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이 소유한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 골프클럽에서 디 오픈을 다시 개최할 것으로 요구했지만 대회를 주최하는 R&A가 일단 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R&A의 마크 다본 최고경영자(CE0)는 디 오픈 개막을 하루 앞둔 17일(한국시간) 기자회견에서 몇 달 전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등을 만나 이 사안을 논의한 사실을 공개했다.
턴베리는 스코틀랜드 서부 해안에 있는 코스로 하얀 등대와 바다 등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경치로 유명하다. 턴베리에서 열린 1977년 디 오픈 당시 톰 왓슨과 잭 니클라우스가 벌인 치열한 승부는 골프 팬들 사이에 ‘백주의 결투’로 불린다. 턴베리는 디 오픈을 돌아가면서 열리는 순회 코스에 포함돼 있다가 2009년을 끝으로 제외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1기 때인 2015년 이민자와 소수자, 그리고 유색 인종에 대한 잇따른 차별 발언을 한 게 계기가 됐다. R&A는 “턴베리에서 대회를 열면 대회 초점이 정치적 논란으로 흐를 수 있다”는 이유를 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된 뒤 외교 경로 등을 통해 턴베리를 디 오픈 순회 코스에 다시 포함하라는 압력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R&A는 턴베리에서 디 오픈을 개최하지 못하는 것은 교통과 숙박 시설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턴베리의 순회 코스 복귀에 난색을 표명했다.
다본 CEO는 “우리는 턴베리를 사랑하지만 풀어야 할 물류 문제가 있다”면서 “디 오픈 세팅 규모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턴베리 주변의 도로, 철도, 숙박 인프라에 대해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했다.
R&A는 순회 코스 중 하나였던 뮤어필드에서도 같은 이유로 2013년 이후 디 오픈을 개최하지 않고 있다. 올해 북아일랜드 로열 포트러시에서 열리는 디 오픈에는 약 29만 명의 관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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