 증거인멸의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420페이지 분량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며 구속 필요성을 피력했다. 심사에서는 220페이지의 프레젠테이션 자료(PPT)를 준비했다.
반면 한 총재 측은 한 총재가 83세 고령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주장했다. 특검팀이 윤영호 전 통일교 본부장의 진술을 제외하고는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도 재판부에 호소했다. 통일교가 정치권에 청탁을 한 것은 윤 전 본부장의 개인 일탈이었으며 한 총재는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기존의 입장 또한 고수했다.
한 총재는 구속심사 때 최후 진술에서 “정치에 관심이 없고 정치를 모른다”, “정치인에게 돈을 준 적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날 오후 휠체어에 탄 채 법원 앞에 모습을 드러낸 한 총재는 권 의원에게 세뱃돈과 넥타이 등을 건넸는지 등 통일교 관련 의혹과 관련한 취재진의 물음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특검은 윤 전 본부장이 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수주 등을 위해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고가 다이아몬드 목걸이, 명품 가방 등을 전달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개발 사업 지원 등 윤 전 본부장의 청탁이 이뤄진 무렵인 2022년 6월 13일 윤석열 정부가 5년간 캄보디아에 대한 EDCF 차관 지원 한도를 기존 7억 달러(현재 환율 기준 9557억 원)에서 15억 달러(약 2조 479억 원)로 늘렸기 때문이다.
또한 한 총재는 2022년 10월 원정 도박 의혹과 관련한 경찰 수사에 대비해 윤 씨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도 받고 있다.
또한 특검은 전 씨와 윤 씨 등이 2023년 3월 진행된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서 권 의원을 당 대표로 당선되게 하기 위해 통일교 교인들을 대거 가입시키려 했다는 의혹(정당법 위반)도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은 통일교 측이 권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건넸다고 보고 있다. 특검은 권 의원을 수사한 뒤 이달 16일 구속영장을 발부받은 바 있다. 다만 해당 혐의는 이번 구속영장에는 적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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