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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필요 없다” 저격한 브라질, 트럼프 관세폭탄 50% 맞았다

■8개국에 관세율 통보 서한 공개

당초 상호관세율보다 40%P↑

美 무역 흑자에도 '사적 관세'

"보우소나루 재판은 마녀사냥"

트럼프, 형사재판까지 '개입'

브라질 "제 발에 총쏘기"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남미 최대 경제국인 브라질에 50%의 ‘관세 폭탄’을 투척했다. 당초 부과된 상호관세율인 10%보다 40%포인트나 상향된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올린 대부분의 국가에는 무역적자를 이유로 들었으나 브라질은 미국의 주요 무역흑자국이다. 이를 두고 진보 성향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을 마뜩지 않게 여긴 트럼프 대통령의 사적인 감정이 관세율에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최근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진행된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룰라 대통령이 “우리는 황제를 원하지 않는다”며 트럼프를 직격했던 것에 대한 괘씸죄가 적용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 시간) 브라질과 필리핀 등 8개국에 8월 1일부터 적용할 상호관세율을 적은 서한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트루스소셜에 공개한 서한을 보면 필리핀은 20%, 브루나이·몰도바는 각각 25%, 알제리·이라크·리비아·스리랑카는 각각 30%, 브라질은 50%의 상호관세율을 부과했다. 4월 2일 발표한 상호관세율과 비교하면 필리핀은 3%포인트, 브루나이는 1%포인트 올랐다. 하지만 브라질은 당초 발표된 세율보다 40%포인트나 높은 50%의 고율 관세를 때려 맞았다. 미국은 브라질과의 무역에서 2022년에는 154억 달러, 지난해에는 67억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거뒀는데도 폭탄 관세를 부과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룰라 대통령에게 보낸 관세 서한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이 재판에 계류 중인 상황을 언급하며 “국제적인 불명예다. 이 재판은 열려서는 안 되며 마녀사냥은 즉시 끝나야 한다”고 밝혔다.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2022년 대선에서 룰라 현 대통령에게 패한 후 국방·법무부 장관 등과 함께 권력 유지를 목표로 한 각종 활동을 실행하려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상태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관세를 이용해 다른 국가의 형사재판에 개입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는 그가 관세를 ‘만능 통치약’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잘 보여준다”고 짚었다.



룰라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룰라 대통령은 최근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같은 거대 국가의 대통령이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를 겁박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라며 “우리는 황제를 원하지 않는다”고 날카롭게 비판했다. 룰라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을 접한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브릭스의 반미 정책에 동조하는 모든 국가에 추가로 1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미국의 폭탄 관세 선포에 브라질은 즉각 보복을 예고한 상태다. 룰라 대통령은 9일 X(옛 트위터)에 “일방적인 관세 인상은 브라질의 경제 호혜주의 법을 고려해 처리될 것”이라며 보복을 시사했다. 세우수 아모링 브라질 대통령실 국제관계 특별보좌관도 미국이 브라질로부터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을 언급하며 추가 관세에 대해 “제 발에 총 쏘기”라며 날 선 반응을 내놓았다. 그러나 50%의 관세가 브라질 경제에 미칠 파장 역시 만만치 않다. 브라질로서는 미국이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교역 상대국이다. 지난해 브라질은 석유와 커피·철강 등 400억 달러 상당의 상품을 미국에 수출했다.

브라질에 대한 미국의 관세 폭탄은 브라질과 중국의 밀착을 더욱 강화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9일 브라질 철도공단은 중국 철도경제계획연구소와 브라질·페루 철도망 구축에서 힘을 합치기로 했다. 브라질을 횡단해 페루로 이어지는 프로젝트의 핵심은 브라질과 페루에 위치한 창카이항을 철도망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창카이항은 중국 자본을 투입해 남미에 들어선 첫 항만 시설로, 전체 사업비가 35억 달러(약 5조 원)에 이르는 초대형 사업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두고 ‘중국군의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중국과 러시아·브라질 등이 참여하는 비(非)서방 신흥경제국 연합체인 브릭스의 힘이 강해지는 것도 미국 입장에서는 눈엣가시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릭스 회원국 사이에서 ‘탈(脫)달러’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에 대해 “반미 행보” “세계대전과 같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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