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지는 넘쳤지만 세밀함이 떨어졌다. 한국 축구가 3년 만에 펼쳐진 한일전에서 또다시 패하며 안방에서 일본의 대관식을 씁쓸하게 지켜봤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15일 경기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최종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0대1로 패했다.
2승 1패를 기록한 한국은 승점 6점에 그쳐 3전 전승(9점)의 일본에 밀려 준우승했다. 2003·2008·2015·2017·2019년 정상에 올라 남자부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한 한국은 직전 대회인 2022년 일본에 넘겨준 트로피를 탈환하는 데 실패했다. 일본은 2013년과 2022년에 이어 이 대회 세 번째 우승이다.
최근 두 번의 맞대결에서 모두 0대3 무득점 참패를 당했던 한국은 이번까지 한일전 3연패의 늪에 빠졌다. 2021년 3월 일본 요코하마에서 치른 평가전과 2022년 7월 나고야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맞대결 때는 모두 파울루 벤투 감독 체제였다.
동아시안컵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하는 A매치 기간에 열리지 않기 때문에 소속팀이 차출에 응할 의무가 없다. 참가국들은 유럽파를 못 부르고 자국 리거 위주로 선수단을 구성한다. 한국은 K리거 23명에 J리거 3명, 일본은 전원 J리거로 선수단을 꾸렸다. 그렇다 해도 한일전 3연패는 뼈아프다. 한국은 일본과의 전적에서 42승 23무 17패로 우위에 있으나 최근 10경기에서는 2승 3무 5패로 크게 밀린다. 한일전 3연패는 처음.
지난해 7월 선임돼 2026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6승 4무)부터 이번 대회 2차전까지 연속으로 무패를 지휘한 홍 감독은 13경기 만에 패배의 쓴맛을 봤다.
이날 홍 감독은 수비 약점 보완을 위해 실험해온 3-4-3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7일 중국전과 비교해 두 자리만 얼굴이 바뀌었다. 최전방 원톱에 주민규(대전하나시티즌)가 섰고 이동경(김천 상무)과 나상호(마치다 젤비아)가 좌우 윙어로 나섰다.
중원은 김진규(전북 현대)와 서민우(강원FC)가 맡았다. 스리백에는 김주성(FC서울), 박진섭(전북 현대), 박승욱(포항 스틸러스)이 홍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측면 수비수에 이태석(포항)과 김문환(대전하나시티즌)이 섰고 골키퍼 장갑은 조현우(울산 HD)가 꼈다.
경기 초반 한국이 기선을 제압했다. 역습 상황에서 나상호가 드리블 후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슛을 했지만 골대를 맞고 나왔다.
이어진 일본의 반격. 선제 결승골 주인공은 홍콩과의 1차전에서 4골을 터뜨린 ‘혼혈 공격수’ 저메인 료였다. 아버지가 미국인, 어머니가 일본인인 료는 유키 소마가 왼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방향만 바꿔 한국 골망을 흔들었다. 료의 이번 대회 5호 골이자 한국의 이번 대회 첫 실점이었다.
한국은 후반 시작과 함께 주민규 대신 191㎝ 장신 공격수 이호재(포항)를 넣으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이어 후반 30분 이동경을 빼고 오세훈(마치다)까지 투입해 동점골을 노렸다. 이호재와 오세훈의 ‘트윈 타워’는 위협적이었다. 여러 차례 머리로 공격 기회를 창출하며 일본 수비진을 괴롭혔다.
하지만 세밀함이 떨어졌다.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이호재와 오세훈이 헤딩으로 연결하며 슈팅 찬스를 만들려고 했지만 번번이 일본 수비에 막혔다. 오히려 후반 막판 전방에 무게추를 두다 역습을 허용해 추가골을 내줄 위기를 맞기도 했다.
앞서 열린 경기에서는 중국이 홍콩을 1대0으로 이기고 최종전에서 첫 승리를 거뒀다. 이기기는 했지만 전력이 떨어지는 홍콩을 압도하지 못했다. 중국은 1승 2패(승점 3)의 3위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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