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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300명 손발 묶어 체포하더니…"일자리 수천 개 날릴 판" 경고하는 이유가

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사진= 미국 이민세관단속국 홈페이지




미국이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 근로자 300여명을 구금한 사건을 두고 “트럼프 행정부의 제조업 부활 정책과 이민 단속이 정면 충돌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미국의 제조업 재건 목표를 오히려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사건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조지아주 노동자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한국인 300명을 체포했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수천 개의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고 보도했다. 이민 및 제조업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첨단 제조시설 건설에 필수적인 전문 인력의 미국 유입을 막아 미국의 이민 제도의 허점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 캠퍼스 지오반니 페리 경제학 교수는 "이러한 사건은 많은 기업들이 미국 투자를 결정할 때 훨씬 더 신중하게 만들 것"이라며 "행정부가 관세 정책으로 유치하려 했던 바로 그 공장들을, 이제는 필요한 인력을 데려올 수 없을까 두려워하는 기업들로부터 스스로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포드 자동차의 전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였던 엘런 휴스-크롬윅은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에는 기존 자동차 조립 공장보다 훨씬 복잡한 전기·기계적 공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부분의 미국 노동자들은 이러한 특수 산업 시스템을 다룰 훈련을 받지 못했다"며 "미국 내 제조업을 되살리면서 외국인 노동자가 노동력의 일부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체포된 협력업체 직원들의 변호사인 찰스 쿡은 "미국이 이런 종류의 배터리를 직접 만들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현대차와 LG를 이곳에 오라고 요청한 것"이라며 "공장을 세우려면 기계는 물론, 그 기계를 설치하고 운용할 기술자도 함께 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을 불러놓고 '알아서 하라'고 할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단속은 한국과 미국의 경제 협력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WP는 현재 진행 중인 한미 간 관세 협상이 민감한 국면에 놓여 있으며, 한국이 상호 관세 인하 대가로 미국에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힌 것을 강조했다. 이번 사건이 한국 기업과 정부 관계자들에게 미국 내 사업 운영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는 분석이다.

미 상공회의소에서 아시아 담당 부회장을 지낸 태미 오버비는 "트럼프 행정부가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며 "아시아 기업들의 (미국 투자) 의지에 냉각 효과를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미 의회아시아태평양계 코커스(CAPAC)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 조지아주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대규모 추방 목표를 채우기 위해 폭력적인 범죄자 대신 일하는 이민자들을 쫓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계 의원 앤디 김(뉴저지), 데이브 민(캘리포니아) 등 20명이 서명한 이 성명에는 강한 우려가 담겼다.

이번 사건으로 76억달러 규모의 현대차 배터리 공장 건설 진행은 불투명해졌다. 경제혁신그룹(EIG) 대표 존 레티에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과도한 단속을 연출하려는 참모들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며, "이들은 집행 쇼와 우리 경제에 막대한 투자를 쏟아붓는 기업 및 국가들과 관계를 심화하는 가치 사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인 300명 손발 묶어 체포하더니…"일자리 수천 개 날릴 판" 경고하는 이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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