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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슨의 신' 임진한 프로 "세상에 나쁜 스윙은 없어…내가 편하게 즐길 수 있으면 돼"[이사람]

'유행 안타는 레슨'으로 20년 롱런

일반인 스윙 따라하며 바꿀점 파악하고

신문사설 읽으며 조리있는 전달법 익혀

핵심은 칭찬…고칠 점만 지적하면 안돼

1977년 입회해 정규투어 8승 '연습벌레'

안병훈·배상문 등 후배선수 양성도 힘써

샌드웨지 60m 꿈 이룬 의족골퍼 기억나

한계 이겨내고 행복해할 때 가장 큰 보람





“스윙 좋아요.”

임진한(68) 골프 레슨의 핵심 중 하나는 ‘칭찬’이다. 레슨 대상이 골프가 아직은 낯선 초보든, 잘못된 스윙이 몸에 밴 골퍼든 추임새처럼 들어가는 자연스러운 칭찬이 180도 변신에 윤활유 역할을 한다.

최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난 임 프로는 “옛날에 주니어 아카데미를 하면서 안병훈(유럽 투어 1승), 배상문(미국프로골프 투어 2승) 등을 가르쳤다. 잘못된 부분을 야단치면서 가르쳤을 때보다 ‘이런 점은 참 좋다. 근데 저런 점은 좀 안 좋으니 고쳐보면 어떨까’ 식으로 했더니 효과가 두 배더라”고 돌아봤다.

“우리는 좋은 것은 놓아두고 나쁜 것만 뭐라고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골프는 멘탈 운동이라고 하는데 그러면 자신감을 다 잃어버릴 수 있잖아요. 입문이 늦고 연습량도 부족할 수밖에 없으니 당연히 프로처럼 스윙이 좋기는 어려운데 말이죠. 자기가 하는 일에서는 전문가여도 골프에서는 다 학생입니다. 학생한테 하듯이 좋은 점은 확실히 칭찬해주고 고칠 점은 같이 바꿔나가는 거죠. 좋은 점부터 말해줘야 듣는 사람은 ‘아, 이 부분은 좋다고 하니 고칠 필요가 없고 저것만 고치면 되는구나’ 정리가 된다고 해요.”

임 프로는 한국을 대표하는 골프 레슨 프로(교습가)다. ‘레슨 대부’ ‘레슨의 신’ ‘골프 명의’ 등 별명이 점점 많아진다. 2020년 개설한 유튜브 채널 ‘임진한클라스’는 구독자가 52만, 많이 본 영상의 조회 수는 400만이 훌쩍 넘는다. ‘각 잡고’ 골프만 다루는 콘텐츠는 유튜브 업계에서 ‘무덤’이라는데 임진한 채널은 예외다. 오래 전 케이블 골프 채널에 출연해 전했던 레슨들도 알고리즘을 타고 숏폼 형태로 무한 소구된다.

임진한 레슨은 레슨 받는 골퍼들의 반응을 살피는 재미가 있다. 하나같이 신세계를 발견한 표정이다. 자기 공에 자기가 놀란다. 내가 알던 내가 아닌 것 같단다. “우드 병 고쳐주셔서 감사합니다”처럼 정말 명의를 만난 반응이다. “볼 때마다 경이롭다” “모든 이의 눈높이에 맞춘 레슨” “다른 레슨 보다가도 결국은 임진한으로 돌아온다” 등 댓글에서 느껴지는 충성도도 남다르다.

임 프로는 “이런 폼도 있고 저런 폼도 있기 마련인데 우리나라는 아마추어 골퍼들이 어딘지 갇혀 있다는 느낌”이라며 “‘백스윙은 꼭 이래야 돼’ ‘어드레스는 꼭 이래야지’처럼 ‘꼭’이라는 게 들어가 있다. 저는 이런 ‘꼭’ 자를 빼고 싶었다”고 했다. “운전을 봐도 핸들(스티어링 휠)과 멀찍이 떨어져서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딱 붙어야 편하게 느끼는 사람이 있잖아요. 어느 하나를 강요하면 운전이 불안하다는 쪽이 나올 수 있는 거고요. 골프도 내가 불안한 스윙은 금물입니다. 그래서 몸에 맞게 더 잘할 수 있는 스윙을 가르쳐줄 뿐인 거죠.”

실제로 임 프로는 레슨 때 “꼭 그렇게 안 해도 된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래서 레슨 받는 사람들로부터 “갇혀 있지 않아서 편안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그러고 보면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는 말처럼 세상에 나쁜 골퍼는 없다고 봐도 될까. 임 프로는 “정확히는 세상에 나쁜 스윙은 없다고 말하고 싶다”며 “물론 나쁜 골퍼는 있다. 룰과 에티켓을 안 지키는 사람이다. 프로 선수가 아닌 이상 룰을 잘 배우고 에티켓을 잘 지키는 게 1번이며 스윙은 내가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면 된다”고 했다. 다만 거기서 좀 더 잘 치고 싶으면 따로 레슨을 받으면서 최소 3개월 이상 꾸준히 연습해야 한다고 했다. 임진한클라스의 출연자들은 레슨을 받고 단 몇 번 만에 전에 없던 ‘굿 샷’을 날리기도 하지만 그런 샷을 일관되게 구사하는 길은 결국 연습이라는 얘기다.

