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공정 없이 기판에 2차원 반도체 소재 회로를 그려 낼 수 있는 기술이 나왔다. 친환경 용매에 반도체 소재와 가교제를 함께 넣어 패터닝하는 기술이다. 독성 유기용매를 대체하고, 공정을 거치면서 발생하는 소재 손상을 막아 고집적, 저전력 차세대 반도체 칩 상용화를 앞당길 공정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화학과 김봉수 교수팀은 연세대학교 조정호, 강주훈 교수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친환경 용매에 이황화몰리브덴 같은 2차원 반도체 소재와 가교제를 함께 넣어 기판 위에 직접 패터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2차원 반도체 소재는 종이처럼 층상구조를 가진 소재 종류다. 반도체 칩의 집적도를 높이고,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소재지만, 기존 반도체 공정으로는 민감한 2차원 소재를 손상 없이 잘 가공해 회로 형태로 찍어내기 힘들었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증착이나 식각과 같은 고온, 화학약품 처리 공정을 거치지 않고 2차원 반도체 소재로 된 회로를 직접 그려낼 수 있다. 친환경 알코올성 용매에 2차원 나노소재와 가교제를 섞어 회로를 그린 뒤, 자외선만 쪼여 주면 된다. 가교제가 자외선을 받으면 딱딱하게 굳어 나노 소재를 회로 형태로 고정시킨다. 회로를 제외한 가교제는 물로 씻어 쉽게 제거 할 수 있다.
2차원 소재를 균일하게 분산시키는 친환경 용매와 이 용매에 잘 녹는 가교제를 찾아내는 것이 공정 기술 개발의 관건이었다. 연구팀은 정량 분석 기법을 통해, 용매로는 이소프로판올을 선택하고, 기존 아자이드 가교제의 화학 구조를 변경해 이소프로판올에 잘 녹도록 설계했다. 아자이드 계열은 원래 알코올성 용매에 잘 녹지 않는다.
새 공정으로 제작한 이황화몰리브덴 트랜지스터는 전자 이동도 20.2 ㎠/V·s, 임계전압 2.0 V, on/off 전류비 2.7×10⁶을 기록했다. 49개 트랜지스터를 배열한 어레이에서도 개별 트랜지스터 간 성능 편차 없이 60일 이상 안정적으로 동작했다.
또한 p형과 n형 2차원 소재를 동시에 하나의 기판 위에 패터닝해 NOT·NAND·NOR 논리회로와 SRAM 제작에도 성공했다. 이는 공정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을 입증하는 성과다.
김봉수 교수는 “EL-QD 디스플레이 제작에 쓰이는 가교제 기반 자외선 패터닝 기술을 2차원 반도체 소재로 확장할 수 있음을 입증한 연구”라며 “2차원 반도체 소재를 기반으로 한 차세대 저전력, 고속 연산 반도체 칩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UNIST 조완호 연구원, 연세대학교 곽인철 연구원, 김세진 연구원이 제 1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 (Advanced Materials)’ 온라인판에 실려 정식 출판을 앞두고 있다. 연구 수행은 삼성미래기술 육성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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