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 투어 가을 시리즈 대회에는 보통 톱랭커들은 거의 참가하지 않는다. 대신 다음해 투어 출전권이 아슬아슬하거나 시그니처 이벤트 대회 출전권을 확보하지 못한 선수들이 페덱스컵 랭킹을 올리려고 참가한다.
그런데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12일(한국시간)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내파에서 열리는 가을 시리즈 첫 대회 프로코어 챔피언십에는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를 비롯해 최상위권 선수들이 대거 출사표를 던졌다. 셰플러를 포함해 라이더컵(미국과 유럽의 골프대항전)에 나서는 미국팀 12명 가운데 11명이 참가한다. 셰플러는 지난해에는 가을 시리즈에 한 번도 출전하지 않았다. 이들은 라이더컵 미국팀 단장 키건 브래들리의 제안에 따라 출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셰플러는 프로코어 챔피언십 개막을 하루 앞둔 11일 기자회견에서 “나흘 동안 라이더컵 얘기만 하려고 온 게 아니다. 나는 골프 대회를 치르러 왔다”며 일단은 프로코어 챔피언십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셰플러는 프로코어 챔피언십 출전이 라이더컵에 대비해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고 경기력을 점검하는 기회로 삼겠다는 생각을 숨기지는 않았다.
셰플러는 “라이더컵에 앞서 실전 감각을 유지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마스터스나 US오픈 전에 4∼5주를 쉬는 경우가 거의 없듯이 라이더컵 전에 그렇게 오랜 공백을 두는 것도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집에서 아무리 연습해도 대회에 출전해 경쟁하며 예열하는 것과는 다르다. 이번 대회가 라이더컵을 앞두고 좋은 준비가 될 것 같다”고 했다.
2년 전 로마에서 열린 라이더컵 때는 미국팀 12명 가운데 단 2명만 PGA 투어 가을 시리즈 개막전 프로코어 챔피언십에 출전한 뒤 라이더컵 결전장으로 향했다. 반면 유럽팀 주요 선수 대부분은 라이더컵 개막 직전까지 DP월드 투어 대회를 치렀다. 라이더컵 결과는 유럽의 압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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