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본론으로 치고 들어가는 속도에 붙은 자신감, ‘오징어 게임’의 메시지, ‘부산행’을 연상하게 하는 압도적인 긴박감과 몰입감. 15일 언론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올해 영화 최고 기대작 중 하나인 ‘전지적 독자 시점’에 대한 평가다. 3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데다 원작 웹소설이 누적 조회수 2억 회를 기록하는 등 팬덤이 막강한 까닭에 기대와 함께 우려도 높았다. 그러나 우려는 기우였고 기대는 상당 부분 충족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주인공 김독자 역의 안효섭이 목소리 연기를 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최근 글로벌 열풍을 일으키는 점이 호재가 되면서 해외 흥행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극장 시장 최대 성수기인 여름 방학 시즌에도 텐트폴(대작) 영화가 사라질 만큼 영화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전지적 독자 시점’이 위기에 처한 극장가의 구원 투수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영화는 원작 웹소설의 설정을 상당 부분 유지했다. 주인공인 비정규직 청년 김독자(안효섭 분)는 학창 시절 학교 폭력의 피해자이자 가해자로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10년 동안 연재된 소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의 유일한 독자다. 김독자가 갑작스럽게 소설 속 세계로 들어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연재 마지막 날 주인공 혼자만 살아 남는 결말을 보고 실망한 김독자는 작가에게 “최악”이라며 불만을 표하고 작가로부터 결말을 마음대로 바꿔보라는 제안을 받는다. 이후 자신만 읽던 소설이 눈앞에 펼쳐지면서 김독자는 지하철을 함께 탄 직장 동료 상아(채수빈 분), 군인 현성(신승호 분), 어린이 길영(권은성 분), 희원(나나 분), 지혜(지수 분) 등과 함께 살아 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시나리오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위험에 처할 때마다 김독자가 코인을 구입해 힘을 키워 적을 물리치는 모습은 게임 속 주인공을 연상하게 해 보는 즐거움을 주는 한편 ‘힘숨찐(힘을 숨긴 찐따)’의 진면목을 일깨우며 통쾌함을 선사한다. 이러한 지점은 ‘오징어 게임’을 연상하게 하는 메시지이지만 한편으로는 ‘오징어 게임’보다 따뜻하고 순수하다. ‘오징어 게임’에서 게임을 설계한 이들이 등장하고 참가자들은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서로를 속고 속이지만, ‘전지적 독자 시점’에서는 시나리오를 설계한 ‘성자’들과 빌런에 맞서 평범한 이들이 힘을 합쳐 모두 살아 남으려 노력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작품의 미덕은 영화, 게임, 웹소설 등의 장르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각 장르의 장점을 모두 살렸다는 점이다. 원작의 탄탄한 서사, 게임하듯 시나리오(미션)를 클리어하는 과정에서의 판타지적인 시각효과(VFX), ‘화룡’ 등 크리처의 완벽한 비주얼화, 시원한 액션에 ‘더 테러 라이브’ 등을 통해 밀실 공포와 스릴러 장르를 개척한 김병우 감독의 연출력이 집약돼 몰입감을 선사하다. 또 김독자를 완벽하게 표현한 안효섭의 연기는 영화를 현실적이면서 판타지적으로도 보이게 하는 묘를 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효섭은 “원작에 등장하는 김독자와 외모가 달라서 우려가 있었던 것을 안다”며 “그러나 무색무취의 저만의 김독자를 표현하기 위해 최대한 ‘무맛’의 연기를 선보이려 노력했다”고 전했다. 2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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