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유명 인플루언서 후천펑이 한국을 둘러싼 가짜뉴스와 자국 사회 문제를 비판해온 끝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이 전면 차단됐다. 구독자 수백만을 보유하며 영향력을 키워왔던 그는 결국 ‘레드라인’을 넘었다는 평가와 함께 사실상 ‘디지털 사망’ 상태에 놓였다.
20일(현지시간) 중국 매체 중화망과 독특망 등에 따르면 후천펑의 계정은 더우인(중국판 틱톡), 웨이보, 틱톡 글로벌 등에서 모두 정지됐다. 구독자 90만 명의 웨이보 계정은 “법률 및 규정 위반으로 정지됐다”는 메시지만 남았다. 130만 명이 팔로우한 더우인 계정과 틱톡 페이지도 마찬가지로 게시물이 모두 삭제됐다.
후천펑은 그동안 한국을 폄훼하는 인터넷상 루머를 직접 반박하며 한국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알려졌다. 그는 한국의 최저임금(2023년 기준 시급 9860원)으로 하루 벌 수 있는 7만 8880원을 가지고 서울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며 쌀, 달걀, 닭고기, 과일, 심지어 수박까지 카트에 담았다. 그는 “한국의 구매력은 엄청나게 강하다”며 “한국인들이 가난해 수박·고기를 못 먹는다”는 루머를 정면으로 부정했다.
하지만 그의 활동은 자국 내에서 더 큰 논란을 불렀다. 그는 중국 사회의 불평등을 ‘애플 인간’과 ‘안드로이드 인간’으로 구분해 풍자했다. 애플을 쓰는 계층은 고소득·고학력 엘리트로, 안드로이드 이용자는 서민층으로 묘사했다. 이런 ‘소비 서열화’ 콘텐츠는 조회수를 끌어올렸지만 동시에 거센 반발을 낳았다. 그는 “연 5000위안(한화 약 98만 원) 버는 사람은 나와 대화할 자격이 없다”, “삼성·코스트코 같은 외국계 매장이 없는 도시는 살기 어렵다” 등 극단적인 발언을 이어갔다.
중화망은 후천펑의 예고 없는 계정 삭제가 결국 그가 오랫동안 규제의 경계선을 넘나든 결과라고 짚었다. 실제로 그는 2023년 이후만 다섯 차례나 임시 차단을 당했다. 특히 지난해 공개한 ‘100위안(한화 약 2만 원) 연금의 구매력’ 영상에서는 쓰촨성 농촌 노인이 매달 100위안 남짓의 연금으로 생활하는 모습을 담아 파장을 일으켰고 곧바로 차단 조치를 받았다. 당시 당국을 비판하는 여론이 이어지면서 그의 영상은 더 주목을 받기도 했다.
장쑤성 농촌 출신으로 자동차 정비공을 하던 그는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1인 크리에이터로 전업했다. ‘100위안으로 태국 한 달 살기’ 등 국가별 구매력 비교 콘텐츠가 히트하면서 빠르게 이름을 알렸다. 한 달 수입이 11만 위안(한화 약 2200만 원)에 이르기도 했으며, 세금 고지서를 직접 공개하며 “세금만 3만 위안(한화 약 600만 원)을 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하지만 ‘애플=엘리트, 안드로이드=서민’이라는 식의 단순화된 서열 구분은 결국 사회 갈등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중국 언론은 “그의 콘텐츠는 소비를 계급의 상징으로 만들어 극단적인 대립을 부추겼다”며 “결국 자승자박의 결과로 디지털 퇴출을 맞게 됐다”고 전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표현의 자유가 또다시 가위질당했다”는 반응과 함께 “과도한 엘리트주의와 외국 숭배가 불러온 자업자득”이라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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