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비공개로 만났다. 다음 주 중국 방문을 앞둔 황 CEO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대(對)중국 수출규제와 관련한 의견을 나눴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 CNBC 방송은 황 CEO가 10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접견했다고 보도했다. CNBC는 “이번 회동은 엔비디아가 시가총액 4조 달러를 돌파한 직후에 이뤄졌다”면서도 “두 사람의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황 CEO가 중국을 겨냥한 기술 수출통제를 주요 의제로 다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정부는 2022년부터 최첨단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이에 맞춰 엔비디아는 고성능 칩 ‘H100’보다 성능을 낮춘 ‘H20’ 칩을 중국 시장에 공급해왔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마저도 규제 대상에 포함했다.
그간 황 CEO는 미국 정부의 반도체 수출규제 정책에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엔비디아 전체 매출의 약 13%가 중국에서 발생하는 데다 중국 인공지능(AI) 시장을 차단하는 방식으로는 트럼프 행정부가 기대하는 중국의 기술 발전 억제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실제 황 CEO는 5월 대만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미국의) 수출통제는 실패했다”며 “미국 기술이 중국 시장에서 서비스하고 경쟁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황 CEO가 다음 주 중국을 방문해 고위 당국자들과 만나기로 한 만큼 회동 시점도 주목을 끌고 있다. 엔비디아의 대중 수출 전략을 백악관 측과 사전 조율하기 위한 만남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배경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황 CEO는 16~20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3회 중국국제공급망촉진박람회에 참석하고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의 면담을 추진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9월께 중국 전용 AI 칩을 선보일 것으로 알려지는 가운데 황 CEO는 이번 중국 방문에서 고위급 인사들과 만나 중국 시장에 대한 서비스를 이어나갈 의사를 내비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날 엔비디아는 종가 기준으로 시가총액 4조 달러를 사상 처음 돌파했다.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는 전 거래일 대비 0.75% 오른 164.10달러에 거래를 마감하며 시가총액 4조 20억 달러를 기록했다. 전날 장 중 기준으로 글로벌 기업 최초로 4조 달러를 넘긴 데 이어 종가 기준으로도 4조 달러에 안착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트럼프 관세 이후 엔비디아 주가는 47% 상승했고 미국은 수천억 달러의 관세 수익을 거두고 있다”며 “우리 나라는 이제 되살아났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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