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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 국가유산청장 “AI시대 국가유산 전사 돼야…주민 불편함도 살필 것”<취임사 전문>

17일 오전 대전청사에서 취임식

허민 신임 국가유산청장이 17일 대전 청사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국가유산청




“인공지능(AI) 시대의 국가유산(문화재) 전사이자, 국가 정체성을 지켜내는 역사적 사명자로서 여러분과 함께 저도 뛰겠습니다.” 허민 신임 국가유산청장이 17일 오전 대전 정부청사에서 취임식을 갖고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는 국민주권정부”라며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정부라면, 우리는 묻고 또 물어야 한다. 국가유산은 과연 안전한가, 국가유산 주변에 사시는 주민들은 혹시 불편함을 겪고 있지 않나, 국가유산은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과 함께 나누고 미래로 전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허 청장은 또 “우리는 ‘AI 대한민국’이라는 새로운 전환점 앞에 서 있다. 국가유산청의 역할 또한 새롭게 정립되어야 할 시기”라며 “디지털 기반의 관리체계를 통해 우리 유산을 보다 안전하고 영구적으로 보존하고, 스마트 도슨트, 가상현실, AI 기반 기록화 등을 통해 전 세계인이 언제 어디서든 우리 문화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국내 최고의 고생물학자로 평가되며 ‘공룡 박사’로도 불린다. 국가유산청과 전신인 문화재청의 수장으로 고생물학자가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남대에서 지질학을 전공하고 고려대 고생물학과와 영국 웨일스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30년이 넘도록 고생물학자로 활동해왔다. 2003년 전남대 한국공룡연구센터 소장 재직 때 전남 보성군 비봉공룡알화석지에서 백악기 후반 한반도 일대에 서식한 것으로 추정되는 공룡 화석을 발견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 화석에는 ‘코리아노사우루스 보성엔시스’(Koreanosaurus Boseongensis)라는 이름이 붙었다.

공로를 인정받아 200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영국지질학회 명예회원으로 2017년과 2020년 두 차례 선정되기도 했다. 영국지질학회 명예회원 중 한국인은 허 교수가 유일하다.

2022년에는 전남대 한국공룡연구센터장을 맡아 중생대 백악기에 만들어진 전남 화순군 서유리 공룡화석지에서 2∼6㎝ 크기 익룡발자국 350여개가 무더기로 남아있는 화석들을 발견해 익룡의 군집 생활을 세계 최초로 증명하는 업적도 남겼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출범한 ‘성장과 통합’ 공동상임대표와 균형발전분과 공동위원장, 기후위기대응분과 위원장 등을 맡았다.

허민 신임 국가유산청장이 17일 대전 청사에서 취임식을 마치고 직원들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국가유산청




<허민 국가유산청장 취임사 전문>

존경하는 국가유산청 가족 여러분, 오늘 저는 국민주권 정부의 첫 국가유산청장이라는 영광스러운 임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서며 마음 한 켠이 무겁고 또 뜨겁습니다. 무거운 것은 이 자리가 결코 가벼운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고, 뜨거운 것은 여러분과 함께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다는 기대 때문입니다. 그동안 이 자리에서, 또는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우리 유·무형의 국가유산을 발굴하고 보존하며 조용히 묵묵히 헌신해 오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이토록 소중한 일을 해오신 여러분의 노고는 그 누구보다 깊이 새겨야 할 자산입니다.

우리가 지키고 있는 국가유산은 결코 단순한 문화재가 아닙니다. 역사이고, 정신이고, 우리 국민의 정체성입니다. 그 유산들이 전국 방방곡곡에 흩어져 있으며, 육지뿐만 아니라 바다까지 대한민국의 모든 곳이 곧 문화재인 이 현실 속에서 그 수많은 자산을 온전히 지키고 관리해 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저 또한 야외 현장에서 연구하고 답사하며 땀과 흙, 그리고 시간과의 싸움을 해 온 한 사람의 연구자로서 여러분의 수고와 애틋한 마음을 깊이 공감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국민주권정부입니다. 우리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정부라면, 우리는 묻고 또 물어야 합니다. 우리의 국가유산은 과연 안전한가요. 화재나 홍수, 지진 같은 재해로부터 국민들은 충분히 보호받고 있습니까. 국가유산 주변에 사시는 주민들은 혹시 불편함을 겪고 계시진 않습니까. 불합리한 제도나 오래된 규정이 국민의 삶을 짓누르고 있지는 않습니까. 국가유산은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과 함께 나누고 미래로 전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이제 우리는 ‘AI 대한민국’이라는 새로운 전환점 앞에 서 있습니다. 국가유산청의 역할 또한 새롭게 정립돼야 할 시기입니다. 디지털 기반의 관리체계를 통해 우리 유산을 보다 안전하고 영구적으로 보존하고, 스마트 도슨트, 가상현실, AI 기반 기록화 등을 통해 전 세계인이 언제 어디서든 우리 문화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가 만든 ‘K헤리티지’ ‘K컬처’를 국민은 물론 세계인이 감동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기술과 감성의 균형 위에서 세계화를 이뤄내야 합니다.

사랑하는 국가유산청 가족 여러분, 여러분은 단순한 공직자가 아닙니다. AI 시대의 국가유산 전사이자, 국가 정체성을 지켜내는 역사적 사명자입니다. 저는 여러분과 함께 뛸 것입니다. 제도적 뒷받침을 만들고, 더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며, 일 잘하는 사람이 인정받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힘쓰겠습니다. 여러분이 진정 하고 싶은 일에 마음껏 헌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더욱 넓은 세계를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유네스코를 중심으로 우리의 유산을 더 널리 알리고 세계 속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여야 합니다. 금주는 프랑스 파리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렸습니다. 우리의 반구천 암각화와 북한의 금강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우리나라로선 17번째이고, 북한으로선 3번째 세계유산입니다. 우리는 이들의 가치를 수준 높게 보전하고 세계화하는데 열정을 모아야 하겠습니다. 그동안 중단된 남북교류의 물꼬를 문화와 역사유산의 공유를 통해 다시 물이 흐르도록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내년에는 부산에서 전 세계인 3000명을 모시고 세계유산위원회를 개최해야 합니다. 부산시와 함께 부족함이 없도록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리라 봅니다.

아울러 바로 닥친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행사, 광복 80주년 행사, APEC 경주회의 준비에 우리의 진정성을 보여줘야 합니다. 저는 그동안 국가유산청 가족 여러분의 높은 전문역량과 헌신성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발로 뛰고 있는 모든 직원 여러분, 기탄없는 의견 주십시오. 언제든 귀 기울여 듣고, 함께 해결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 청 노조와도 긴밀하게 소통하고 경청하겠습니다.

저는 앞으로 우리 국가유산청의 모든 가족들과 함께 오직 국민만을 바라 보며 투명하고 공정한 유산 행정을 펼쳐나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우리 모두의 지혜와 역량을 모아 대한민국 국가유산의 위상을 세계에 드높이고, 미래 세대에게 자랑스러운 유산을 물려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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