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금리 인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연일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가 파월 의장을 ‘얼간이’라고 비난하며 몰아세우는 가운데 파월 의장은 ‘자진 감사’를 요청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오찬 행사 연설에서 “인플레이션도 없고 주식시장은 고점 기록을 찍었다. 모든 것이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며 “(기준금리는) 1%에 있어야 한다. 1%보다 낮아야 한다. 스위스가 제일 낮은데 0.5% 수준이다. 우리는 더 낮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준금리) 1%포인트에 3600억 달러(약 498조 원)의 비용이 든다. 2%포인트면 6000억~7000억 달러가 들어간다”며 높은 기준금리로 인해 연방정부가 갚아야 할 국채 이자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에게는 정말 나쁜 연준 의장이 있다. 그는 얼간이 같다. 멍청한 사람”이라고 파월 의장을 맹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파월 의장에게 금리 인하를 압박해왔다. 올 4월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그(파월)의 사임을 원하면 그는 매우 빨리 물러날 것”이라고 했다가 금융시장에 충격이 번지자 발언을 철회했다. 하지만 최근 물가·고용지표가 호전되자 연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다시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파월의 법적 임기는 내년 5월까지로 10개월이나 남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도 파월 때리기에 가세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깝다고 알려진 러셀 보트 미 예산관리국(OMB) 국장은 최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파월 의장에게 보내는 서한을 공개했다. 보트 국장은 연준이 본부 보수공사에 예산보다 약 7억 달러(약 9600억 원) 많은 25억 달러(약 3조 4000억 원)를 사용했다고 주장하며 연준 본부를 ‘프랑스 베르사유궁전’에 비유했다. 이에 파월 의장은 14일 감사관실에 감사를 받겠다고 자청하며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이날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양호했던 것도 연준에 금리 인하 압박을 가중할 전망이다. 15일 노동부가 발표한 6월 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상승했다. 전월 상승률(2.4%)을 넘어 시장 전망치(2.6%)를 소폭 웃도는 수준이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0.3% 올라 전망치(0.3%)에 부합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5개월 연속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 근원 CPI는 전년대비 2.9% 올라 시장 전망치(3.0%)를 하회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소 해소되면서 시장에서는 연준의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블룸버그는 "6월 CPI 수치는 아직까지 관세 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시장에서 금리 인하 시점을 앞당길 것이라는 기대가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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