동네 어른의 권유와 외국을 동네 드나들듯 하는 직업이라는 선망에 임 프로는 고교 졸업 후 본격적으로 골프 선수를 꿈꿨다. 최상호와 1977년 프로 입회 동기인 그는 연습량이 무척 많았다. 하루에 친 연습 볼이 한두 리어카 분량이었다. 그런 연습으로 프로 정규 투어 8승(국내 5승, 일본 2승, 싱가포르 1승)이나 거둔 사람이 연습량이 절대 부족한 주말 골퍼들의 가려운 곳을 어떻게 그렇게 시원하게 긁어주는 것일까.



임 프로는 “아마추어의 마음에 들어가보는 게 우선이겠다 싶어 연습장 타석에서 아마추어의 스윙을 따라치는 연습을 한 번 해봤다”고 돌아봤다. 보기에 이상한 스윙을 일부러 흉내 내 치면서 ‘아, 이래서 임팩트 때 힘을 못 실어주는구나’ 파악하는 식이었다. 그렇게 스스로 레슨 받는 사람이 돼보는 생활을 1년간 꾸준히 하면서 레슨 접근법을 유형별로 다양하게 구축했다.

물 흐르듯 쉽고 조리 있는 설명은 또 1년쯤 습관을 들인 신문 사설 읽기 덕분이란다. “아무리 레슨이 좋아도 말로 이해를 못 시키면 소용없다고 생각했어요. 잔뜩 듣기는 들었는데 머릿속에 정리가 안 되면 안 되는 거니까. 신문 사설을 보다가 ‘이거다’ 했죠. 큰 팩트들을 요점만 간추려서 딱 전달해주는 거 아닙니까. 처음에는 무슨 말인가 했는데 열 번 읽으니 알겠더라고요. 그 뒤로 이 신문, 저 신문 가리지 않고 많이도 봤습니다.”

사설처럼 팩트에 기반한 주장을 레슨에 도입하니 즉문즉설의 신세계가 열렸다. 레슨 때 어려운 용어를 안 쓰기로도 유명한 임 프로는 “예를 들어 얼라인먼트(정렬)라고 하면 아는 사람은 알아도 모르는 사람은 잘 이해하다가 거기서 뚝 끊기는 수가 있다. 그래서 어려운 용어는 절대 쓰지 말자는 게 철칙”이라고 했다.

배우 손예진도 임진한 프로의 수제자 중 한 명이다. 임진한클라스 캡처




임 프로의 하루는 보통 새벽 5시부터 시작된다. 콘텐츠 촬영과 레슨 관련 각종 행사 등 스케줄이 빼곡하다. 다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자정을 넘기기가 예사다. 이날 역시 순천에서 셀럽들과 필드 라운드 촬영을 마치고 새벽 2시에야 귀가했다고. 다양한 활동과 연계한 기부 활동 또한 꾸준하다.

유튜브 채널로 돈도 많이 벌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한 달 수입은 160만~180만 원인데 영상 한 편 찍는 데 제작비만 최대 3000만 원이 든다. 협찬사가 꽤 되지만 그래도 유튜브만 따지면 적자다. 기업 주최 레슨 행사만 뛰는 게 훨씬 이익이다.

하지만 임 프로는 “코로나 시기 이후 여러 이유로 골프를 그만둔 사람이 많다. 그런 분들이 나중에라도 돌아오게, 골프의 씨앗이라도 남아 있게, 라운드는 못 가더라도 보면서 연습은 이따금 할 수 있도록 미련을 갖게 하는 게 골프 유튜브의 역할 아닌가 싶다”고 했다.

50대에 접어들 무렵에 임 프로는 엘리트 선수 육성은 이제 후배 지도자들한테 맡기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일반 아마추어 레슨으로 방향을 돌렸다. 지금까지 대면으로 레슨한 일반인만 줄잡아 수천 명. 특별히 기억에 남아 있는 레슨도 있을 것 같다. 임 프로는 “왼쪽 다리를 잃은 의족 골퍼가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샌드웨지가 20m밖에 나가지 않는데 60m 가면 소원이 없겠다고 하더라고요. ‘임팩트 때 왼발에 체중이 안 실리면 거리는 나갈 수가 없는데 스탠스 좁히고 왼발에 60~70%쯤 둘 수 있겠냐’고 조심스럽게 물었죠. ‘해보겠다’더니 ‘괜찮겠다’더라고요. 그럼 거기서 팔만 들었다 내리라고 했죠. 첫 번째 샷에 바로 60m가 나가고 계속 60m 넘게 가는 거 아닙니까. 너무 행복해하는 모습에 저도 올라오는 길에 행복해지더라고요.” 임 프로는 “‘내 몸이 이래서 골프가 안 되나’ 불편한 자기 몸을 탓하고 실망하던 분이 좋아지고 달라지는 모습을 보면 참 보람이 크다”며 깊은 눈웃음을 띠었다.

He is…
△1957년 부산 △해운대고 △1977년 한국프로골프(KPGA) 입회, 국내외 8승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정회원 △1993년 KPGA 우수선수상, 대한골프협회 MVP △1995년 주니어 아카데미로 지도자 전향 △1998년~ SBS골프 레슨 프로그램 진행 △2002년 대한골프협회 올해의 지도자상 △2005년 대한골프협회 국가대표 기술자문위원 △미국 골프다이제스트 ‘미국 제외 세계 50대 교습가’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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