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충청권과 경기 남부를 중심으로 최대 400㎜가 넘는 '극한호우'가 쏟아지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충남 서산에서는 침수 차량에서 5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고 경기 오산에서는 고가도로 10m 높이 옹벽이 무너지며 아래를 지나던 차량을 덮쳐 40대 남성이 사망했다. 특히 최대 300mm에 달하는 폭우가 더 이어질 것으로 보여 안전 관리와 작물 피해 예방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7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틀간 충청권에서 1시간 만에 114.9㎜의 폭우가 쏟아지는 등 누적 400㎜가 넘는 극한호우가 발생했다. 원인은 북태평양고기압 등의 영향으로 남서쪽에서 북상해 들어오는 수증기를 북서쪽에서 내려오는 건조공기가 압축시킨 탓이 크다. 성질이 다른 두 공기가 충돌하는 지점이 충청권이어서 이 지역에 많은 비가 내렸다. 오전 8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충남 서산 419.5㎜, 홍성 410.1㎜, 당진(신평) 372.0㎜, 태안 347.5㎜ 등으로 충청권에 비가 집중됐다.
◇침수, 산사태 피해 속출…소가 매몰되기도
큰 비가 집중된 충청권을 중심으로 하천 곳곳엔 홍수 경보가 내려지고 도로가 통제됐다. 충남 서산시 운산면 운산교차로 지하차도에서는 침수가 발생해 차량 2대가 물에 잠겨 고립됐다. 미처 대피하지 못한 차량 운전자는 차 위에 올라가 구조를 기다리기도 했다.
이날 오전 3시 59분께는 서산시 석남동 세무서사거리 인근에서 차량이 물에 잠겼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오전 5시 14분께 한 침수 차량에서 탑승자 3명을 구조했다. 이어 오전 6시 15분께 인근에 정차돼 있던 다른 침수 차량에서 심정지 상태의 50대 남성 A씨를 발견해 서산의료원으로 긴급 이송했다. 그러나 이 남성은 끝내 숨졌다. 침수 당시 A씨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차가 떠내려가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충남 청양에서는 이날 오전 9시 34분께 청양군 대치면 주정리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산사태로 무너진 흙더미에 주민 2명이 매몰된 것으로 보고 긴급 구조에 나서 무사히 구조했다. 예산군 봉산면에서는 산사태로 떠밀려온 흙더미가 한 축사를 덮쳐 소가 매몰되기도 했다. 이날 평택·안성 지역에는 산사태 경보가 내려졌다.
추가 피해가 예상됨에 따라 당국은 각 학교에 휴교령을 내리고 침수가 우려되는 지역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서산시와 당진시 초·중·고교에는 휴교령이 내려졌다. 부여와 서천 등에서는 84가구, 124명이 주택 침수가 우려돼 마을회관과 초등학교 등으로 대피했다. 산사태가 우려되는 부여군 남면 마정2리 주민 4명과 홍산면 일대 주민 6명도 마을회관에 머물고 있다.
당진시에서는 당진천이 범람하고, 초대천이 홍수 심각 단계에 접어들어 범람이 우려되고 있다. 당진시는 하천 범람으로 피해가 우려되는 봉평리, 모평리, 대운산리 등 지하층·저지대 거주 주민들에게 인근 마을회관으로 대피해달라는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극한호우' 남부지방으로 확대… 300㎜ 이상 더 온다
경기 남부권에서도 집중호우가 쏟아져 주택 침수와 인명피해가 잇따랐다. 경기도 자연재난과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기준 경기 평택·화성·안성에는 호우경보가 발효됐다. 누적 강수량은 평택 157.0㎜, 안산 135.5㎜, 화성 114.5㎜ 등으로 나타났다. 평택 39.5㎜에 달했다.
시간당 최대 강수량이 41.0㎜에 달했던 오산시에서도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전날 오후 7시 4분께 오산기 가장동 가장교차로 수원 방면 고가도로의 10m 높이 옹벽이 붕괴되면서 차량 2대가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중 1명의 탑승자 40대 남성이 심정지 상태로 구조됐지만 결국 사망했다. 또 다른 탑승자는 자력으로 탈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새벽 4시부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비상근무 단계를 1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하고 호우 위기경보도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했다. 정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79세대 116명이 일시 대피했다. 경찰은 재난상황실을, 소방은 상황대책반을 각각 운영하며 현장 통제와 구조·구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신고 폭주에 대비해 119 접수대를 확대 운영하고 있다.
기상청은 오는 19일까지 충청권과 경기 남부,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최대 300㎜ 이상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18~19일 이틀간 예상 강수량은 광주·전남·부산·울산·경남 100~200㎜, 충청 50~150㎜, 전북과 제주 50~100㎜, 수도권·강원내륙·강원산지·대구·경북 30~80㎜, 제주북부 20~80㎜, 울릉도와 독도 10~60㎜, 서해5도와 강원동해안 5~20㎜이다.
기상청은 폭우와 강풍으로 하천 범람, 산사태, 낙뢰, 교통·감전 사고 등 추가 피해 가능성이 있으니 저지대와 강가, 지하차도 등 위험지역 접근을 자제하고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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