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캐나다가 21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주요 7개국(G7) 국가의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이날 성명을 내고 “‘두 국가 해법’ 가능성을 지속시키기 위한 국제적 공조 노력의 일환”이라며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선언했다. 카니 총리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주도의 국가를 인정하는 것은 평화로운 공존을 추구하며 하마스의 종말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준다”며 “테러리즘을 정당화하거나 보상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영상 성명에서 팔레스타인 국가를 공식 인정한 뒤 “이스라엘의 끊임없는 폭격과 기아, 황폐화는 참을 수 없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로써 193개 유엔 회원국 중 팔레스타인을 주권국가로 인정한 나라가 하루 사이에 147개국에서 151개국으로 늘었다.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선언은 잇따를 전망이다. AFP통신은 “프랑스와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이 22일 뉴욕 유엔총회 기간 중 대열에 동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곧바로 성명을 내고 “당신들은 테러리즘에 거대한 보상을 주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유엔총회 참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둔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나라 심장부에 테러국가를 세우려는 시도에 대한 대응 방안을 곧 발표하겠다”며 “특히 요르단강 서안에는 팔레스타인 국가가 설립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 일간 가디언은 네타냐후 총리가 유엔 총회에서 요르단강 서안 일부를 합병하겠다고 선언할 수 있다고 짚었다.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은 그 자체로 ‘국가 성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징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필립 샌즈 교수는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순간 국제법상 동등한 지위를 얻게 된다”며 “상징적 측면에선 일종의 게임 체인저”라고 평가했다.
반면 이스라엘의 핵심 동맹국인 미국은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에 반대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영국 국빈 방문 중 기자회견에서 팔레스타인 국가로 인정하겠다는 스타머 총리의 입장에 대해 “그 문제에 대해 나는 (스타머) 총리와 의견이 다르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적 방법으로 가자 문제 해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뉴욕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이집트, 요르단, 터키 등 아랍권 지도자들과 특별 회의를 갖고 전쟁 종식 방안을 모색한다. 29일 네타냐후 총리가 백악관을 방문하기 전 열리는 이번 회의에서는 전후 재건 계획과 이스라엘군을 대체할 평화 유지군 파견 문제까지 폭넓게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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