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실하자마자 냉장고 기스 값을 내래요.”
지난 8월 경기도 가평의 한 펜션을 찾은 A씨는 황당했던 경험을 이렇게 털어놨다. 친구들과 1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펜션 사장에게서 걸려온 전화는 다짜고짜 ‘냉장고 수리비 요구’였다. 다행히 동행 중 한 명이 입실 직후 찍어둔 사진에 이미 냉장고 흠집이 찍혀 있었지만, 사장은 “언제 찍은 건지 어떻게 아냐”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A씨는 “휴가를 다녀와서 괜히 기분만 상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펜션을 둘러싼 잡음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기준 인원 미달 가격을 내세운 뒤 현장에서 인원 추가 요금과 각종 부대 비용을 붙이는 ‘추가 요금 상술’, 시설 관리 부실로 인한 피해 전가, 성수기를 앞두고 천정부지로 뛰는 숙박비까지. 온라인에는 “차라리 해외여행이 낫다”는 불만 글이 쏟아지고 있다.
◇국내여행 만족도, 해외여행보다 낮아
최근 발표된 통계도 이런 불만을 뒷받침한다.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내국인 관광소비액은 약 19조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 줄었다. 외국인 관광이 회복세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제주도의 내국인 관광객 수도 2022년 1380만 명에서 지난해 1186만 명으로 2년 새 194만 명 감소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7월 발표한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내·해외여행 선호도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국내여행을 선호한다는 응답은 39.0%로 해외여행(38.4%)과 비슷했지만, 20대 이하의 해외 선호 비율은 48.3%로 국내보다 1.7배 높았다. 젊은 층일수록 해외여행을 선호하는 것이다.
국내여행의 전반적인 만족도 역시 10점 만점에 8.3점으로 해외여행(8.7점)보다 낮았다. 불만 요인으로는 △높은 관광지 물가(45.1%) △특색 있는 지역 콘텐츠 부족(19.4%) △관광지 집중(9.0%) 등이 꼽혔다. 응답자의 35.6%는 국내여행 활성화를 위해 ‘바가지 요금 방지를 위한 제도적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은 “국내여행 활성화는 지역경제 회복과 내수 부진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며 “국내여행의 매력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싼 숙박비 지불해도 추가 요금은 ‘여전’
펜션의 추가 요금은 불합리한 요금 체계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지난달 30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경기도 가평의 한 펜션을 이용한 A씨의 사례가 올라왔다. 그는 7명이 묵을 숙박 시설을 찾던 중 69만9000원이라는 광고 가격을 보고 예약했지만, 이는 기준 인원 2명 요금이었다. 현장에서는 인원 초과분으로 1인당 3만 원씩 총 15만 원, 테이블당 2만 원의 바비큐 그릴 이용료가 추가됐다.
그럼에도 A씨는 추가 비용을 감수하고 머무르기로 하고 25만 원어치의 고기와 식재료를 준비했다. 하지만 냉장고 고장으로 음식이 상했고, 항의하자 펜션 주인은 “음식을 너무 많이 넣은 것 아니냐”며 책임을 회피했다. 결국 그는 하루 숙박에 100만 원 가까운 비용을 쓰고도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
이외에도 과거엔 '0세'를 포함한 영유아에게도 1인당 1만 원 이상 추가요금을 부과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가평의 한 펜션은 기준 인원을 ‘아기’부터로 명시해 0세 영아도 요금을 내야 했고, 강원도 양양의 한 펜션은 부부와 영아를 3인으로 계산해 2인 객실을 예약을 불허해 더 큰 방을 이용해야 했다. 반면 국내 특급호텔들은 자녀 동반 투숙 시 별도 요금을 받지 않거나 플라자 호텔은 7세 미만, 롯데호텔서울은 14세까지 무료 투숙을 허용하는 등 대조적인 정책을 보였다.
◇부산도 ‘바가지 요금’ 논란
이 같은 문제는 펜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오는 11월 부산불꽃축제를 앞두고 광안리 인근 숙박업소의 숙박비가 폭등한 것이다.
5일 숙박 중계 플랫폼인 에어비앤비에 따르면 불꽃축제 당일인 11월 15일 부산 수영구 광안리 해수욕장 바로 앞 숙박업소의 하루 숙박비는 100만 원 안팎이었다.
원룸, 투룸형 숙소의 하루 최대 가격은 180만 원을 넘었고 170만 원, 150만 원, 140만 원대 숙소도 쉽게 볼 수 있았다. 해당 업소들은 불꽃축제가 없는 10월 주말 평균 숙박비가 1박에 20만∼30만 원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5배 이상 뛴 셈이다.
지난 7월에는 부산불꽃축제 일정 변경을 뒤늦게 인지한 한 숙박업주가 기존 예약자에게 거액의 추가 요금을 요구하다가 논란이 됐다. 예약자가 65만 원에 숙박을 예약했지만 업주는 “축제 일정이 바뀌었다”며 135만 원을 추가로 내라고 요구했다. 손님이 거부하자 업주는 일방적으로 예약을 취소했고, 결국 수영구에 신고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수영구는 “환불 규정을 따랐기 때문에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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