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6일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개최 등의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했다. 위 실장에 앞서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오는 8일로 다가온 상호관세 유예기간 만료일을 연장하기 위해 미국에서 협상에 돌입했다. 국가 안보와 통상 분야의 수장이 모두 방미길에 오를 만큼 양국 간 협상 돌파구를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절박함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에서는 위 실장이 관세 협상을 비롯해 한미 정상회담, 안보 협력 등을 큰 틀에서 논의하면 여 본부장은 구체적인 품목별 관세율 조정과 상호관세 유예 연장을 협의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 간 협의, 중요한 국면 접어들어”
위 실장은 6일 미국 워싱턴 DC로 출발하기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협의 국면이 중요한 상황으로 들어갔다”면서 “제 차원에서 관여를 늘리기 위해 방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협의 분야에 대해서는 “한미 간 여러 현안이 있다. 관세 협상도 있고 안보 사안도 있다”며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협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측에서 만날 인사에 대해선 “카운터파트와의 면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겸하고 있는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과 회동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앞서 루비오 장관은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찾기 전 방한할 계획이었지만 불발됐다. 이에 위 실장이 처음으로 미국을 먼저 찾아 미 정부 측 고위급 인사들과 각종 현안에 대한 협상의 물꼬를 트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상호관세 유예 연장…품목관세율 조정에도 촉각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는 관세 협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4월 상호관세 발표 이후 적용한 90일 유예기간이 8일로 종료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더 높은 관세율을 통보할 수 있다고 위협하는 상황이다. 이에 위 실장보다 먼저 미국으로 향한 여 본부장은 상호관세 유예 연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여 본부장은 5일(현지 시간)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나 상호관세 유예를 연장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또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양측이 선의에 기반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으며 상호 입장 차이를 좁힐 필요가 있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산업부는 밝혔다.
국내 산업계는 품목 관세율 조정에도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자동차·반도체·철강 등 주요 수출 품목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관세가 유지될 경우 국내 기업들이 입는 타격은 불가피하다. 여 본부장은 양국의 최종 합의에 품목관세의 철폐 또는 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 본부장은 “정부 출범 초기부터 양측이 모두 윈윈하는 호혜적 방안 마련을 위한 협상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그간 양국이 쌓아온 견고한 협력 모멘텀을 유지하고 미국 관세 조치에 대한 우호적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국익에 기반한 협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7말 8초’ 한미정상회담 성사될까
조속한 한미 정상회담 개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방미에서 한미 정상회담 일정이 구체적으로 논의되면 관세 협상의 호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와 더불어 집권 초반 이재명 정부 외교·안보 정책의 연착륙을 위해서라도 한미 정상회담 조기 성사는 중요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당시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중동 사태로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 귀국해 무산됐다. 이후 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불참과 루비오 장관의 방한 불발 등 좀처럼 양자 회담이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이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 개최를 목표로 시기를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늦어도 다음 달 초까지는 회담이 성사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위 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일정이 논의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여러 현안들 중 하나로 그에 대해서도 협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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