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카타르 수도 도하에 머무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고위급을 표적 공습했다. 카타르가 그간 이집트, 미국 등과 함께 휴전 협상을 중재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공격이 미칠 파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9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50분께 도하의 카타라 지구에서 폭음과 함께 연기가 치솟았다. 이스라엘군은 곧바로 성명을 내고 "군과 신베트는 하마스 테러 조직의 고위급 지도자를 겨냥해 정밀 타격을 가했다"며 공습 사실을 확인했다. 이스라엘군은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밀 무기를 사용했다며 "하마스 테러 조직을 격퇴하기 위해 작전을 계속 수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우디아라비아 매체 알아라비야는 휴전 협상을 위해 파견된 하마스의 대표단이 이스라엘의 표적이 된 것으로 보이며 하마스 고위급 칼릴 알하야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이후 2년간 전쟁을 이어오면서 하마스와 연대하는 친이란 무장세력을 노려 레바논, 시리아, 예멘 등에서 군사작전을 벌였지만 카타르를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하마스 대표단을 이끌던 알하야가 표적이 된 점, 카타르가 그간 이집트, 미국 등과 함께 가자지구 휴전 협상을 중재해왔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번 공격으로 휴전 논의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카타르 정부는 이번 공습에 대해 이스라엘이 “비겁하게 공격했다”고 비난했다. 카타르 외무부 대변인은 이스라엘이 “국제법과 관행을 노골적으로 위반했다”고 성토했다.
이스라엘은 앞서 하마스에 투항하지 않으면 전멸시키겠다며 강도 높은 압박을 이어갔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X(옛 트위터)에 “하마스를 패퇴시키기 위해 가자시티에서 더 큰 무력으로 작전을 전개할 것”이라며 “주민들은 즉시 대피하라”고 경고했다. 이를 두고 AP통신은 가자시티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대규모 군사작전이 임박했다고 분석했다.
전날에도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에 무조건 항복과 인질 석방을 요구하며 이를 따르지 않으면 가자지구의 인구밀집지인 가자시티를 초토화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같은 날 “최근 공습은 우리 군이 가자시티를 향해 ‘지상 기동’하는 것의 서곡일 뿐”이라며 “가자(시티) 주민들은 당장 그곳을 떠나라”고 촉구했다. 이스라엘의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도 X에 “하마스가 인질을 석방하고 항복하지 않으면 (하마스는) 전멸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카츠 장관의 예고가 나온 지 몇 시간 뒤 이스라엘 공군은 가자시티의 고층 건물을 연이어 폭격했다.
외신들은 이스라엘군이 민간인의 피란을 유도하는 동시에 하마스의 백기 투항을 촉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가자시티 장악을 위한 ‘기드온의 전차 2단계’ 작전을 개시했고 이후 가자시티 외곽 지역에 대한 공습을 이어가며 본격적인 지상군 투입을 준비해왔다. 특히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북부 라모트에서 괴한 2명이 가한 총격에 시민 6명이 사망한 테러 사건은 이스라엘의 강경 대응을 부채질하고 있다. 하마스는 테러의 배후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공격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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