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통신업체 NTT의 데이터센터 리츠(부동산투자신탁, REIT)가 싱가포르 증시에 데뷔한다. 약 10년 만에 이뤄지는 싱가포르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로, 홍콩과 인도 등에 밀렸던 싱가포르가 ‘아시아 금융 중심지’의 명예를 되찾을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된다.
1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NTT DC 리츠’가 이날부터 싱가포르 증시에서 거래를 시작한다. 상장 규모는 7억 7300만 달러로 싱가포르에서 최근 8년 사이 가장 큰 IPO로 평가된다.
NTT DC 리츠는 일본의 통신 대기업 NTT의 계열사(NTT Ltd.)가 설립 및 운용하는 부동산투자신탁이다. 이 리츠는 싱가포르, 오스트리아, 미국에 걸쳐 총 16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6개를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내년 3월까지 7.5%의 예상 배당수익률을 제시했다. 일반청약 경쟁률이 10대 1에 달할 정도로 현지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고 싱가포르 국부펀드 GIC도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다.
이번 상장은 싱가포르 IPO 시장의 분위기를 좌우할 시험대로 평가된다.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대표적인 금융 중심지로 꼽히지만 신규 상장지로서의 매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실제 지난해 싱가포르 IPO 시장 규모는 약 3400만 달러에 그쳐 20여 년 만에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홍콩은 올 상반기 전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IPO 시장으로 부상했고 인도 역시 ‘역대급’ 활황을 이어가고 있다. 싱가포르거래소(SGX) 글로벌 영업·발행 부문 총괄인 폴 드 윈은 “이번 상장은 매우 중요하다”며 “IPO 시장이 한동안 매우 침체돼있었기 때문에 양질의 자산이 등장해 다른 기업들에 길을 열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싱가포르 정부는 신규 IPO 유치를 위해 세제 혜택과 상장 촉진 인센티브 등을 내놓은 바 있다. 투자설명서를 포함한 상장 요건 간소화도 검토 중이다. 현재 홍콩의 링크 리츠(Link REIT) 등이 싱가포르 상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SGX의 드 윈 총괄은 “앞으로는 2억~3억 달러 규모의 중형 IPO가 싱가포르 증시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다만 싱가포르 시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여전히 많다”며 “유동성과 밸류에이션 이슈 등에 대한 문제가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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