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무죄를 최종 확정하면서 검찰의 기존 수사·기소 관행이 도마 위에 올랐다. 검찰이 이 회장을 옭아매기 위해 수사·재판에 ‘총력전’을 벌이고도 결국 ‘5전 전패’의 초라한 성적만 기록했기 때문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책임지지 않는 검찰의 무리한 수사·기소 관행이 고쳐져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이 이 회장의 불법 경영 승계 의혹 등을 겨냥해 수사에 착수한 것은 2018년 12월 13일이다. 이후 이 회장에 대한 구속 수사를 시도했으나 기각됐다.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의 수사 중지, 불기소 권고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을 재판에 넘겼지만 1·2·3심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이 회장을 전격 기소하고도 검찰이 구속·수사심의위에 이어 1·2·3심까지 5전 전패한 셈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회장에 대한 법원의 최종 무죄 판단은 ‘먼지떨이식 수사, 책임 떠넘기기 기소’라는 검찰의 악습이 자초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검찰은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을 당시 수사 책임자로 하고 300명이 넘는 관련자를 조사했다. 또 5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확보한 삼성그룹의 디지털 자료만 2270만 건에 달하는 등 먼지떨이식 강제수사에 나섰지만 결국 법원에서 유죄 판단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특히 1·2심의 무죄 판단에도 상고까지 제기했다는 점에서 검찰의 기계적 상고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도 무리한 수사라는 점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과 정치권에 밀려 수사하고 기소한 듯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수사하고도 기소하지 못하는 것은 검찰의 책임이 맞다”면서도 “하지만 검찰은 무조건적인 기소로 그 책임을 법원에 떠넘기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그동안 여론·정치권 눈치 보기는 물론 기계적 기소로 일관해왔다는 게 장 교수의 지적이다.
검사 출신인 김은정 법무법인 리움 변호사는 “통상의 사건은 1·2심이 모두 무죄로 판결될 경우 상고하지 않는다”며 “다른 사건과 달리 판단해 상고한 이유가 무엇인지, 또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수사·기소가 아니었는지 등을 검찰이 반성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이 회장을 수사하는 과정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김 변호사는 이어 “검찰 개혁에 대한 여론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결과는 검찰 이미지만 더 좋아지지 않게 한다”며 “그만큼 검찰 개혁이 빠르게 이뤄지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 역시 “수사심의위는 검찰이 수사와 기소 등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만든 제도지만 이 회장 사건에서는 이마저도 무시하고 기소를 강행했다”며 “그만큼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또 “국내 1위 기업의 대외 신인도 추락 등의 결과를 가져왔지만 현재 검찰 내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며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기소가 반복되면서 검찰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한층 힘이 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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