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리 인하 압박 수위를 연일 높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차기 의장 후보군을 3~4명으로 좁혔다며 관례보다 일찍 지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 동안 월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의장 후보 지명 시점을 내년 초로 예상했던 점을 감안하면 그 시기가 이르면 올 가을로 당겨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케네디센터에서 취재진과 만나 “차기 연준 의장 후보를 3∼4명으로 좁혔다”며 “새 의장을 (과거 관행에 비해) 조금 더 일찍 지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의장직 임기는 내년 5월까지이지만 후임 지명을 서둘러 금리 인하를 늦추는 연준을 한층 더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이와 관련해 “케빈(Kevin)이라는 이름을 가진 두 사람과 다른 두 사람 등 네 명으로 (후보군을) 압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7일 익명의 관계자들을 인용하면서 지난 달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인하 소수 의견을 낸 크리스토퍼 월러 현 연준 이사를 가장 강력한 후보로 지목하기도 했다. 당시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이 현재의 경제 데이터보다 전망에 기반해 정책을 추진하려는 월러 이사의 의지에 좋은 인상을 받았다면서도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과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도 여전히 유력 후보로 남아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또 11일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셸 보먼·필립 제퍼슨 등 연준 부의장 2명과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까지 후보군에 추가로 포함했다고 보도했다. 나아가 CNBC는 13일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대체할 후보로 11명의 후보군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들 중 세명은 그동안 이름이 언급되지 않은 데비시스 저보스 제프리스 최고시장전략가, 래리 린지 전 연준 이사, 릭 리더 블랙록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라고 밝혔다.
차기 연준 의장 물색 작업은 애초 후보군에 있다가 “장관으로 남겠다”며 물러선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선트 장관이 먼저 모든 후보자를 면담한 뒤 명단을 추리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자를 최종 발표하는 방식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연준 의장 후보군으로는 마크 서머린 전 국가경제위원회 부국장, 제임스 불러드 전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로리 로건 댈러스 연준 총재 등도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금리 1%포인트당 연간 국채 이자로 3600억 달러(약 496조 원)를 부담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나는 (기준금리를) 3∼4%포인트 더 낮춰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연준을 재차 압박했다. 7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양호하게 나온 전날에는 “다행히 경제 상황이 워낙 좋아서 연준의 파월 의장과 자만심에 빠진 이사회를 뚫고 나갔다”며 “파월 의장의 무능한 업무 처리에 대한 소송을 고려하고 있다”고 윽박지르기도 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은 9월 기준금리가 25bp(bp=0.01%포인트) 인하될 확률을 97.9%까지 높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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